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가족 때문에 한국을 떠나 살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은 한국이 예전보다 괜찮아 보여” 하는 말을 거듭해서 들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보는 게 안쪽에서 보는 것보다 정확할지도 모른다. 나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지난겨울 광장을 걷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손에 들고 있었던 건 정확히는 촛불보다 야광봉에 가까웠고, 사람들이 저마다 들고 나온 그 다채롭고 즐거운 빛들은 바닷속 물고기 무리를 떠올리게 했다. 걷는 것이 꼭 헤엄치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게 엉망이라고 느꼈었다. 발밑이 꺼지는 기분으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 속에서 어떤 경이로운 경험을 공통으로 하게 되었고, 이제 엉망인 부분들을 맞닥뜨려도 예전처럼 낙담하지는 않는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엉망에서 벗어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흥미로운 나라에 살고 있다. 기이하고 유쾌한 자부심이 생겼다. 엉킨 것을 한 줄, 한 줄 풀어갈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이뤄나갈, 아직 오지 않은 공동체를 그리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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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웃음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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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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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5일 ‘이재용 재판’ 1심 선고는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다. 뇌물공여, 횡령,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위증 등 5개 혐의에 유죄·일부 유죄. 징역 5년형. 이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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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책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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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용성 정병혁·글 이기호(소설가)
시린 바람이 불던 12월 초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다가 대형 성조기를 들고 있는 일군의 ‘태극기 부대’를 만났다. 젊은 사람들은 ‘미쳤네’ ‘정상이 아니야’ 같은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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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도시의 여자 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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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빛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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