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기자가 다른 언론사 편집국장을 만날 일은 별로 없다. 쓴소리만 하는 편집국장은 매주 보는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 지난 9월의 그 일주일은 특별했다. 창간 10주년 특별 기획인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취재를 위해 미국 뉴욕과 필라델피아에 있는 언론사 네 곳을 방문해 편집국장과 탐사보도팀장을 인터뷰했다. 그중 〈프로퍼블리카〉 〈디인터셉트〉 〈쿼츠〉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대표적인 신생 강소 매체다.

ⓒ시사IN 양한모

지면에 다 소개하지 못한 이들의 ‘걸작’을 몇 개 소개하면, 〈프로퍼블리카〉의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An unbelievable story of rape)’라는 기사를 추천한다. 추리소설 같은 구성과 구체적인 팩트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기사다. 〈디인터셉트〉는 2015년 7월 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정원 RCS 사건 취재 때 처음 접했다. 〈디인터셉트〉는 당시 해외 언론 중 가장 발 빠르고 깊이 있게 이탈리아 해킹팀과 그들이 판매한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 보도했다. 〈쿼츠〉에는 지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기사가 많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사실 당신의 친척이다(Everyone on Earth is actually your cousin)’라는 기사는 간단한 수학적 가설로 시작해 철학적인 결론에까지 다다른다. 이런 언론사를 이끄는 수장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할 수 있어서 가슴이 뛰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언론사는 마지막에 방문한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였다. 무려 188년 된 이 언론사는 남북전쟁 때 말을 타고 신문을 배달하던 사진과 존 F. 케네디 암살 소식이 실린 1963년 11월22일 신문 1면이 벽에 걸려 있다. 가브리엘 에스코바 편집국장에게 물었다. “이런 풍부한 역사가 미래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나?” 그는 “역사는 벽에 걸어 장식하긴 좋다. 하지만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탐사보도 전통과 역사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위기의식은 날이 서 있었다.

내가 취재한 언론사 네 곳이 공통적으로 답한 저널리즘이 가야 할 길은 차별화와 탐사보도였다. 예전부터 안고 있던 숙제를 새로 새겨온 기분이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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