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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은 일본 학생운동의 끝나지 않은 투쟁이었다

2017년 11월 20일(월) 제531호
중림로 새우젓 (팀명)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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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건담은 아주 싫어합니다.” 자기가 만든 작품을 비판하거나 제작 중에 생긴 마찰을 언급하는 일은 영상물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정면으로 부정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관계자 전원의 집에 불을 지르러 갈까 생각했다” “이 DVD는 살 것이 못 된다”쯤 되면 대체 무슨 생각인 건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본인이 만든 작품을 대놓고 싫다고 말하는 이 사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이우일 그림
도미노 요시유키가 기획하고 감독한 <기동전사 건담>(1979)을 두고 흔히들 ‘리얼 로봇물의 시초’라 한다. <기동전사 건담>은 소재만 놓고 보면 ‘거대 로봇 영웅물’ 같지만, 들여다보면 이전에 나왔던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스스로 원해서 전쟁에 참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인공 아무로 레이조차도 우연히 탑승한 전함이 전투에 휘말려 전쟁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전쟁을 주도하거나 자진해서 뛰어든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미노 요시유키는 다른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같은 주제를 말해왔다. 민간인이 전투에 휩쓸려 사망하는 모습을 보여준 <무적초인 잠보트 3>(1977)나, 주인공이 사적인 복수를 위해 ‘메가노이드’들에 맞서 싸우는 <무적강인 다이탄 3>(1978) 같은 작품들은 ‘정의를 위해 침략자와 싸운다’라는 기존의 거대 로봇 영웅물들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승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도 아니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을 만들고 생긴 ‘몰살의 도미노’라는 별명은 작품 내 등장인물이 모두 죽는 충격적인 결말로 얻은 것이지만, 정작 작품은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남아 있는 전공투(전국학생 공동투쟁회의: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 조직) 세대들 중에서도 도미노 요시유키는 유달리 사회 비판을 강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항상 현실을 이야기한다. 세상은 시궁창이고, 전쟁은 잔혹하며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도미노 요시유키는 판타지를 만들어도, 로봇물을 만들어도, 현실에 한 발을 딛고 해피엔딩 같은 환상은 없다는 사실을 집어넣는다.

도미노 요시유키에게 애니메이션은 결과물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싫어하고, “제작사가 시켜서 한 일이다”라고 잘라 말하는 속내는, 사람들이 <기동전사 건담>이 보내는 메시지를 다르게 이해하고, 작품이 성공하자 돈을 벌기 위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다. 전쟁에 내몰려 죽어가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여 반전을 말하고자 했으나,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들은 우익 집단을 긍정적으로 그리거나,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주제를 담았다. 또 다음 세대를 향한 기대와 희망의 의미로 ‘뉴타입’이라는 존재를 만들었지만, 설정만 빌려와 뛰어난 능력을 가진 파일럿 정도로 소비되자 그는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도미노 요시유키에게 애니메이션은 메시지 전달하는 수단

도미노 요시유키가 <턴에이 건담>(1999)이나 <건담 G의 레콘기스타>(2014) 같은 신작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그는 세상을 향해 외친 자신의 목소리가 변질되자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메시지를 가장 잘 설명한 작품이 <기동전사 건담>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이리라. 무엇보다도 그 메시지를 왜곡해서 받아들인 사람만큼이나 제대로 들어준 사람도 많음을 알기에, 도미노 요시유키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현역으로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담아 애정 어린 일갈을 던지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독설을 퍼부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면, 그의 편에서 만수무강을 빌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1941년 11월5일. 도미노 요시유키, 현실을 말하려 세상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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