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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유가 오른다고? 셰일오일에 달렸다

2017년 12월 20일(수) 제535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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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수출국기구가 석유 ‘생산 감축’ 조치를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의 경쟁력이 높아 유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30일, 오스트리아 빈에 모인 산유국들은 내년 3월에 종료할 예정이던 ‘생산 감축(감산)’ 조치를 내년 연말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석유라는 상품의 가격(유가)’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2016년 11월, 석유 생산량을 당시 수준에서 180만 배럴(오펙은 120만 배럴, 러시아 등 비오펙 국가들은 60만 배럴)을 줄이기로 결의했는데, 그 결정이 이번에 다시 연장된 것이다.

산유국 간 국제적 차원의 결탁은 용인되어왔으며 어떤 경우에는 권장되기도 한다. 유가는 높아도 문제지만 너무 낮아도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2016년 말 감산이 그랬다. 지난해 유가(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기준)는 배럴당 25달러 정도로 출발했다. 중반까지도 40달러대로 매우 불안한 보폭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오펙과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하자 대다수 국제 언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 가까이로 올라갔다. 가격을 받치는 힘은 약했다. 올해로 넘어와서도 지난 10월까지 상당 기간 주로 40~50달러대에 머물렀다. 11월 들어 ‘감산 연장’이 예측되면서 비로소 6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1월30일 총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 유가는 오히려 폭락했을 것이다.

ⓒEPA
11월30일 석유수출국기구 정기 총회에서 발언하는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
2018년 유가는 어떨까? 상당수 언론은 감산 연장으로 유가가 인상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감산 자체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고르게 참조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정학적 변수가 중요하다. 석유 산지인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다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중순 이란과의 핵 협정을 사실상 파기한 뒤 다시 경제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 중이다. 12월 들어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중동 정세에 불을 지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카타르 등 시아파 국가 간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국가부도를 맞게 된다면 국제 유가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오펙 회원국들이 합의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소수의 공급자들이 짜고 생산량 감축으로 가격을 올리는 카르텔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일단 가격이 오른 뒤에는 생산량을 조금만 늘려도 큰 이익을 보게 된다. 하나의 공급자라도 배신하면(생산량을 늘리면), 다른 생산자들 역시 같은 행위로 빠져들면서 카르텔이 해체된다. 오펙에서는 역사적으로 개별 회원국의 배신행위에 따른 감산 실패가 잦았다. 오펙과 러시아의 카르텔이 깨지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다. 다만 이번 감산에서는 의외로 협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협약 준수 수준(compliance level: 감산 목표 대비 실제 감산량)’이 무려 96%에 이르렀다.

또한 세계경제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 원유 수요도 증가하면서 유가가 오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한결같이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세에도 ‘셰일 혁명’ 이상 무

내년 유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셰일 원유 및 가스 부문으로 보인다. 2010년대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 추세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셰일 혁명’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규제 덕분에 미국의 원유 수출은 아직 활발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수입이 크게 줄면서 국제시장은 공급 포화 상태에 빠졌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아시아를 대상으로 원유 수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Bloomberg
미국 텍사스 주의 셰일오일 유전 개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오펙 등 기존 산유국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자들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2014년 중반 이후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오펙 주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을 오히려 크게 늘렸다. 자승자박으로 보이지만 나름의 경쟁 전략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채굴 비용은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매우 낮다. 2016년 1월에는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27.9달러까지 떨어졌지만, 그 가격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익을 낸다. 반면 미국 셰일 부문의 평균 채굴 비용은 배럴당 40~50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일반적 추산이다. 유가가 그 이하로 형성되면 상당수 셰일 업체들의 문을 닫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가격 하락만큼 총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문제는 생산량 증가로 해결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1만원짜리 제품을 1만 개 팔아 1억원의 총수입을 거두어왔다고 치자. 만약 해당 제품의 가격이 5000원으로 내려갔는데 총수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면 제품 판매량을 2만 개로 늘리면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을 하루 1000만 배럴까지 늘리기도 했다. 더욱이 손해를 보더라도 감산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오펙의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과 러시아는 가만히 앉아 이익을 보게 된다. 자신이 손해 보더라도 경쟁자의 무임승차를 허용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오펙 측의 저유가 공세는 실패했다. 2016년 11월 오펙 감산 합의는 일종의 패배 선언이다. 만약 미국의 셰일 부문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유기업 아람코 같은 초거대 기업들로만 이루어졌다면 저유가를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황기에도 거대한 고정비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부문에는 중소기업이 많다. 그만큼 사업을 그만두기도 쉽고, 유가가 오르면 새롭게 뛰어들 수도 있다. 더욱이 신기술에 기반한 혁신으로 채굴 비용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셰일 부문의 승리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IA의 ‘단기 에너지 전망(11월7일)’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올해 하루 평균 추정치(920만 배럴)보다 70만 배럴 많은 990만 배럴로 예측된다. 미국의 역대 원유 생산량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는 미국산 원유인 WTI(서부텍사스산)와 유럽 원유의 기준인 브렌트유 사이의 가격 차이에도 반영된다. EIA는 2018년 WTI 원유가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5달러 정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8월에는 그 차이가 배럴당 2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산 원유의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WTI 가격이 브렌트유에 비해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대다수 유력 분석 기관들의 내년도 평균 유가 예측치(브렌트유 기준)는 올해 말(12월7일 현재 61.7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 ABN암로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중동에서 실제로 변란이 터지거나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크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18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59달러로 예측했다. 감산 연장 덕분에 내년 상반기에 60달러를 웃돌다가 점차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유력 언론사 블룸버그는 35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브렌트유 선물가격 전망치를 집계했는데, 그 중간값은 배럴당 56.25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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