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의 시대〉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열린책들 펴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제재를 걱정하는 기사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해빙 무드란다. 시진핑 주석이 집단 지도 체제를 1인 체제로 바꾼다고 시끌시끌하다. 한국과의 오랜 교류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신흥 초강대국이면서 세계 최대의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는 우리가 맞닥뜨린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을 알긴 알아야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추천받은 책이 에번 오스노스의 〈야망의 시대〉다.

이 책은 2005년 중국에 들어가 8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미국 〈뉴요커〉 기자가 쓴 논픽션이다. 중국 사회 내부의 정치·경제·사회적 격변 속에서 새롭게 부상한 개인들의 ‘야망’과 이를 통제하려는 ‘권위주의’ 간 충돌을 핵심 축으로 21세기 중국의 초상을 그려낸다. 저자는 변화하는 중국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타이완의 전도유망한 군인이 바다를 헤엄쳐 중국으로 탈출하는 첫 장면부터 독자는 눈을 뗄 수 없다(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 린이푸다). 명문대 출신의 젊은 민족주의자, 시골 출신 거부, 공산당 검열 속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여성 편집장에 이르기까지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지난 7월 간암으로 타계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와 만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일본만큼이나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나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서울 명동의 중국인 관광객이 달리 보인다. 꼭 중국을 알아야겠다는 각오가 없더라도 문장과 구성의 황홀함만으로 만족스러운 책이다. 2014년 전미 도서상 수상작답게, 잘 쓰인 논픽션이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선망하지도 깎아내리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여주려는 저자의 시선과 태도 역시 큰 미덕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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