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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편해질 때

2017년 11월 27일(월) 제533호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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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알람이 울렸다. 등기 번호? 우체국이 보낸 알림톡이었다. ‘언론중재위 출석 등기인가’ ‘손해배상 소장인가?’ 등기 번호 문자만 보고도 가슴이 덜컥했다. MB, 홍석현, 삼성, 국정원, 박근혜 5촌 살인 사건… 요즘 <시사IN>이 안 건드린 곳이 없기에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정작 배달된 건 사과였다. 발송인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기획실장이자 대변인이었던 이창근씨였다. 그는 동료 28명이 죽고 해직자 127명이 여전히 복직되지 않은 ‘쌍차 사태’의 맨 앞에 섰다. 해직자였던 그는 지난해 2월 복직했지만 약속된 나머지 해직자들의 복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동료를 두고 공장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었다. 복직한 뒤에도 몸과 마음이 아프다는 근황을 바람결에 전해 들었다. 

<시사IN>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인연이 깊다. 2014년 47억원 손해배상액을 물어야 할 그들의 사연을 송지혜 기자가 전했다. 그 기사를 본 독자 배춘환씨가 아이 태권도 학원비를 아껴 4만7000원을 편집국에 보냈다. 장일호 기자가 그 불씨를 살려 촛불로 만들었다. <시사IN>과 아름다운재단이 벌인 노란봉투 캠페인에 시민 4만7547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나 역시 노란봉투 캠페인을 계기로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 복직 패소 판결 등 쌍용자동차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노사 대표가 명예판사로 참여하는 독일 노동법원 취재를 다녀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회팀장 시절 막내 기자였던 전혜원 기자에게 노동 전문 기자가 되어보라고 권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전 기자는 그 말을 한 귀로 흘려듣지 않았는지 그 뒤로도 노동문제에 천착했다. 전혜원 기자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썼다. 5개 시중은행 인사 데이터를 입수해, 좋은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의 이면에 가려진 ‘유리천장’의 실태를 들여다보았다.

표지 이미지의 명찰 소품 이름으로 차용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이렇게 끝난다. 소설의 화자인 정신과 전문의 ‘나’는 김지영씨와 상담을 하며 “대한민국 평범한 40대 남자였다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세상”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김지영씨 사례를 통해 자신의 가정도 돌아보며 반성한다. 그런 그가 정작 병원 직원인 상담사가 임신 때문에 그만두자, 이렇게 독백하며 소설은 끝난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시사IN>의 고정 칼럼 이름처럼 이제 ‘불편할 준비’를 시작할 때다. 머리로는 기꺼이 불편할 준비가 되었지만 생활 속에선 너무나 익숙한 차별 문화에 무의식적으로 편승한다. 차별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나부터 불편해지자고, 이번 커버스토리를 내며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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