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 업무에는 비단 몰캉한 환자의 배를 어루만지거나 컴퓨터로 지시를 내리는 것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중에는 가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먹다 남긴 알약을 하나하나 세어 분류하고, 그가 어떤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가늠하는 것.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환자의 손목에 일렬로 나 있는 열상을 꿰매는 것. 목숨을 끊기 전 억울한 인생을 정성스럽게 토로하는, 맞춤법도 안 맞는 유서를 읽는 일 따위다. 하지만 수액과 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현장의 다른 업무처럼, 이 또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일이다. 응급실 의사의 일이란 계속 이런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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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으니까요”
“우리가 옳으니까요”
사진 신선영·글 조남주(소설가)
KTX 해고 여승무원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파업, 해고, 노숙투쟁, 고공농성, 강제연행 같은 단어를 담담하게 주고받았다. 이제 우리는 이런 얘기를 울지 않고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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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어야 사는 세상
목숨을 걸어야 사는 세상
사진 정택용·글 이진우(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직업환경의학 전문
1970년, 노동자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1987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다. 촛불항쟁으로 세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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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사는 유람선
사랑을 사는 유람선
사진 박종우·글 장일호 기자
중국의 신흥 부자들에게 사랑은 사냥하는 것. 거액을 건네받은 ‘러브 헌터’가 거리로 나선다. A4 용지보다 가는 허리, 휴대전화로 가려지는 종아리…. 구혼자가 원하는 신체 조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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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명이 사망한 ‘문화유산’
122명이 사망한 ‘문화유산’
사진 이재갑·글 문정우 기자
“엄마, 등대만 새거네.”아이의 눈은 날카로웠다. 크루즈선에서 군함도를 바라보던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엄마에게 말했다. 아파트와 학교, 병원까지 다 폐허가 됐는데 등대만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