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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악 밴드는 우리 인생에서 15분을 지워버린다

2017년 11월 20일(월) 제531호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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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 밴드 씽씽을 설명하며 <뉴욕타임스>는 ‘글램 록, 디스코, 사이키델릭 아트’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여장을 한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 흥에 겨운 듯 리듬을 타면서 노래한다. 그 뒤를 받쳐주는 연주는 어떤가. 펑크(funk), 디스코, 레게 등 흑인적인 바이브로 넘실거리는 연주를 듣다 보면 노래와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구나, 감탄사를 저절로 내뱉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이 밴드가 유튜브에 올린 15분짜리 라이브 동영상의 조회수는 70만 클릭을 훌쩍 넘었다. 먼저 정체부터 알려주겠다. 유튜브에 영어로 ‘ssingssing’이라고 친 뒤에 맨 위에 뜨는 동영상을 보면 된다.

씽씽은 국악 밴드다. 아니다, 정통 국악과는 거리가 먼 음악을 추구하니, 퓨전 국악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적확할 것 같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퓨전 국악’이라는 장르명 자체가 어느새 신선함을 상실한 나머지, 그들의 음악을 포착하기에 만족스러운 틀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럴 땐 그냥 그들이 쥐고 있는 요소들을 나열하는 게 낫다.

ⓒYouTube 갈무리
국악 밴드 씽씽의 미국 공영 라디오 NPR 공연 모습.

그들의 음악에는, 우리 민요의 창이 있고 서양의 악기 연주가 있다. 물론 이렇듯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내가 이 소중한 지면을 할애할 리 없다. 뭐랄까, 씽씽의 음악은 둘의 총합을 뛰어넘는 무엇이다. 먼저 그들은 소위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모았다. 이후 미국 음악계가 이들을 주목해 <뉴욕타임스>로부터는 “한국 전통 민요가 글램 록, 디스코, 사이키델릭 아트로 깜짝 놀랄 변신을 시도했다”라는 평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라이브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총 6인조로 구성된 씽씽에서는 창을 담당하는 가수 세 명이 전면에 나선다. 경기민요 명창 이희문, 신승태와 추다혜가 바로 그들이다. 이 3명의 소리꾼 뒤에서 이태원(기타), 이철희(드럼), 장영규(베이스)가 탁월한 연주를 들려준다. 멤버 구성만으로도 없던 호기심이 저절로 생길 것 같지 않는가. 내가 그랬다. 각종 민요 메들리를 포함해 ‘난봉가’ ‘사설 난봉가’ 등을 만날 수 있는 그들의 라이브 동영상을 대체 몇 번 감상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우리 민요 가락과 서양 리듬의 환상 결합

씽씽의 독특함은 음악을 넘어선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들의 무대에 국악 하면 떠오르는 한복은 없다. 국악기가 전무한 것과 마찬가지다. 대신 남자 멤버 둘이서 번쩍거리는 여장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는 과거에 여장을 하고 굿을 했던 박수무당의 전통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서양인들이 그들의 무대를 보며 데이비드 보위나 티렉스가 대표했던 글램 록을 자주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사실, 잘 안다. 씽씽의 음악이 음악 관계자와 마니아들에게는 호응을 얻었을지언정 엄청난 기세로 차트를 정복할 일 따위는 없을 거라는 점 역시 잘 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자세다. 완전히 새롭기는 불가능해도 창조적이라 부르기에는 충분한 음악이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음악에 능동적인 취향으로 관심을 표하는 팬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결국, 잘 말해지지 않는 소중한 것들이 잊히지 않는 방식으로 기억될 수 있다.

훌륭한 음악은 듣는 이의 수를 미리 고려하지 않고, 훌륭한 음악 팬들은 어떻게든 듣는다는 사실을, 씽씽의 무대를 보며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민요의 가락(로컬의 정체성)과 서양의 리듬(글로벌의 가능성)이 만나는 흥미로운 순간을 직접 경험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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