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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변호인단의 이상한 이중플레이

2017년 10월 30일(월) 제528호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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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일괄 사임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국선변호인을 직권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 10월13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69차 공판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혐의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박민권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
:증인은 2016년 2월29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직원들로부터 일반 업무보고와 별도로 예술인 지원 사업, 즉 일명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았나?

박민권:그렇다.

검찰:보고를 받고 직원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나?

박민권:현황 파악 정도의 보고였다. 이미 문체부 내에서 블랙리스트 관련한 사항은 정말 예민하고 심각한 사태였다. 보안을 유지하며 핵심 라인에 있는 사람들만 그 일을 진행했다. 저도 차관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직접 접한 것이다. 제가 접했을 때는 이미 기본적인 것은 다 결정됐고 실무 차원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또한 다른 법정에서도 누차 얘기했지만, 유진룡 장관이 갑자기 면직되고 몇 달 후에 2급 공무원 3명이 갑자기 옷을 벗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제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민권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
:증인의 증언이 다른 증인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증인은 블랙리스트를 정무수석실에서 받았다고 했지만, 실무진이었던 김 아무개 증인은 블랙리스트가 정무수석실에서 오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박민권:업무수첩에 적혀 있다. 난 물증이 있다.


■ 10월16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70차 공판

공판에 전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이 모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적어온 의견문을 직접 읽었다.

판사:10월13일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SK와 롯데의 뇌물 관련 공소사실에 대한 구속영장이다. 법률상 최초 공소장에 없는 새로운 사실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하다. 또한 피고인의 예전 지위를 고려할 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재판부가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

박근혜:(안경을 낀 상태로 의견문을 읽었다) 구속되어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염려해주시는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왔습니다.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하였습니다. 저는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하였는데,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 우연식
10월16일 열린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처음으로 심경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변호인:(방청객을 바라보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멸할 증거가 어디 있다고 판단하신 건지 되묻고 싶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할 향후 재판 절차에 관여해야 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한다.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에 오늘 모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저희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울음을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더럽고 살기가 가득한 이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 모든 역사는 기록되고 후세가 이를 평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할 때 이번 피고인에 대한 본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사법 역사상 치욕적인 흑역사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판사:변호인 전원 사퇴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을 말하겠다. 재판부는 어떠한 재판 외적인 고려 없이 구속 사유를 심리해 영장 재발부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구속 사건이기 때문에 필요적 변론 사건이다. 변호인이 없을 경우 공판을 진행할 수 없다. 피고인이 새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 그런 경우 새 변호인은 10만 쪽이 넘는 수사 기록과 그동안의 재판 기록을 검토해야 해 심리가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심리가 지연되면 미결구금 일수가 증가해 피고인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또한 이 사건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중요한 사건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는 한도에서 신속히 진행해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피고인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인 변호사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향후 적절한 재판 진행을 위해 피고인 측 변호인이 다시 재판에 협조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



■ 10월19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71차 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남은 피고인인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 회장만 출석한 상태에서 애초 예정된 안종범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최순실 변호인:증인 신문에 앞서 재판 진행에 관해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최순실 피고인은 국정 농단을 한 비선 실세로 찍혀서 인간으로서 견뎌내기 어려운 살인적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엄선하지 않고 무더기로 제출해 수사 기록이 10만 쪽을 훌쩍 넘는다. 피고인들을 서류의 바다로 내몰아서 지쳐서 포기하게 만드는 저의를 갖고 있다. 이렇게 재판 지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피고인에 대한 재판상 갑질 내지 횡포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저희 피고인 측 변호인도 전원 사임이 옳다는 강력한 주장이 있었으나 택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에 몇 가지 요청을 드린다. 먼저 신속한 재판으로 3차 구속영장은 피해주시길 바란다. 두 번째로 피고인에게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신호를 재판 진행에서 보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태블릿 PC에 대한 검증 감정을 조속히 증거로 채택해서 시행해주시길 바란다.

검찰:변호인단이 검찰 증거에 부동의하고 그 책임을 검찰에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검찰은 신속한 재판 진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순실:제가 구속된 지 1년이 되어가는데, 검찰이 6~7개월간 저의 외부인 접견을 막고 한 평 되는 방에서 CCTV로 감시하고 화장실도 오픈된 곳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검찰의 불합리함을 재판장님께서 정리해나갔으면 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린다. 그동안 검찰과 특검이 첫 조사 때부터 3대를 멸한다고 협박했다. 딸인 정유라를 새벽에 데려간 것도 성희롱에 해당된다. 초유의 검찰 비리와 충성 경쟁을 하는 수사 기법이 악의적이다. 제가 정신병자가 되지 않은 것은 고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약으로 버티고 있는데, 고문이 있었다면 제가 웜비어(북한에 관광차 방문했다가 1년7개월간 억류돼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미국 대학생) 같은 사망 상태가 될 정도로 힘들다. 삶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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