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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문재인 거침없는 질주

2018년 01월 02일(화) 제537호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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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반년 넘게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지형에서 입법에 집착하지 않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내년 지방선거 압승을 노린다.

‘올해의 인물’은 편집국 기자들 투표로 선정된다. 현직 대통령이 후보로 오른 경우가 드물다. 현직 대통령은 언제나 이슈를 주도할 수밖에 없고, 그의 행보는 늘 한국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해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 현직 대통령이 아닌 경우가 오히려 드물어서, 현직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2017년은 그 전례를 깰 수밖에 없는 해다. 2017년은 한국 헌정사의 일대 변곡점이었다. 2016년 겨울의 촛불집회에서부터,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인용과 5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격동은 2017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한동안 한국 정치의 경로를 강하게 구속할 사건이었다. 1987년 민주화가 이후 30년간 한국 정치를 강하게 구속했던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이 격동을 상징할 단 한 명을 꼽자면 문재인 대통령이다.

ⓒ윤성희
5월9일 당선이 확정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재진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 촛불은 2017년 대선의 기본 구도를 결정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박근혜 정부를 만든 옛 새누리당 계열 후보의 탈락은 기정사실이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선 레이스 내내 당선권에 근접한 적이 없다. 득표율 24%는 보수 정당 후보가 거둔 최악의 참패다. 촛불이 만장일치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안철수 후보는 한때 문 후보를 오차범위 안으로 따라붙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 박근혜 탄핵 찬성 여론이 70% 이상을 유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문재인 후보가 탄핵 찬성파 전체를 흡수한 대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는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12월 2주차까지 한국갤럽 주간 정례조사 중에 국정수행 지지도가 70%를 밑돈 것은 단 두 번(9월 2주차, 9월 4주차)이다. 취임 이후 반년이 넘도록 70% 이상의 지지율을 안정되게 유지한다. 탄핵 찬성파를 거의 대부분 지지층으로 흡수한 상태라는 의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문 대통령의 임기 6개월 지지율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은 역대 2위다. 최근 세 차례 전임 정권(노무현·이명박·박근혜)에서는 ‘허니문 기간’ 없이 빠르게 반대파가 결집하는 양상이 되풀이되었다.

2016년 촛불은 분명 대통령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헌정 중단과 격변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쳐놓은 헌정을 복원하기 원했다. 대표 구호는 “이게 나라냐!”였다. 복원되어야 할 체제란, 국가권력이 특정 세력의 하수인이 되지 않는 체제, 통치자가 위임받은 권한을 법에 따라 사용하는 체제, 권한을 잘못 휘두르면 통치자라도 처벌받는 체제,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핍박을 받지 않는 체제 등을 뜻했다.

ⓒ연합뉴스
‘이게 나라냐!’라는 2016년 촛불의 구호에 응답해 ‘나라다운 나라’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체제의 복원에 힘썼다.

2017년 대선은 이 체제 복원이라는 명령을 누가 수행할 것인가를 고르는 과정이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가 애초부터 배제된 것은 그래서 필연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배제될 이유가 없었으되, 문재인 후보와의 경쟁에서 적임자로 선택받지 못했다. 문 후보는 대선 슬로건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택했다. “이게 나라냐!” 구호에 대한 응답이자, 촛불의 체제 복원 명령을 수행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대선이 일단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자, 그때부터 2016년 촛불은 문 대통령이 체제 복원의 명령을 완수하는 데 이해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래야만 촛불 역시 진정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촛불과 문 대통령은 일종의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가 지난해 박근혜 탄핵 찬성 여론 추이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정치학자들과 분석가들도 “예상 이상”이라고 입을 모으는 높은 지지세의 장기 지속이다. 촛불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배타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대선이 끝난 후에는 새 정부를 촛불의 대리자로 거의 흔들림 없이 추인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촛불로부터 받은 사명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9월19일 올해의 세계시민상 수상 연설에서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라고 말했다. 10월28일에는 촛불집회 1주년 특별 메시지를 냈다. 12월6일에는 8대 종교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외교 무대에 갈 때마다 모든 나라가 한국의 촛불혁명을 ‘민주주의를 되살린 쾌거’로 높이 평가해주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다. 입법부의 지형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까다로운 숙제 하나를 문 대통령에게 던졌다. 자유한국당은 2016년 촛불이 ‘체제 밖’으로 판정내린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세력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116석을 보유한 원내 2당이다. 촛불정신 계승을 내세운 정부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협력적 파트너십은 애초에 불가능한 선택지다.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가 중대 고비

그렇다면 가능한 옵션은 둘이었다. 첫째,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나머지 야당들과 연합을 구축한다. 정책 연대부터 내각 참여까지 여러 차원의 연합을 고려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자유한국당의 의석은 문재인 정부의 입법과 예산을 가로막기에는 부족하고, 임기 첫해에 입법 성과를 올릴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적폐 청산의 핵심인 권력기관 개혁안으로 제시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나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이루려면 결국 입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 기조를 이 방향으로 잡지 않았다. 연합을 구축해 1년차부터 입법에 속도를 붙이는 노선은 확실히 아니다.

“우리는 2018년 6월까지 캠페인 기간이라는 각오다. 그때까지는 여전히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하고 간다.” 최근 청와대의 한 고위급 참모가 정치권 인사들과 교류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것이 가능한 두 번째 옵션이다. 2018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이 선거까지는 지지율 관리를 최우선으로 둔다. 그때까지는 입법에서 빈손으로 돌아서는 것도 감수한다. 실제 통치력에서 어느 정도 제약을 받더라도,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지방선거 압승을 노린다.

ⓒ청와대
7월24일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다짐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유권자에게는 대선이 가장 큰 선거이지만, 정당에게는 지방선거가 어떤 의미로는 ‘가장 큰 선거’다. 가장 많은 선출직이 결정되고, 선출직 선거 결과에 따라 직접 파생되는 일자리 역시 가장 많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마저 참패할 경우 보수는 존립 기반이 위태로울 정도로 주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의 1년차 기조는 명확히 이 방향을 가리킨다. 이쪽이 촛불의 명령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내년 6월이면 문 대통령의 이 중대한 선택이 옳았는지가 확인된다. 제대로 작동한다면, 2016년 촛불의 체제 복원 요구는 냉전적 보수의 주변화라는 형태로 완결될지 모른다. 반대로 지방선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진보·보수 양강 구도로의 복원력이 작동할 수도 있다.

대외 환경은 지지율 그래프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임기 첫해를 강하게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화해·협력 기조로 나가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에 동참하는 노선을 택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는 한·중 관계에 큰 부담을 안겼다. 청와대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를 평화 기조로 돌려놓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외 문제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 전후가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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