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대마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판매가 법으로 금지된 마약이다. 단속을 느슨하게 하며 소지를 눈감아준 나라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합법화하지는 못했다. 미국에서는 1937년 마리화나 세금법이 공표되기 전까지 불법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 생산과 판매를 합법화한 나라가 있다. 바로 우루과이다.

마리화나 합법화 시행 첫날인 지난 7월19일,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가 그야말로 마리화나 열풍에 휩싸였다. 전국 16개 약국에서만 마리화나를 판매할 수 있고 몬테비데오에는 약국 4곳에서만 판매한다. 아침부터 약국 앞에는 마리화나를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몬테비데오에 공급된 마리화나 물량이 판매 개시 하루 만에 동이 났다. 한 약국 관계자는 “문을 연 지 2시간 만에 준비한 마리화나 물량이 다 팔렸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리화나를 구입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시민 카를로스 씨(32)는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우리는 좀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몬테비데오 길거리나 공원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AP Photo우루과이는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의 생산과 판매, 소비를 합법화했다. 약국에서 마리화나를 구입한 여성이 이를 음미하고 있다.
몬테비데오에는 지난해 문을 연 마리화나 박물관도 있다. 이 박물관에는 마리화나와 관련된 우루과이 역사와 더불어 마리화나를 피우는 도구 등 각종 물건이 전시되어 있다. 에두아르도 브라시나 박물관장은 “이 박물관의 설립 취지는 마리화나에 대한 긍정적 지식을 알리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예전부터 마리화나는 식량이나 직물, 물고기를 잡는 그물망이나 종이 등의 재료이며 현재에는 진통제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2014년 5월 우루과이 정부는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 합법화법을 공포했다. 그 뒤 3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7월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우루과이 정부가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가장 큰 이유는 불법 마약 시장을 근절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우루과이 정부에 따르면 10년간 마리화나 소비가 두 배로 늘었으며 연간 소비량도 22t에 이른다.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마리화나가 음성적으로 퍼졌다. 정부는 합법화로 유통과정을 통제할 심산이었다. 이 법안을 추진한 대표 정치인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2010년 3월~2015년 2월) “마리화나를 마약 판매상의 손에서 떼어내는 것이 합법화의 취지다”라고 역설했다. 중남미 여러 나라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무장 게릴라 전사 출신인 호세 무히카는 정반대로 합법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마리화나 구입이 합법화되었지만 아무나 무제한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은 1인당 한 달에 40g을 구입할 수 있다. 마리화나는 g당 가격이 약 1.3달러(약 1470원)이다. 구매 희망자들에게 사전 등록을 의무화했다. 약국 판매와 함께 정부의 규제를 받는 마리화나 흡연 클럽에 등록하면 개인도 연간 480g 마리화나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우루과이 국적 소지자나 영주권 소지자만이 구매 등록을 해 마리화나를 살 수 있다. 외국인이 마리화나를 사려고 해도, 관광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에게는 마리화나를 팔지 않는다. ‘마리화나 관광’을 막기 위해서다.

ⓒAP Photo7월19일(현지 시각)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시에서 사전 구매 등록자들이 마리화나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서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마리화나 관광’ 막기 위해 외국인은 금지

우루과이 정부의 파격적인 마리화나 합법화가 실현되기까지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여러 진통을 겪었다. 2014년 10월 우루과이 대선 때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이 뜨거운 쟁점이었다. 당시 집권 중도좌파 연합 프렌테 암플리오의 타바레 바스케스와 중도우파 국민당(PN)의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파 콜로라도당(PC)의 페드로 보르다베리의 3파전이었는데 두 야당 후보가 모두 마리화나 합법화에 반대했다(그해 선거에서 결선투표 결과 바스케스 후보가 최종 당선했다). 우루과이 컨설팅 업체 에키페스가 2013년 12월, 18세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 66%가 마리화나 합법화에 반대했고, 24%만이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했다(10%는 무응답).

당시 우루과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2013년 12월 합법화 법안이 우루과이 상원을 통과하자, 유엔 산하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는 “우루과이는 1961년 ‘마약에 관한 단일 협약’을 위반했다”라고 경고했다. ‘마약에 관한 단일 협약’이란 마리화나를 마약으로 규정하며 의료와 학술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국제사회가 마약의 제조·거래를 통제하는 조약이다. 우루과이를 비롯해 185개국이 참여해 이 협약에 동의했다. 심지어 브라질 연방하원 대표단은 당시 우루과이를 방문해 마리화나의 생산과 판매, 소비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나치게 빨리 추진되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루과이의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남미 국가도 그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의 마리화나 소비국이다. 브라질 경찰은 인접국 파라과이에서 생산되는 마리화나의 80% 이상이 브라질로 유입된다고 본다. 파라과이는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 마리화나 생산 국가다.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에서도 마리화나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는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곤 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남미 국가들이 합법화 요구라는 또 다른 전투에 직면해 있다.

기자명 몬테비데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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