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시민K, 교회를 나가다〉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함께 만들었다. ‘선생님’, ‘실장님’ 등 여러 호칭을 섞어 썼지만 이제는 ‘목사님’이 가장 익숙하다. 연구소 사무실은 따로 없고 서울 서대문에 있는 민중교회인 한백교회(안병무홀)를 활용한다. 소박한 회당에는 단상이랄 것이 없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십자가가 귀퉁이에 걸려 있다. 종교는커녕 교회도 다니지 않는 내게 이 공간은 늘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왜 환대를 해주십니까’ 물을 새도 없이 어울리게 되는 자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엮음
돌베개 펴냄

연구소에서 벌이는 여러 활동 중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여는 월례포럼이 있다. 벌써 200회가 넘었다. 포럼은 교회와 신학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상황과 역할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젊은’ 연구자를 초대하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배제와 차별이 없는 세계를 꿈꾼다”라는 연구소의 지향처럼 기독교 신학을 잘 모르는 무교인도 제 나름껏 새겨들을 것들이 많다. 학교나 병원보다 교회가 더 많아 보이는 사회에서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욕망의 세태는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 해석과 담론적 실천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퇴행 징후 같다.

특히 작년 겨울 광화문광장에 거대한 촛불이 일렁일 때, 그 옆 서울광장에 휘날리던 태극기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와 십자가의 조합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한국적’ 풍경이었다. 왜 교회는 정치의 현장에서 가장 강퍅한 구호를 외치게 된 걸까? 교회의 동성애 반대 집회는 왜 그리 죽자 살자 할까? 〈당신들의 신국〉은 나눔이 아닌 세습, 환대가 아닌 배제의 기지가 된 한국 보수 교회의 속사정과 형편을 매섭게 살펴본다. 편집하면서, 고요가 그리울 때 성심이 궁금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작은 교회가 늘기를 바랐다.

기자명 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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