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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순풍 탄 스페인 언론의 ‘대항해시대’

2017년 11월 15일(수) 제530호
마드리드·글 김동인 기자, 사진 조남진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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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에 창간한 <엘파이스>는 국제면에 힘을 실으며 ‘세계 주요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고급지’ 성격을 강화했다.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며 온라인 기사를 5개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엘파이스(El País)

설립:1976년 5월
판형:타블로이드
편집국 현황:스페인 마드리드 본사
        바르셀로나 지사
        멕시코 멕시코시티 지사
        브라질 상파울루 지사
        미국 워싱턴 D.C. 지사
규모:스페인 마드리드 편집국 기자 약 300명
    멕시코·브라질 편집국 기자 약 100명
출판 방식:지면 출판(스페인어·카탈루냐어)
        홈페이지 5개 언어(스페인어, 카탈루냐어, 멕시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
        모바일 앱
독자:2016년 하루 평균 19만4005부 판매
    온라인 순방문자 월평균 4000만명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구독자 약 383만명
        유튜브 구독자 약 9만6800명
        트위터 팔로어 약 645만3100명


ⓒ시사IN 조남진
지난해 창간 40주년을 맞은 <엘파이스>는 디지털 전략에 맞추어 뉴스룸을 개편했다.
방패연 모양으로 재편된 새 편집국은 온라인 인력을 전면 배치했다. 사진은 다비드 알란데테 편집 부국장(가운데).
거리마다 스페인 국기가 펄럭였다. 발코니에 국기를 내건 가정집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10월9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는 바르셀로나 못지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판대에 진열된 신문에는 전날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카탈루냐 독립 반대 집회 사진이 1면을 장식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10월27일 자격 박탈)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쏠렸다. 이날만 해도 푸지데몬 수반의 독립 선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10월7일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한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의 테두리에서 가능한 한 모든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이 인터뷰를 비중 있게 다뤘고, 온라인에 공개한 인터뷰 동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이 신문의 이름도 덩달아 오르내렸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였다.

마드리드 시내 가판대에 놓인 <엘파이스>의 1면은 다소 심심했다. 사진이나 광고는 최소화했다. 고집스럽게 글자로 가득 채운 1면이 오히려 눈에 띄었다. <엘파이스>는 <엘문도(El Mundo)> <아베세(ABC)> <라방과르디아(La Vanguardia)> 등과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중앙 일간지다. <라방과르디아>는 카탈루냐를 기반에 둔 매체이고, <엘문도>나 <아베세>는 보수적 유권자를 대변한다. 그에 비해 <엘파이스>는 중도·개혁적 성향을 내세우면서도 판매 부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엘파이스>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직후인 1976년 5월에 창간했다. <엘파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스페인 언론계는 정권에 우호적인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신생 매체 <엘파이스>는 국제면에 힘을 실으며 ‘세계 주요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고급지’라는 성격을 강화했다. 이는 권위주의적 색채가 강하던 스페인 정론지 시장을 뚫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

온라인 체제 전환 발걸음도 빨랐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매체 전반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높아졌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스페인 독자 가운데 27%가 주 1회 이상 <엘파이스> 종이판을 읽고, 29%는 주 1회 이상 온라인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 매체 가운데 열독률 1위, 인터넷 홈페이지는 모든 사이트를 통틀어 접속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월10일 방문한 <엘파이스> 본사는 마드리드 동쪽 끝 산블라스카니예하스 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총 3개 동으로 구성된 이곳에는 <엘파이스> 외에도 스포츠 전문 매체 <아스(AS)>, <허핑턴포스트>의 스페인어 버전인 <엘허핑턴포스트>, 경제 전문 매체 <신코디아스(Cinco Días)> 등이 모여 있다. 모두 모기업 ‘프리사(Prisa)’ 산하 매체다. 프리사 그룹은 2005년부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증자에도 참여해, 현재 <르몽드> 전체 지분의 약 9.6%를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시사IN 조남진
<엘파이스>는 동영상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리모델링한 편집국에 방송 스튜디오가 마련되었다.
뉴스룸은 크게 두 개 층으로 나뉘어 있다. 건물 2층 편집국은 탐사보도팀을 비롯해 주말판·비즈니스·개발팀·영문판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내부 계단으로 올라가 3층 메인 뉴스룸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폭 25m, 길이 80m 규모의 ‘방패연’ 모양 뉴스룸을 가득 채웠다. 편집 부국장인 다비드 알란데테 씨는 직사각형 공간의 정중앙 컨트롤 데스크에서 에디터들에게 계속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반원형으로 제작된 컨트롤 데스크(4석)에는 알란데테 씨를 비롯해 지면 담당, 디지털 담당, 정보 담당 부국장이 자리했고, 그 주변에는 각 분야 에디터가 자리를 잡았다. 컨트롤 데스크 전면에는 가로 5m가 넘는 대형 ‘비디오 월(Video Wall ·영상 벽)’이 카탈루냐 의회 상황을 송출하고 있었다. 컨트롤 데스크 뒤편으로는 투명 유리로 공간을 분리해둔 영상 촬영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었다. 투명 유리로 된 스튜디오에서는 마침 영상 촬영을 준비하려 방송용 조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 작년에 뉴스룸 구조를 싹 바꿨습니다. 아래층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한 기자가 3층 뉴스룸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창간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뉴스룸 전체를 재구축했다. 핵심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다. 디지털로 기사를 먼저 내보내고, 디지털 기사를 바탕으로 지면 기사를 재편집한다. 공간도 리모델링했다. 컨트롤 데스크를 중심으로 스포츠, 경제, 국제, 스페인 국내,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지원 팀이 방사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뉴스룸은 24시간 가동된다.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마드리드 본사가 디지털 뉴스를 담당하고,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멕시코 지사가 디지털 뉴스를 커버한다.

이 같은 변화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2012년 스페인 전역을 뒤흔든 금융위기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엘파이스>는 전체 기자 440명 중 129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대부분 종이 지면에 익숙한 기자들이었다. 이후 <엘파이스>는 본사 기자 300여 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상흔이 남은 채로, 2014년 안토니오 카뇨 편집국장 체제가 출범했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었지만 경영지표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조직 전체가 디지털 전환에 나섰지만, 여전히 매출액의 85% (2016년 기준)는 종이 지면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스페인 광고 시장에서 종이 지면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올 2월 ‘미디어 핫라인(Media Hotline)’과 ‘아르세 미디어(Arce Media)’가 발표한 2016년 광고투자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약 11억5810만 유로(약 1조5000억원)였던 스페인 인쇄 광고 시장은 2016년 약 5억6000만 유로(약 7260억원)로 급감했다. 그사이 디지털 광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09년 약 5750만 유로(약 745억원)에서 2016년 2억1460만 유로(약 2780억원)로 급증했다. 2016년 스페인 전체 광고 투자의 26%가 디지털 부문이었다.

<엘파이스>에게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디지털 전환으로 수익구조를 단번에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기도 했다. 광활한 스페인어권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것이다. “홈페이지를 찾는 독자 중 절반가량이 중남미에서 접속합니다.” 알란데테 부국장은 온라인을 통한 시장 확대를 이렇게 설명했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규모 큰 정론지

중남미에서 1000만명 이상이 접속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남미 지역 보도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엘파이스> 온라인 기사는 총 5개 언어로 제공된다. 스페인어, 카탈루냐어, 멕시코 스페인어(아메리카), 포르투갈어(브라질), 영어 등이다. 중남미 핵심 지사는 멕시코와 브라질이다. 이 밖에도 워싱턴 D.C.에 별도 지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알란데테 부국장도 워싱턴 D.C. 지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론지라는 이점은 2011년 위키리크스 사태에서도 증명됐다. 당시 <가디언> <뉴욕타임스> <슈피겔> 등과 함께 대규모 폭로를 준비 중이던 줄리언 어산지는 <르몽드>와 <엘파이스>에도 합류를 요청했다. 프랑스어권과 스페인어권에서도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알려지길 원해서였다.

탐사보도의 취재 영역도 덩달아 넓어졌다. 탐사보도팀을 이끄는 호세 마리아 이루호 기자는 최근 취재한 ‘오데브레트(Odebrecht) 사례’를 설명하며 이 같은 추세를 설명했다(40쪽 상자 기사 참조). 브라질 유력 건설기업인 오데브레트가 브라질·에콰도르·파나마 등 중남미 12개국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일으켰다. 탐사보도팀은 지난 7월, 3개월간 추적과 설득 끝에 오데브레트 내부 인사인 타클라 듀란 변호사와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중남미 핵심 이슈를 단순히 지사에 맡기는 수준이 아니라, <엘파이스> 본사 차원에서 직접 파고든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알란데테 부국장은 <시사IN>과 인터뷰하면서 “장기적으로 중남미 대륙 전체를 다루는 게 <엘파이스>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엘파이스>의 출발은 민주주의의 복원이었다. 긴 독재를 끝내고, 지식인을 위한 고급 정론지를 목표로 발전해왔기에 경영권과 편집권 사이의 장벽은 여전히 중요했다. <엘파이스>와 모기업 ‘프리사 그룹’ 간의 관계는 다소 복잡 미묘하다. <엘파이스>로 시작한 미디어 사업은 다양하게 확장됐다. 각종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프리사는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과 중남미에서 텔레비전, 라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를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어권 전체에 교과서와 교재, 교육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교육 전문 출판사 산티야나(Santillana)도 프리사 그룹의 핵심 일원이다. 스페인에서는 이미 언론 재벌로 손꼽히는 규모다.

경영진이 편집국의 보도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게 스페인에서도 가능할까? 알란데테 부국장은 “1976년에 만들어진 내부 규율·규칙이 있다. 경영은 편집국 보도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게 편집권을 지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경영도 신문기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41년 동안 <엘파이스>는 성장하는 미디어였다. 편집권 독립을 훼손하려는 이들로부터 힘으로 맞설 수 있었다. 지면에서 광고를 최소화하고(<엘파이스> 10월9일자에서 전면 상업광고는 56쪽 중 4쪽에 불과했다), ‘긴 기사’가 거침없이 지면을 차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다. 현실은 점차 냉혹해지고 있다. 2015년 프리사 그룹이 매체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9613만 유로, 우리 돈으로 1247억원 정도다. 10년 전인 2007년 판매 수익이 2억1000만 유로였던 걸 감안하면, 대폭 감소한 수치다. 광고 수익 역시 2007년 11억2227만 유로에서 2015년 4억9756만 유로로 절반 이상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37만 부 이상이던 <엘파이스> 평균 판매량은 2016년 19만4005부로 떨어졌다. 금융위기와 디지털 변화의 후폭풍이었다. 안토니오 카뇨 편집국장 체제 이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일부 스페인 언론은 <엘파이스>의 광고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미래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던 카뇨 편집국장의 발언처럼, <엘파이스>는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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