대통령의 발견
김창호 지음, 더플랜 펴냄

“시민의 참여 없이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 리더십 구축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대통령상을 제시했다. 전직 학술 전문기자였던 저자가 정치학·행정학·외교학·대통령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진행했던 세미나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민주화 이후 여섯 대통령의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문재인 정부는 권위주의 리더십과 결별하는 한편 새로운 민주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이중의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위주의에서 민주적 리더십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약화되는 ‘권위’를 시민의 ‘참여’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 한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마을이 숨쉰다
이영미 지음, 상상 펴냄

“실패는 지워버리고 성과만 기억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세우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


중간 지원 조직은 그동안 행정기관에서 지원했던 일들을 현장에 맞게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0년 생긴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는 전국 최초의 중간 지원 조직이다.
2007년 희망제작소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자치단체장 연수’를 기획했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지역·마을이라는 공간에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제조직과 활동을 뜻한다. 당시 연수에 참여했던 완주군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역 혁신의 아이디어로 받아들였다. 2010년부터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을 지원해 교육·복지·문화· 가공 등 1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서 활동했던 저자가 그 체험기를 펴냈다. 중간 지원 조직이 어떤 일을 하는지 엿볼 수 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소녀들뿐 아니라 소년들도 바뀌어야 한다.”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는 여자는 ‘걸레’지만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남자는 ‘선수’다. 공공 영역에서 여성의 위상과 관련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사적인 영역에서는 어떤가? 저자는 소녀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누가 성행위를 주도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성행위에 참여하는 각 파트너는 ‘이 정도면 됐다’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저자가 인터뷰한 15~20세의 젊은 여성 70명은 여전히 사적인 관계에서 타인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꼈다.
첫 성경험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단속’이 답이 아님을,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안다.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성교육을 모색해야 할 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 도착했다.


“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 두지 그래”가 안 되는 이유
시오마치 코나 지음, 우민정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아직 괜찮아’라고 생각할 때 판단하지 않으면 판단 그 자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저자는 퇴근길, 하마터면 자살한 뻔했다. 인적 없는 전철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지금 한 발만 내디디면 내일 회사 안 가도 돼’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그를 사로잡았다. 특별히 자살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던 것도 아니다. 이후 과로 자살에 관한 만화를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장시간 노동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죽을 정도로 힘들면 그만두면 될 텐데.’ 성실한 사람일수록 몇 번이고 지금 고비만 넘기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고, 남들도 다 하는 일이라 여기며 안간힘을 쓴다. 그러는 동안 판단력이 흐려진다. 시야가 좁아지고 한 가지 길밖에 보이지 않는다. 만화 형식에 일본 심료내과(심신의학) 의사의 해설이 더해졌다. 과로 사회에 필요한 지침서다.


거룩한 똥
진 록스던 지음, 류한원 옮김, 목수책방 펴냄

“남는 것이라고는 거름뿐일 때도 있지.”

거의 매일 보는 똥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입 밖에 내기라도 하면 더럽다고 손사래를 치고, 이슬을 먹고는 살아도 똥을 누고는 살지 않는다는 듯 없는 존재로 취급하기 일쑤다. 숨겨지고 천대받는 똥오줌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저자는 후처리하는 데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똥오줌이야말로 농업과 먹거리를 위한 천연자원이라고 주장한다.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는 분뇨를 퇴비화하면 수많은 미생물이 사는 ‘정글’이 되고 토양의 비옥도는 자연스레 높아 진다. 똥 덩어리가 먹이사슬을 먹여 살리는 토대인 셈이다. 거름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곳에서 자랐다는 저자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거름을 사랑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 속에서 그 과정을 온전히 엿볼 수 있다.


의료용 대마초, 왜 합법화해야 하는가?
원성완 지음, 생각비행 펴냄

“대마초 금지는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희생자만 남긴 완전히 망한 실험이었다.”

금기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이 나쁘지 않다고 항변하는 게 아니라 꼭 ‘요구’하는 것이다. 대마가 꼭 그렇다. 최근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대마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 책은 왜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대마는 탁월한 치료제다. 치매, 뇌전증, 천식 등에 뛰어난 치료 효능을 보인다는 점이 여러 차례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저자는 대마가 만성통증과 관절염, 생리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지만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대마의 약리작용을 입증한 전 세계의 관련 논문을 찾아가며 논거를 펼친다. 대마에 대한 여러 염려도 충실하게 논박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