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2월 부시 행정부 시절 미·일 양국 정부는 ‘공통전략목표’에 합의했다. 앞서 2002년 12월부터 양국은 주일 미군 재조정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3년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 당시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주일 미군’ 역할의 재조정이었다. 하지만 이후 양국은 자위대의 역할·임무·능력에 대한 조정까지 포함해 미·일 군사 일체화의 길로 나아갔다. 2005년 10월 ‘주일 미군 조정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채택했고, 이듬해 5월 미군과 자위대의 부대·기지 재편 계획 등을 담은 ‘주일 미군 조정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잇달아 채택했다. 지난 10년간 미·일 양국은 공통의 전략 목표를 천명하며 ‘국제 정세’에 맞춰 일체화에 속도를 낸 것이다. ‘국제 정세’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의미한다.

미·일 군사 일체화를 위해 가장 먼저 시행한 조치는 주일 미군과 자위대 지휘부 간 지휘 시스템 통합이었다. 예를 들면 도쿄 도 후추 기지에 있는 항공자위대 총사령부를 주일 미군 제5공군 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기지로 이전했다. 같은 기지에 위치한 것이다. 자동경계 관제시스템(JADGE) 등 지휘통제 시스템 이전 작업도 진행되었다. ‘미·일 공동조정실’이 설치되어 정보 공유가 원활해졌다. 일본 정부가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통합운용 체제로 이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발맞추어 주일 미군사령부도 ‘공동통합운용조정실’을 요코다 기지에 설치했다.

ⓒ연합뉴스지난 6월1일 동해에서 공동훈련을 진행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함(뒤쪽), 칼빈슨 함(앞쪽)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휴가(왼쪽)와 나란히 한 모습.
육상자위대는 올해 말 육상총대를 신설하고, 육상총대사령부가 전 병력을 운용하는 체제로 바뀔 계획이다. 육상총대사령부가 신설되면, 자마 기지의 중앙즉응집단사령부는 ‘미·일 공동부’로 개편되어 미 육군과 육상자위대의 연계는 더욱 긴밀해진다.

이런 움직임 뒤에는 2015년 11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가동되기 시작한 ‘동맹조정 메커니즘(ACM: Alliance Coordination Mechanism)’이 있다. ACM은 평시 공동훈련과 경계·감시활동은 물론 대규모 전투 작전까지 미군의 지휘에 따라 자위대가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실상 미·일 통합사령부 구실을 한다.

일선 부대 단위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도 진행 중이다. 일본공산당 참의원인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해상자위대간부학교 작전법규연구실 내부 설명 자료를 입수해 폭로했다. 아키라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전투 작전에 나선 미군 군용기에 자위대의 급유·정비가 가능해졌다. 또 적 잠수함을 타격한 미군 헬기가 해상자위대 헬기 항모에서 급유를 받아 다시 공격에 나서는 것도 가능해졌다(2015년 7월, 참의원 안보법제특위). 이는 전쟁권 포기, 군사력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담은 평화헌법 9조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그래서 방위성도 애초 “헌법상의 검토를 요한다”라며 급유 지원에 대해 즉답을 피한 바 있다.

미·일 군사 일체화는 미국과 일본의 군수 기업도 적극 환영한다. 항공자위대는 현재 공중 급유기 KC767 네 대를 고마키 주둔지에 배치 중인데, 추가로 차세대 공중 급유기 KC46A를 미호 주둔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와쿠니 기지에 F35를, 미사와 주둔지에 F35와 글로벌 호크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방위성은 MD (미사일 방어 체계) 대응이 가능한 이지스함을 네 척에서 여섯 척으로 늘릴 계획인데 최근 들어 이지스함 두 척을 더 건조하기로 했다. 방위성은 이 두 척에 미사일의 위치 정보를 다른 이지스함이나 조기경계기 등과 공유할 수 있는 CEC(공동교전능력) 체계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일 두 나라의 이지스함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동시 운용하려는 미군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발 벗고 지원하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중공업 기업 IHI의 사업장에는 F35 정비를 담당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비거점이 설치될 예정이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아니다”

미군과 자위대의 합동군사훈련 횟수는 미·일 군사 일체화를 상징적으로 설명해준다.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선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합동군사훈련을 116차례나 실시했다. 아베 정권 이후 통상 연 1회 실시되던 통합훈련(미국 육해공군·해병대, 일본 해상·육상·항공자위대가 모두 참여하는 훈련)도 2년마다 한 차례 더 실시하고 있다.

미·일 군사 일체화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방위성은 내년 3월 ‘일본판 해병대’라 불리는 ‘수륙기동단’을 신설하고 2개 연대 약 2100명을 아이노우라 주둔지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가 괌으로 이동하게 될 2020년 상반기 안에 추가로 신설될 1개 연대를 캠프 핸슨에 배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미·일 군사 일체화 움직임은 한국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9월 5차 북한 핵실험 이후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가 괌의 미 공군 앤더슨 기지에서 이륙해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당시 규슈 주변에서 항공자위대 쓰이키 기지 소속 F2 전투기 2대가 B-1B를 호위했고, 공해 상공에서 한국군 전투기에게 이를 인계했다. 한·미·일 3국은 올해 3월22일에도 비슷한 공동훈련을 실시했는데, 여기에도 항공자위대 신덴바루 기지 소속 F15 전투기 6대가 참가했다. 해상자위대는 지난 3월7~10일 동중국해 주변 해역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는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 함(CVN-70)과 해상자위대 호위함 ‘사미다레’ ‘사자나미’의 공동순항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3월14~15일 양일간 한·미·일 3국은 탄도미사일 정보의 공유에 관한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 이후 네 번째 훈련이다. 한반도 동쪽과 일본 북쪽 해역에서 전개된 3국의 이지스함(한국 세종대왕함, 미국 커티스 윌버, 일본 기리시마)이 전술 데이터링 시스템을 사용해 탄도미사일 정보 등을 공유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한·미·일 정상 간의 오찬 자리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아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1월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 인터뷰 때도 “한·미·일 삼각 공조가 긴밀해져야 하는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지,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로 대표되는 국민 정서를 반영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균형외교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균형외교 기조의 가장 큰 복병 가운데 하나가 미·일 군사 일체화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자명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특파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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