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왜 그래?장웅연 지음, 최밈밈 그림, 담앤북스 펴냄

“고기가 있으면 먹어야 했다. 주는 대로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자비이니까.”16년째 불교 매체 기자로 일하는 저자가 썼다. 부제는 ‘불교가 궁금한 이들에게 전하는 속 시원한 해답 33’이다. 부처님이 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동성애에 대한 부처님의 생각은? 북한에도 스님이 있다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왜 연등을 달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무겁지 않은 필체로 풀어놓았다. 책은 문답으로 간단하게 이어지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부처의 생애는 물론 불교의 세계관과 교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불교계 저명인사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저자는 교계에 몸담고 있지만, 스스로를 ‘집필 노동자’라 칭하며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 애쓴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경계 없이 읽을 수 있다. 곳곳에 배치된 유쾌한 삽화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조선공산당 평전최백순 지음, 서해문집 펴냄

“이들의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역사의 작은 한줄기라도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숙제.”사람 이야기만큼 재미난 게 없다. 아직 덜 알려진 인물이라면 더욱 구미가 당긴다. 〈조선공산당 평전〉이라니, 이 기준에 딱 들어맞는다. 냉전의 땅 한반도에서 조선공산당은 여전히 금기어다. 분단 이후 남과 북 모두에서 사라진 이름이다. 그러나 역사는 지울 수 없는 법. 일제시대 민족해방운동은 조선공산당 활동가를 빼면 반도 설명 못한다. 특히 조선공산당 정식 창당인 1925년 이전의 역사를 풀어놓았다. 학계의 연구 서적과 당시 잡지, 신문기사 등 풍부한 자료를 종합했다. 남만춘·김사국·김약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사회주의 운동가 이야기를 생생히 접할 수 있다. 특히 한인 최초 볼셰비키 김 알렉산드라가 등장해 반가웠다. 동양 얼굴에 낯선 서양 이름을 가진 그녀의 생을 접할 수 있다.

커버링겐지 요시노 지음, 김현경·한빛나 옮김, 민음사 펴냄

“만약 법이 내 삶의 내밀하고 세세한 부분에 간섭하려 하면, 법이 나를 속속들이 알도록 청할 셈이었다.” ‘뉴욕에서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라는 책날개 속 저자 소개를 보고 자연스럽게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좀 더 내밀해지기를 선택한다. 게이 남성으로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사람들은 그에게 조언했다. 동성애를 연구하는 게이 교수보다는 ‘알고 보니 게이’인 주류 헌법학 교수로 살라고 말했다. ‘이성애자처럼’ 행동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억압했다. 동성애자 권리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인종·여성·종교 등으로 넓어진다. 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합의까지는 도달했지만, 그 합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이유가 아름다운 문장 위에서 논증된다.

프랑스식 전쟁술알렉시 제니 지음, 유치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들은 집단으로 죽었고, 우리는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알렉시 제니는 40대 후반 작품 출간 전까지 리옹의 고등학교 생물 교사였다. 신인 작가가 마르셀 프루스트와 앙드레 말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파스칼 키냐르 등이 수상한 권위 있는 공쿠르상을 거머쥐었다. 모두가 놀란 이변이었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글을 다루는 기량은 그것이 단지 행운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프랑스가 현대사에서 수행했던 전쟁의 부당함을 묘사하고, 식민주의 전쟁에서 저지른 야만적 행위에 대한 신랄한 고발을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0년대부터 인도차이나 전쟁과 알제리 전쟁, 현재의 화자 ‘나’가 바라보는 걸프전과 2005년 리옹 폭동까지 다루고 있어서, 1940년대부터 오늘까지의 프랑스를 그려낸 ‘거대한 벽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인문학협동조합 기획, 임태훈 외 지음, 알마 펴냄

“플라스틱은 현재를 과거로부터 단절시키는 재료였다.”

‘테크노컬처(Techno Culture)’는 미국에서 발명된 신조어다. 저자들은 이 용어를 ‘기술문화’라고 풀어 쓰지 않는다. “우리 시대 지배적 기술문화인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실패한 자리를 선명히 드러내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의 테크노컬처는 ‘극한의 아수라장’이라고 썼다. 저자는 일련의 기술 재앙이, 갑자기 일어난 악재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된 순서라고 주장한다. 시원을 좇기 위해 책은 한국이 거쳐온 압축 근대를 훑는다. 네오러다이트처럼 무조건 기술 발전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과학과 문학을 전공한 저자들은 전차·경운기·전자오락실·복사기· 김치냉장고·드론 등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지 적었다. 생소해서 흥미로운 기술사이자 문화사이다.

빅뱅의 메아리이강환 지음, 마음산책 펴냄

“1965년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감지되는 신호로 디키는 그것이 우주배경복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책 제목 〈빅뱅의 메아리〉는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이후 38만 년 뒤 나타난 태초의 빛이다. 이후 20세기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하기까지 물질과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우주가 막 태어난 직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38억 년 우주 나이와 비교하면 38만 년은 찰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 이강환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주론 분야의 최전선 연구 결과까지 뚜벅뚜벅 나아간다.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던 전작 〈우주의 끝을 찾아서〉에서 선보였던 솜씨가 신작에도 발휘됐다. 우주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인 과학자와 연구팀의 에피소드를 엮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위대한 발견 뒤에 숨은 ‘뻘짓’과 환희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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