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일어난 날은 졸업식 이틀 전이었다. 밤 10시18분, 공장 지붕이 무너졌다. 일주일간 내린 눈을 지붕이 이겨내지 못했다. 무너져 내린 지붕 밑에 열아홉 살 고등학생 김대환군이 깔렸다. 김군은 현장실습생이었다. 2014년 2월 울산에서 공장 지붕 사고로 숨진 김대환군. 3년 전 장일호 기자가 쓴 기사에 주어를 바꿔 다시 읽어보았다. 지난 11월19일 숨진 이민호군을 넣어 읽어보니 사건의 원인, 경과, 그리고 회사와 학교와 정부 당국의 책임 떠넘기기까지 모두 똑같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현장실습생들은 공장에 가서야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대환군이나 이민호군이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도 똑같았다. 잔업, 특근, 교대근무…. 장시간 노동으로 현장실습생들에게 쥐어지는 돈은 200만원 안팎. 어른들은 과정이야 어떻든 학생들 손에 쥐어지는 그 돈에만 주목했다. 3년 전 김군이 숨진 공장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내 친구 살려줘’ ‘대환이 살려 보내’라는 절규를 적었던 대환군의 친구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제가 선생님한테 잔업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말씀드렸어요. ‘돈 많이 벌어 좋겠네’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학교 책임자들은 또 다른 돈으로 압박을 당한다. 지원금이다. 실습(취업) 중인 학생 기준으로 취업자 통계를 잡고 취업률에 따라 각종 지원금을 받다 보니 학교는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몰게 된다. 현장에 내보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주어만 바꿔 3년 전 기사를 다시 읽는데 한숨이 여러 번 나왔다.
노동 관련 기사는 언론사에서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래도 현장실습생 산재는 언론이 보도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김대환군도, 구의역 김군도 언론에서 적지 않게 다뤘다. 그때마다 문제점도 파헤쳤다.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3년 전과 달라진 게 있기는 하다. 무기력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 11월11일 특성화고등학교 청소년들이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특정 진로와 직장을 강요받지 않고 취업과 재취업, 진학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 및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 등 10대 권리를 요구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틀린 말이 없어서 더 부끄러웠다.
3년 전 장일호 기자는 이렇게 기사를 끝맺었다. ‘죽음으로 질문하는 이 아이들에게 사회는 어떤 대답을 돌려줘야 할까?’ 우리는 그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열여덟 살 이민호군의 죽음을 다룬 커버스토리가 현장실습생의 마지막 산재 기사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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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77쪽 분량 기사 [편집국장의 편지]
원고지 77쪽 분량 기사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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