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숨진 국정원 변호사 형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달라”

2017년 11월 28일(화) 제533호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공유하기

구글+구글+ 카카오톡카카오톡 카스카스 라인라인 밴드밴드 네이버블로그블로그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가 10월30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정씨의 유족은 장례를 거부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형은 종이 가방에서 투명 비닐로 포장된 번개탄 하나를 꺼냈다. 비닐을 찢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곧바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빈 소주병 두 개 위에 연기를 내뿜는 번개탄을 올렸다. 자기 손가락을 찬찬히 확인했다. 까만 가루가 묻어 있었다. 소주병은 연기를 피운 지 몇 분이 지나야 깨지는지, 그을음이 주로 어디에 묻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독한 번개탄 탄내가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생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번개탄 실험만이 아니다. 죽기 전 들렀던 곳을 현장검증 했다.

지난 10월30일 이후 형 정민수씨(47·가명)에게 생긴 변화다. 그날 동생 정치호 국정원 소속 변호사(42)가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주차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정 변호사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조수석에 번개탄 한 개를 피운 채 숨져 있었다. 그는 ‘국정원 현안 TF’ 관련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했다고 알려졌다. 국정원 현안 TF는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었다(<시사IN> 제531호 ‘조작하라면 하고, 빼돌리라면 빼돌리고’ 기사 참조).

ⓒ시사IN 윤무영
정치호 변호사의 형 정민수씨(가명)는 동생이 숨지기 전 마지막 행적을 쫓으며 수많은 증거를 수집했다.
유족의 생각은 다르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장례도 거부했다. 국정원 소속 직원 유족이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고 장례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유족은 ‘참고인’에 불과했던 정 변호사가 죽을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고인은 10월23일 첫 조사를 받았고 10월30일 한 번 더 검찰에 출석해 관련 자료만 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유족들은 정 변호사의 마지막 행적을 집중적으로 쫓았다.

정작 죽음을 직접 설명해줄 차량 블랙박스는 없었다. 차에서 발견된 번개탄·소주 등을 당사자가 산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춘천경찰서는 정 변호사의 차량 속 콜라와 생수 등을 산 내역은 확인했지만 ‘자살 도구’를 산 기록은 아직 찾지 못했다. 정 변호사의 손에는 번개탄을 만진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정 변호사가 쓰던 휴대전화는 모두 3대였다. 현장에서는 한 대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그 한 대도 정 변호사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하루 전날부터 꺼져 있었다. 차량 트렁크에서 수사 기록 등을 싸는 보자기 3개가 발견됐는데 내용물은 없었다. 보자기 1개는 묶음이 풀리지 않은 채 가위질을 당한 흔적이 있다. 여행용 가방 하나와 캐리어도 모두 비어 있었다. 부검 감정서에는 칼륨 농도(15mEq/l)가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 보통 사람의 몸에서는 5mEq/l 이상으로 나오기 어려운 수치라고 유족과 유족 변호인단이 밝혔다. 정 변호사의 죽음과 관련한 의혹 등을 유족의 대표 격인 형 정민수씨와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치호 변호사 유족 제공
ⓒ정치호 변호사 유족 제공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날인 10월29일 정치호 변호사가 ‘투신’했다고 알려진 강릉 신리천교(맨 위 사진).
이곳은 수심이 깊지 않은 데다 평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해양경찰에 구조돼 지구대에서 쉬다가 귀가했다(위).


동생의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10월30일 숨진 채 발견됐고, 11월1일 부검했다. 부검하는 날 국정원 직원들도 상복을 입고 찾아왔다. 부검이 끝나면 임시로 시신이 안치된 강원대병원 영안실에서 옮겨 서울에서 장례를 치를 거라고 여긴 듯하다. 시신 인도증을 주기에 면전에서 찢어 던졌다. 처음 사건을 알릴 때 국정원 직원들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게다가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차 안을 보는 순간 그 느낌을 확신했다. 동생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이유도 모르고 끝낼 수 없었다. 가족 모두 같은 생각이다.

어떤 점이 이상했나?


우선 사건 당일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했던 것부터 보자.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된 게 10월30일 월요일이다. 그날 아침 9시부터 국정원 한○○ 직원이 부모님 댁으로 전화를 했다. 동생은 독립해 혼자 살았는데 국정원에서는 이 점을 몰랐다면서, 갑자기 아버지에게 ‘정치호 변호사가 출근을 안 했으니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말에 강원도 원주와 강릉에 갔는데 전날인 10월29일 아침 7시부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버지가 무슨 소리냐고 호통을 치자 ‘검찰 조사를 받았다’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때부터는 내가 대응했다.

ⓒ정치호 변호사 유족 제공
10월29일 정치호 변호사의 차량(추정)이 춘천 소양강댐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CCTV 장면.
검찰 조사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국정원 현안 TF 관련인가?


그렇다. 그때까지 전혀 내용을 몰랐다. 내가 꼬치꼬치 캐묻자 한○○ 직원이 상급자인 권○○ 과장을 바꿔줬다. 권 과장이 10월23일 월요일에 정치호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가 6~7시간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10월25일 수요일까지는 별일이 없었는데, 10월26일 목요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돌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다’ ‘나만 없어지면 된다’ ‘죽겠다’라는 말을 계속했다는 거다. 주말에 좀 쉰 다음, 그날(10월30일 월요일) 오후 2시에 2차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고 했다. 내가 그럼 좀 기다려보자고 했다. 통화할 때가 10월30일 오전이라 오후에 검찰에 출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갑자기 회사를 안 나갈 사람도 아니니까. 권 과장이 자꾸 “그때 붙잡았어야 했는데” “어디 묶어놨어야 했는데”라며 동생이 죽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2차 검찰 조사에 정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 2시20분이 되자 국정원 권 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출석을 안 했으니 신고해달라고 했다. 방법을 물으니 119로 전화해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119로 전화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위치추적’이라는 단어가 순간 생각이 안 났다. 실종신고 한다고 했더니, 119에서 그건 112로 전화하라고 했다. 급한 마음에 바로 112에 전화했고 실종신고 한다고 하니, 이름과 나이 그리고 직업을 물어보더라. 국정원 소속 변호사라고 했다. 신고를 마치자, 권 과장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신고했냐 직업을 말했냐고 묻더니, 119에다가 했냐고 확인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실종신고는 119가 아니라 112라고 오히려 왜 그렇게 시켰냐고 물으니까, 상대방이 말끝을 흐렸다. 그때부터 감이 안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15년 마티즈 차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국정원 임○○ 과장 유족에게도, 국정원이 119로 신고해달라고 했다더라. 119는 생명 구조가 우선이지만 112는 수사를 시작하다 보니 상황 파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건지….

신고 이후 경찰에서 언제 연락이 왔나?


오후 4시10분쯤에 강릉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마지막으로 전화기가 꺼진 곳이 강릉이라서 자기들이 확인한 바로는 “어제(10월29일) 아침 9시 반쯤 주문진 해변에서 투신을 했다”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니, 해양경찰이 구조해 파출소에서 1시간 반 정도 쉬고 귀가 조치를 했다고 했다. 투신을 했는데 어떻게 그냥 귀가 조치를 했냐고 따졌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투신’이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 직접 가봤는데 높이도 낮고 수심도 1.5m밖에 안 되는 곳이었다. 근처가 유명 관광지라 사람도 많았다. 진짜 죽으려고 했으면 뛰어들 만한 곳인가 싶더라.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던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정치호 변호사 유족 제공
ⓒ정치호 변호사 유족 제공
춘천 소양강댐 주차장에서 발견된 정치호 변호사의 차량 내부 모습. 고인이 사용한 휴대전화 3개 중 한 개만 남아 있었다.
정 변호사가 숨졌다는 소식은 언제 접했나?


신고한 당일 밤 9시25분쯤 권 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어쩌죠”라는 말로 시작해서 동생이 죽었다고 알렸다. 경찰에서는 정식으로 밤 11시 정도에 연락을 받았다. 나중에 춘천경찰서에 공식 확인해보니 동생이 발견된 게 밤 9시8분이었다. 국정원은 곧바로 알았던 거다. 부랴부랴 부모님을 모시고 춘천으로 가는 차 안에서 또 국정원 권 과장의 전화를 받았다. 동생 시신을 강원대병원으로 옮기는 중이니 소양강댐이 아닌 병원으로 오라는 거였다. 당시에는 이상하단 생각을 못했는데, 경찰보다 국정원이 더 빨리 움직였다. 나중에 춘천경찰서에 물어보니 공조수사를 안 했다던데, 국정원은 신속했다.

자동차는 언제 확인했나?

영안실에 갔다가 춘천경찰서로 갔다. 조서를 꾸며야 한다고 해서. 그런 다음 경찰서로 옮겨진 차를 보러 갔다. 현장은 이미 정리한 터라,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된 모습은 사진으로만 봤다. 자는 듯이 얌전히 운전석에 기대어 있었다. 춘천경찰서에서는 자살로 사건을 잠정 결론 내렸다. 혹시 현장에 제3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유족이 항의하고 변호인단이 꾸려지자, 사건 발생 3주일 만에 현장 감식을 제대로 했다. 그때 유품을 꼼꼼하게 봤다. 소주병이 총 3개 나왔는데, 병뚜껑은 1개밖에 발견이 안 됐다. 자동차 뒤에 골프채 2개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여기서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11월21일 꼼꼼하게 다시 현장 감식을 하니 지문이 하나 나왔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1월24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 변호사의 형(가운데 서 있는 이)이 번개탄을 들어 직접 시연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사라졌다고 하던데?


가족들 휴대전화에 각기 저장된 동생 번호를 다 확인했는데, 3개다. 사망신고를 하고 명의를 확인해보니 두 대는 동생 것이고, 한 대는 다른 사람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건 이 중 동생 명의 휴대전화 한 대뿐이다. 그마저도 10월29일 아침 7시에 꺼졌다. 그 직전 아침 6시55분과 7시에 서로 다른 국정원 직원과 통화했다. 동생이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를 한 직원들 말로는 “바닷바람 쐬고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 오늘 검찰 조사인데 내일로 미뤄달라. 하루 더 쉬고 내일 조사받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또 다른 직원은 내게 정 변호사가 평상시에도 2G 폰을 사용해서 배터리가 빨리 닳아 전화기가 자주 꺼졌다는 생뚱맞은 말도 했다. 심지어 동생이 사용한 번호가 하나가 더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

그럼 쓰던 휴대전화가 총 4대라는 의미인가?

그렇게 의심된다. 동생이 1차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다음 날인 10월24일 밤에 만난 동료 변호사가 있다. 법률 상담을 했다. 그 동료 변호사도 “네가 책임질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헤어지고 10월25일 아침에 동료 변호사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동생이었다고 했다.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상담한 건 모른 척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번호는 나도 처음 알게 된 거라,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전화해봤는데 모르는 사람이 받더라. 그 뒤부터는 쭉 꺼져 있다.

자살이 아니라면 사망 배경은 뭐라고 보나?

현재 국정원 같은 팀에 있는 파견 검사한테 들은 바로는, 정치호 변호사가 국정원 적폐청산 TF 소속이라 자료 접근이 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10월23일 1차 출석 후에 10월30일 2차 출석을 앞두고 자료 준비를 했던 거 같다. 사법처리 대상도 아니라는 말을 들은 데다 조사에 협조적이었다. 주말에 잠시 쉰 다음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검찰에 갈 준비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차에는 관련 자료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는데, 차나 강릉에서 묵었던 숙소 모든 곳에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 챙겨 간 가방이 두 개인데 비어 있다. 자료를 담은 법조인용 보자기가 차에서 발견됐는데 묶인 채 가위질한 흔적이 남은 것도 뒤늦게 확인했다. 나는 법조인이 아니라서 그 보자기가 세차용품과 함께 담겨 있기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현장 감식에 참여한 변호사가 딱 보니 알더라. 왜 저기 자료가 없고 널브러져 있느냐면서.

유가족 요구 사항은?

경찰이 자살로 단정해서 수사하지 말고, 타살 의혹도 열어두고 꼼꼼하게 수사를 해줬으면 한다. 또 정치호 변호사가 10월23일부터 10월30일까지 전화한 사람과 만난 사람, 그리고 그들이 또 다른 국정원 직원 등과 통화한 내역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봐야 한다. 이미 억울한 죽음인데, 만에 하나 타살이라면 다른 국정원 직원을 위해서라도 밝혀져야 하지 않나. 무서워서 누가 국정원을 다니고 싶어 하겠나.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