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토폴란스키 상원의원(72)은 지난 9월16일 우루과이 첫 여성 부통령에 올랐다. 우루과이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그녀를 부통령에 선출했다. 우루과이 40대 대통령(2010년 3월~2015년 2월)을 역임한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몬테비데오 근교 허름한 농장 주택에서 산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 ‘플란 훈토스’라는 집짓기 운동에 집과 낡은 자동차 등을 제외한 전 재산을 기부했다.

둘 다 젊었을 때 무장 게릴라 단체인 민중해방운동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하다 투옥되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4년간 장기수로 살다가 석방된 뒤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토폴란스키 부통령은 게릴라 단체 활동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데, 무장 게릴라 시절 ‘전설의 저격수’였다는 소문이 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했다. 토폴란스키 부통령은 남편이 터를 닦아놓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월20일 부통령 관저에서 루시아 토폴란스키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김영미 제공무장 게릴라 단체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했던 루시아 토폴란스키 우루과이 부통령은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하다.
남편인 무히카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마리화나를 사는 시민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우리는 게릴라 시절부터 동지였다. 국가를 위한 정책과 생각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우루과이는 여성 참정권을 일찌감치 보장하는 등 상당히 앞선 법 제정을 해왔다. 우루과이 국민들도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풍조를 보인다. 약국에서 자유롭게 마리화나를 사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고 남편도 반가워하고 있다. 적어도 어두운 곳이 아닌 밝은 대낮에 마리화나를 사고 소비할 수 있어서 범죄 조직과 국민이 만나는 통로 하나는 차단했으니까. 지금 ‘페페(우루과이 국민들이 무히카 전 대통령을 부르는 애칭)’는 농장을, 나는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

정부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결정한 정확한 이유는?

오늘날 우루과이를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가 마약 밀매를 단속했지만 실패했다. 마약 거래업자들은 수많은 암시장을 장악한 채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다. 1919년 통과된 미국 금주법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금주법으로 술의 합법적 생산이 금지되면서 수많은 암시장이 생겨났다. 정부가 아무리 통제해도 사람들은 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미국 정부는 주류 소비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금주법을 없애고 술을 합법화해 암시장을 완전히 파괴했다. 마리화나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법으로 막으면 막을수록 암시장만 커진다. 우루과이는 마리화나를 음습한 곳에서 밝은 곳으로 드러내 마약 암시장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우루과이도 마약 밀매 시장 규모가 큰가?

미국에 더 엄청난 규모의 마약 밀매 조직이 있다. 라틴아메리카도 이에 맞먹는 큰 마약 밀매 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우루과이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도 처음에는 마약 밀매 시장을 법으로 통제하고 단속했다. 우리는 점점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역사적 선례를 바탕으로 최대 마약 밀매업자들의 네트워크와 거래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마약 중독을 초래하는, 어둠의 경로를 통한 밀매도 불필요해질 것이다. 오남용도 막을 수 있다.

인접한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마약 밀매 상황도 심각한가?

그렇다. 현재 라틴아메리카 지역 모두 마약 밀매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우리 정부의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콜롬비아와 멕시코 등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 정부의 정책이 전체 라틴아메리카의 마약 정책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루과이 정부는 마리화나 합법화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가?

대마를 기르는 단계부터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 불법 마약 거래업자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고, 이제 사람들은 어두운 뒷골목에서 마약 밀매업자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마리화나 합법화 결정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보고를 받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우려하는데?

미국 내 몇몇 주도 그렇고 네덜란드·스페인·포르투갈에서도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이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다른 나라들의 결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니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굳이 우리처럼 합법화를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군과 경찰의 마리화나 단속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합법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루과이 국민들도 마리화나 합법화에 만족하고 있다고 보는가?

마리화나는 등록된 소비자들만 구매가 가능하다. 더 이상 숨어서 마리화나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니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특히 대마초는 뇌전증(간질)으로 인한 발작을 완화해준다. 의약용 대마초 치료법으로 소아 뇌전증 환자의 질병이 치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자명 몬테비데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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