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
크리스틴 돔벡 지음
홍지수 옮김
사이행성 펴냄

오래전에 알던 이가 차가 막히면 이런 말을 내뱉곤 했다. “다들 왜 차를 가지고 기어나온 거야?” 역시 우리도 차 안에 있었기에 그런 그가 모순적이라고 여겼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에 있는 들보는 못 보냐’며 그를 나무랐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를 처음 읽은 직후, 어퍼컷을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감동, 미안함, 부끄러움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한 달 전쯤 “넌 좀 이기적인 것 같아”라는 뉘앙스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누군가가 떠올라,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뜬금없이 느껴질 사과를 했다. 내 이기심이 너를 이기적이라고 명명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가 떠올라 전화를 걸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광고 문구는 편집자의 ‘실화’인 셈이다. 이제야 떳떳하게 밝히지만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는 예상과는 달리, 이기주의자들과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비판이나 공감, 혹은 이에 대처하는 비책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행태들을 타자화해 “나만 빼고 다 이상해”라며 남 탓으로 돌리는 ‘나’ 중심의 사유 구조를 복기하게 만드는 성찰로 무장한 글이다. 아주 이기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소녀의 놀라운 반전으로 엔딩을 맞는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는, 이 시대가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스트들과 이기주의자들로 차고 넘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깨부순다. 이 책의 알리바이이자 페르소나인 철학자 지라르의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그들을 나르시시즘 환자로 낙인찍는 일이 더 쉽다’는 메시지를 빌려 저자는 사려 깊고 따뜻한 어조로 ‘너 자신을 알라’고 조언한다. 

스포일러가 두려워 영문으로만 존재했던 이 책의 원제는 〈타인들의 이기심〉이다.

기자명 김윤경 (사이행성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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