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 업무에는 비단 몰캉한 환자의 배를 어루만지거나 컴퓨터로 지시를 내리는 것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중에는 가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먹다 남긴 알약을 하나하나 세어 분류하고, 그가 어떤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가늠하는 것.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환자의 손목에 일렬로 나 있는 열상을 꿰매는 것. 목숨을 끊기 전 억울한 인생을 정성스럽게 토로하는, 맞춤법도 안 맞는 유서를 읽는 일 따위다. 하지만 수액과 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현장의 다른 업무처럼, 이 또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일이다. 응급실 의사의 일이란 계속 이런 일일 것이다.

 

ⓒ이원웅피 흘린 환자의 이동식 침대가 지나간 바닥.
ⓒ이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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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사진 이원웅·글 남궁인(응급의학과 의사·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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