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수미씨(가명)는 스웨덴 예테보리 시 근교 파틸레 코뮨의 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어린이집의 한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증을 겪고 있는 만 4세 아이였다. 이 아이는 비장애 어린이와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는 다른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종일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을 반복했다. 잠깐이라도 교사가 자리를 비우면 손이 문에 끼는 등 사고가 일어났다. 늘 교사 한 명이 전담하다시피 살펴야 했다. 동료 교사들의 제안으로 김씨는 그 아이의 정식 전담 교사가 되었다.

김씨 사례는 스웨덴의 장애인 통합교육 시스템을 잘 보여준다. 이 어린이집 한 반의 정원은 22명이고 교사 3명이 배정된다. 그런데 김씨가 속한 반에는 교사가 한 명 더 배정되었다. 김씨까지 포함하면 교사가 모두 5명인 셈이다. 정식 교사가 된 김씨가 그 아이의 전담 교사 노릇을 하지만 그렇다고 온종일 혼자서 그 아이를 보살피지는 않는다. 김씨를 포함해 5명이 번갈아 돌본다. 아이에게 다양한 교사와 접촉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김씨 혼자서만 보살핀다면 다른 교사는 편하겠지만, 그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Kompetensteamet스웨덴의 장애아 전담 교사가 장애 어린이의 산책을 돕고 있다.

김씨는 같은 반 비장애 어린이들이 장애아 친구를 배려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 어린이집 직원 중에도 자폐를 겪는 이들이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직원은 어린이집에 출근해 청소를 하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 아이들은 이 직원과 대화하고 장난치며 더불어 삶을 익힌다. 물론 이 직원은 비장애인 직원과 똑같이 강도 높은 일은 할 수 없다. 시에서 월급을 주고 자신의 기본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셈이다.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교육받을 권리는 스웨덴 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다. 스웨덴 전역에 장애인을 위한 6개 주립 특수학교가 있지만 장애 어린이의 경우 특수학교로 보내기보다 가능하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배우도록 일반 공립학교에 배정한다. 학교장의 책임 아래 담당 교사와 특수교사가 협력해 아이에게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심한 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특수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한 반에 교사가 다섯 명 배정되기도

장애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 통합되기까지 스웨덴에서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예를 들면 1992년 교육개혁 때 학생들이 거주 지역 이외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고, 사립학교를 선택한 학생에게도 정부가 공립학교에 지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제도로 어떤 학생은 받고 어떤 학생은 받지 않을지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자 사립학교가 장애 학생을 받지 않으려 했다. 2012년 차별 옴부즈맨은 장애 학생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장애는 학교에서 학생을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스웨덴에는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이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65개가 넘는다. 거의 5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생활환경이나 인권 개선 운동을 펴고 있다. 장애인들의 권리 주장을 위해 정치적으로 결속하기도 한다. 스웨덴 정부는 2015년 기준으로 1억8300만 크로나(약 243억원)를 이들 단체에 지원했다. 이 단체들은 요즘 장애아 교육과 관련해 좀 더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사의 질적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명 스웨덴·고민정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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