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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성 15호가 남다른 이유

2017년 12월 12일(화) 제534호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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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11월29일 발사한 화성 15호는 1단 추진체에 백두산 엔진을 두 개 장착해 사거리를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재진입과 종말단계 유도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다.

북한이 11월29일 발사한 화성 15호가 화성 14호와 다른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되기 위한 관건은 1단 추진체다. 1단 추진체에는 미사일 주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화성 12호와 화성 14호에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18일 성공리에 시험을 마친 백두산 엔진이 장착됐다. 백두산 엔진은 옛 소련 RD250 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그런데 RD250 엔진은 위력은 좋으나(80~90t) 부피가 너무 컸다(지름 3m). 그 절반만 잘라 개조한 게 백두산 엔진이다. 당연히 추력도 40~45t으로 반토막 났다. 화성 12호와 화성 14호에서는 부족한 추력을 2단 추진체에 보조 엔진을 달아 보완했다. 화성 12호가 3~5t인 보조 엔진(버니어 엔진) 두 개를 장착했다면 화성 14호는 네 개를 장착하는 식이었다.

북한이 지난 7월4일에 이어 7월28일 두 번째로 화성 14호를 발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백두산 엔진 추력이 RD250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부피 문제로 절반으로 줄였으리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월28일 화성 14호 발사 후 미사일 전문가인 미국 존 실링 박사나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 등이 의문을 제기했다. 2단 추진체의 연소 시간을 고려할 때 북한이 보유했을 정상 탄두(탄두 무게 500~600㎏)를 장착할 경우 발사 초기 추정했던 1만㎞대 사거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정상 탄두보다 가벼운 200~300㎏의 모의 탄두로 사거리를 늘리는 눈속임을 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국내에서도 항공대학 장영근 교수 등이 200㎏대 모의 탄두로 북한이 사거리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백두산 엔진의 추력 문제가 부각됐다. RD250 엔진을 개조해 썼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추력이 떨어져 사거리가 제대로 나올 것 같지 않자 북한이 조작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75일의 침묵 끝에 북한이 11월29일 화성 15호를 발사했다. 발사 직후 국내외 전문가들이 2단 추진체에 관심을 기울인 건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미사일의 주 엔진이 있는 1단 추진체를 손대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짧은 시간에 새로운 엔진을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단 추진체의 보조 엔진 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무한정 가능한 게 아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다음 날인 11월30일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화성 15호 관련 사진과 발사 장면 동영상을 보면, 문제의 1단 추진체에 백두산 엔진을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장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화성 15호의 엔진 추력은 1단 추진체만으로도 80~90t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 2단 추진체의 부피가 화성 14호보다 커져 1단 추진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볼 때 보조 엔진의 수도 6개 정도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와 산화제의 양이 늘어나면서 길이도 2m가량 늘어났다. 기존의 8축짜리 ‘자행 발사대(TEL·이동식 발사대)’ 대신 9축짜리 발사대를 새로 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11월2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화성 14호에 비해 추력이 상당히 늘어난 신형 ICBM이 탄생한 것이다. 사거리로만 보면 정상 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전역에 도달할 능력을 확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11월30일 언급한 대로 “재진입과 종말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로 압박

이제 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지켜보며 다음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미국의 대응 방향은 이미 윤곽이 드러났다.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29일(현지 시각)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1월30일(현지 시각) “북한의 핵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주동력은 원유다.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무역의 90%와 유류 공급의 30%를 각각 차단했지만 원유는 여전히 공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이 미국 요구대로 원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유 공급 중단과 더불어 미국이 강력하게 고려하는 게 해상 봉쇄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관계자는 11월2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해상 차단과 원유 공급 중단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해상 차단의 경우 여러 형태가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갈지, 국내적으로 할지 안보리 결의안에 녹일지 등을 고민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 예비역 소령 그레그 킬리는 11월19일자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 기고문에서 대북 군사 공격과 북한 핵 보유 용인 등 두 가지 선택 외에 제3의 북한 대응법으로 해상 봉쇄를 거론했다. 그는 “제재와 마찬가지로 반항하는 국가를 서서히 질식시켜 백기를 들게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AP Photo
북한 미사일 도발에 관해 조태열 유엔 주재 대사(왼쪽)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대화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독 출신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은 9월13일자 블룸버그 통신 기고문에서 해상 봉쇄가 중국을 압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상 봉쇄로 원유와 핵·미사일 개발용 첨단기계·원자재의 북한 반입 및 섬유·해산물의 수출을 막았는데도 이런 물자 거래가 계속된다면 북·중 접경지대를 통한 밀거래일 수밖에 없어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응은 한마디로 북한의 마지막 숨통인 원유 공급을 차단하고 장기간의 해상 봉쇄로 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CNN 특파원이 평양에서 인터뷰한 북한 관리는 자신들의 핵 억지력을 미국에 충분히 과시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핵 억지력 과시의 방법으로 “핵탄두의 공중폭발이나 대형 수소폭탄 시험 그리고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들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은 화성 15호 발사로 입증했다. 그 외 대형 수소폭탄 시험은 풍계리 3번 갱도를 통해 언제든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다. 핵탄두의 공중폭발은 지난 9월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발언한 “역대급 수소폭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성 14호나 15호의 산화제인 N2O4 (사산화이질소)는 영하 11℃ 이하에서는 얼어붙어 사용하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적연질산을 섞어 겨울에 쓰기도 하지만 추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북한이 11월29일 화성 15호를 발사하고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도 이런 요인을 감안했기 때문일 수 있다. ‘태평양 상 폭발시험’을 결심했다면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결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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