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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길러낸 전 세계 엄마들

2017년 12월 29일(금) 제536호
허은선 (캐리어를끄는소녀 대표)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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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로 노트북 파우치 이미지를 보내오는 칠레 친구가 있다. 그녀는 12월 중순 한국에서 나온다는 이 파우치만을 기다린다. 파우치의 재질, 크기, 가격도 모른 채 그저 SNS에서 본 이미지만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가 콜라보레이션으로 출시할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국으로는 주로 케이팝 아이돌 굿즈를 구해달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해외 팬들은 서울 코엑스 SM아티움 등에서만 파는 굿즈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지 친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허은선 제공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해외 친구들이 보내오는 이미지 속 굿즈를 식별해내기 위해 평소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엑소와 워너원은 멤버가 많아도 매스컴 노출이 빈번해 얼굴과 목소리를 외우기가 쉬웠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난이도가 높았다. 2013년에 데뷔했다는데 그동안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굿즈 구입 요청량을 비교해보면 방탄소년단은 엑소와 워너원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팬들은 해외에서는 쓸 수도 없는 티머니카드에 방탄소년단 멤버 사진이 찍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친구들에게 전국 CU 편의점을 돌아다니게 했다. 방탄소년단 패턴 로고가 찍힌 퓨마 운동화가 나왔을 땐 소녀들이 많이 신는 230㎜이나 240㎜ 사이즈부터 동이 났다. 아미밤(ARMY BOMB)이라는 이름의 응원봉도 해외로 부쳐달라고 한다. 걱정이 많은 나는 혹시라도 이들의 응원봉이 세관에서 폭탄으로 분류될까 봐 불안해서 ‘BOMB(폭탄)’이란 글자를 스티커로 가리고 포장해 부치곤 했다.

그러다 요즘 방탄소년단 ‘DNA’가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니 뒤늦게 궁금해졌다. 생계를 위해 이들의 굿즈만 사다 날라주느라 정작 이들의 매력을 파고들 여유가 없었다. 노트북 파우치를 사겠다는 칠레 친구에게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평소 가격 문의만 하던 친구가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방탄소년단은 스스로 두려움과 고통을 느껴봤기 때문에 우리를 위로할 줄 알아. 비록 언어가 다르지만 나는 그들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 그들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 사회문제를 다루는 음악은 방탄소년단 외에도 세계 여러 밴드가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좀 달라. 그들은 아무도 몰랐던 기획사 소속이야.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가 마치 그들을 길러낸 ‘엄마’ 같다고 느껴. 특별하지.”

지난달 CU 편의점에서 방탄소년단 칫솔을 구해달라고 했던 베트남계 미국인에게도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친근함. 그리고 소통.”

해외 친구들에게 주는 위안에 감사하기도 신기하기도

그녀는 약 2년 전 방탄소년단이 탄 부이(Thanh Bui)라는 베트남 출신 오스트레일리아 작곡가와 콜라보레이션 음악 작업을 하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접했다고 한

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어로 노래 한 소절을 부르는데 인상 깊었어. 팬들을 웃게 만들 줄 아는 것 같아.” 언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이 방송에 출연하고 몇 시간만 지나면 유튜브에 팬들이 만든 자막과 함께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강조했다. “언니, 우리 아미(방탄소년단 팬)는 강해.”

칠레와 미국 친구 모두 방탄소년단이 음악에 담는 사회적 메시지와 팬들과의 소통 능력을 높이 샀다. “잘생겨서” “노래를 잘해서” “춤을 잘 춰서” 같은 대답을 기대했다가 살짝 민망해졌다. 먼 곳의 친구들에게 방탄소년단이 위안과 웃음을 주고 있다니, 어쩐지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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