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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트럼프의 ‘나를 위한 감세안’

2017년 11월 28일(화) 제532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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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역대 최대 규모의 감세 법안을 내놓았다. 공화당은 ‘빈곤층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꼼꼼히 보면 철저하게 부유층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은 역대 최대 규모의 감세 법안을 오는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처리할 계획이다. 새로운 세금제도와 함께 새해를 맞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11월 안에 상·하원 모두에서 감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다음엔 대통령 서명만 받으면 된다. 공화당 측은 ‘그동안 소외되어온 빈곤층 및 중간층을 위한 감세 법안’이라고 선전하지만, 부유층만을 위한 ‘세제 퇴행’이라는 반발 여론도 거세다.

트럼프 감세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각종 사업체 관련 세금을 파격적으로 내린다는 점이다. 미국의 사업체는 세금을 내는 방법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법인(法人:Corporation)이고, 다른 하나는 비법인(Non-Corporation)이다.

법인 기업의 수익금은 두 차례에 걸쳐 세금을 부과받는다. 먼저 법인 기업이 자사의 수익금에 대해 법인세를 낸다. 남은 수익금 중 일부는 배당금 등 형식으로 법인 기업의 소유주(주주)들에게 건넨다. 소유주들은 그 배당금과 자신의 다른 소득이 합산된 금액을 바탕으로 개인소득세를 납부한다. 비법인 사업체와 관련해서는, 세금이 한 번만 징수된다. 수익을 낸다 해도 비법인 사업체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그 수익이 소유주에게 넘어가는 경우, 소유주는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납세의무가 사업체를 ‘통과’해서 소유주에게만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비법인 사업체를 ‘세금 통과 업체(pass-through)’라고 부른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부동산 투자업체 같은 ‘작은 고수익 업체’들이 비법인으로 조직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비법인 부동산 투자업체의 소유주다. 세금 측면에서는 비법인이 법인보다 유리하다.

ⓒAP Photo
11월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백악관에서 세제개편안 수정안이 통과되면 간소화될 납세 증명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에 제출한 감세 법안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현행 35%에서 절반에 가까운 20%로 인하된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애플, 아마존 같은 거대 법인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은닉해둔 수천억 달러에 대해서도 특혜를 베풀기로 했다. 그 돈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경우 5~12%의 세율만 적용할 방침이다.

비법인 ‘세금 통과 업체’의 소유주들이 이번 감세 법안으로 받게 될 혜택도 법인 기업 못지않다. 대다수가 초부유층인 소유주들은 비법인 사업체에서 받은 수익금(수령하는 순간 소유주의 ‘개인소득’이 된다) 가운데 39.6%를 개인소득세로 납부해왔다. 그러나 하원 법안이 시행되면 20%만 내면 된다. 세율이 19.6%포인트나 깎이는 횡재다. 부자들이 의도적으로 너도나도 비법인 사업체를 만들어 탈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감세 법안은 사업체뿐 아니라 개인에 대한 소득세제도 부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꾼다. 지금은 소득 규모에 따라 7개 구간으로 나눠 많이 벌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하원 법안에서는 소득 구간이 7개에서 4개로 줄면서 상당수의 가구가 이전보다 소득세 납부액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연간 5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부는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가구’로 간주되어 소득 가운데 39.6%(최고소득세율)를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하원 법안에서는 35%만 내면 된다. 최고세율을 내는 소득 구간이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하원 법안에는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항목이 곳곳에 있다. 미국의 공식 세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꽤 높은 편이다. 대신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공제(deduction)’ 항목이 워낙 다양하고 많다. 부유층들은 세무사나 법무법인의 도움으로 각종 공제나 세금 우대를 이용해 납부 세액을 크게 줄이곤 한다. 그래서 일정 소득 이상 가구에 대해서는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액’, 즉 최저한도세(AMT: Alternative Minimum Tax)를 내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공제 뒤 산출한 세액이 최저한도세보다 적다면 최저한도세로 납부하게 한다. 공화당의 하원 법안은 이 최저한도세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AP Photo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위)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을 맹비난했다.
위런 버핏, “후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소득 기준 최상위 0.2%만 납부해온 상속세(estate tax)도 ‘트럼프 감세’를 비켜가지 못할 전망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550만 달러 이상을 상속받는 경우, 최고 40%를 상속세로 낼 수도 있다. 하원 법안에 따르면, 1100만 달러 이상 상속받을 때만 세금을 내고 이마저도 2025년에는 폐지된다. 개인의 노력과 책임성이 강조되는 시장경제의 본고장 미국에서 ‘부의 세습’을 장려하는 조치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마저 상속세 폐지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한 방송사 대담에서 “(감세안이 통과되면) 나는 750억 달러를 35명의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아이들은 버핏이라는 성을 달고 태어난 덕분에 이집트 파라오처럼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후손들에게는 물론 자본주의 체제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다”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감세’도 국가정책인 만큼 빈곤층과 중간층을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하원 법안의 명칭도 ‘감세와 일자리 법안’이다. 부유층 이외 시민들의 세금 부담도 덜어줘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서민들에게 가능한 한 공제를 늘려주는 것이다. 공제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세금 계산에서 빼주는 것(소득공제)이다. 소득공제 이후 남은 금액, 즉 과세소득에 세율을 적용해서 납부 세액을 산출한다. 다른 하나는 ‘세액공제’인데, 이렇게 계산한 세액에서 다시 한 번 일정 금액을 빼주는 것이다. 돈을 벌고 쓰는 경로가 다양한 부유층은 다양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서민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하원 법안은 저소득층과 중간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표준공제’ 액수를 두 배로 높였다. 표준공제는 모든 납세자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소득에서 획일적으로 빼주는 방법이다. 그 덕분에 부부는 소득에서 2만4000달러(현재 1만2000달러), 독신 가구는 1만2000달러(현재 6000달러)를 뺀 뒤 세액을 산출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연소득이 2만 달러에 불과한 부부라도 표준공제(1만2000달러) 금액을 뺀 뒤 남은 8000달러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하원 법안에 따라 표준공제가 2만4000달러로 오른다면, 과세소득이 0달러 이하로 내려가므로 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게 된다. 하원 법안은 또한 부양 자녀 1명당 1000달러였던 세액공제 역시 1600달러로 늘렸다. 자녀가 1명 있는 가구라면 납부 세액 가운데 빼주는 금액이 현행 1000달러에서 1600달러로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부유층은 물론 서민층 세금 부담까지 덜어주다 보니 세수가 지나치게 줄어들게 된다. 국가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공화당은 향후 10년간 감세 규모를 1조5000억 달러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결의안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 그래서 하원 법안은 현재 시행 중인 공제 가운데 일부를 폐지해버렸다. 그 부담은 대부분 빈곤층과 중간층에게 돌아간다.

예컨대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1인당 4050달러씩 과세소득에서 빼주는 인적 공제(personal exemption)를 없앤다. 주택 대출이자도 공제 대상인인데 그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지방세 공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미국 시민들은 지방정부(주정부)와 중앙정부(연방정부)에 모두 세금을 낸다. 다만 연방세를 납부할 때 지방정부에 낸 소득세와 판매세는 공제받는다.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에 세금 중에서 일부를 양보하는 셈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일종의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방세 공제’의 폐지는 지방정부가 챙겨오던 저소득층 복지 등이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밖에 하원 법안은 의료비나 학자금 대출 등에 대한 세금공제도 없앴다.

‘부유층, 특히 초부유층을 위한 감세’

공화당이 상원에 제출한 법안은 하원 법안보다 온건한 편이다. 상원 감세 법안 역시 법인세율을 20%로 인하하지만 시행 시기는 2019년으로 늦췄다. 상속세의 면세 한도를 2배로 늘리되 폐지하지는 않는다. 학자금 대출이자나 의료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유지한다. 개인소득세율의 경우 소득 구간은 7단계로 유지하지만 구간별 세율을 내렸다. 그러나 ‘부자 감세’라는 큰 틀에서는 하원 법안과 다를 바 없다.

11월15일 현재 하원 법안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평가가 나와 있다. 공통점은 ‘부유층, 특히 초부유층을 위한 감세’라는 것이다.

미국의 비정파적 연구기관인 세금정책센터(Tax Policy Center)는 11월8일, 공화당의 하원 법안이 미국의 소득 배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기준 최상층으로 부(富)가 집중되며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된다. 하원 법안이 시행되는 첫해인 2018년의 경우, 1분위(소득 기준 최하위 20%)의 세후소득은 고작 0.4% 증가(현행 세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와 비교)할 뿐이다. 감세 덕분에 연간 60달러 정도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공화당이 ‘빈곤층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는데도 그렇다. 5분위(최상위 20%)의 세후소득은 1.9% 증가한다. 이 소득계층은 연간 4840달러 정도의 절세 효과를 실감한다. 특히 최상위 1%와 0.1%의 세후소득은 현행 세제와 비교할 때 각각 2.5%나 늘어난다. 1% 계층은 평균적으로 연간 3만7440달러, 0.1% 계층은 17만8560달러를 자신의 금고에 보관할 수 있다. 10년 뒤인 2027년에는 감세로 인한 빈부 격차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왼쪽 그래프 참조). 초부유층과 나머지 계층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지도록 세제가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이 같은 세제개혁안을 내놓고도 서민층에게 혜택을 주는 세제라고 우기는 데는 나름의 경제학적 배경이 있다. 하나는, 미국 사업체들이 세금에서 아낀 수조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설비와 공장을 마련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며 임금도 인상해서 경기 부양에 기여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높은 법인세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 인터넷 매체 VOX(11월2일)는, “법인세율과 임금 사이에 그런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희박하며 대체로 학계에서는 법인세 중 대부분이 (임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서 지급된다고 본다”라고 반박했다. 법인세율을 낮춰 임금을 올린다는 이야기는 난센스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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