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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하려고 교수 되었나?

2017년 12월 13일(수) 제534호
이대진 (필명·대학교 교직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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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정치권과 사학이 총장 임명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총장을 대학 구성원들의 대표자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대리인 삼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청와대’가 교육부를 통해 국립대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고 한다. 국립대가 추천한 1순위 총장 후보 대신 2순위 후보가 임명되고, 교육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한 일들이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공개된 바 있다. 정치권과 관료들이 대학 총장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이나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하청업자로 보았다면, 사립대 재단은 총장을 가족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여기는 모양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사립대 67곳 중 총장직을 3대째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는 한 사립대를 포함해 29곳의 대학에서 재단 설립자나 이사장의 자녀 또는 친인척에게 총장직을 세습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족벌 경영’이다.

대학 총장은 인구 수천~수만명인 소도시나 다름없는 대학 공동체를 이끌어간다. 동문과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하나의 대학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최대 수십만명에 달하기도 한다. 총장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을 관리·배분하는 실질적 권한을 지닌다.

ⓒ김보경 그림

교직원 처지에서는 회사 사장에 해당하는 총장과 일을 하다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실적 좋은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중징계가 경징계로 바뀌기도 하며, 부족하다던 예산이 갑자기 추가 배정되고, 동문이 창업한 이름 없는 기업이 학교 잡지에 첨단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일부 정치권과 사학이 총장 임명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총장을 대학 구성원들의 대표자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대리인으로 삼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권한의 남용과 과시 탓에 캠퍼스 안에서는 총장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얼마 전 다른 대학 교직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는 소속 대학 총장들의 스타일이 화제에 올랐다. “카메라를 너무 좋아하셔. 자기의 모든 동선에 카메라가 무조건 있어야 돼. 스마트폰 갖고는 안 되고 대포처럼 생긴 큰 렌즈 달고 플래시 팡팡 터뜨려줘야 한다니까.” “학생들이 자기한테 인사를 안 한다고 예절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하셨대요. 대학 다닐 때 총장이 누구인지 알고 다니셨어요?”

총장 하려고 교수 되었나

교직원들이야 뒤에서 수군거리지만 교수와 학생들은 총장을 향한 비판이나 불만을 더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재임용이나 승진을 앞둔 젊은 교수들은 ‘정 맞는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 납작 엎드리지만, 시니어 교수나 목소리가 큰 몇몇 교수는 자기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총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정중한 항의나 불만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 표를 빚졌거나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면 총장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학생들도 학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불통이다” “물러나라”며 총장을 공격하고 괴롭힌다.

그럼에도 몇몇 교수는 마치 총장이 되기 위해 교수가 된 것처럼 재수, 삼수, 사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대학 총장이 되기 위해 현재의 총장직을 내던지는 사람도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장관으로 호출당하는 대학 총장 출신 인사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교수들의 행보를 이해해보려 한다. 다만, 총장이 되려는 이들 중 총장직 공모 공고문에 담긴 요건을 충족하는 적임자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씁쓸할 뿐이다. ‘학식과 덕망을 지니고 리더십과 행정능력을 고루 갖춘 분을 총장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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