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등대만 새거네.”


아이의 눈은 날카로웠다. 크루즈선에서 군함도를 바라보던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엄마에게 말했다. 아파트와 학교, 병원까지 다 폐허가 됐는데 등대만 새하얗다. 이곳에는 1974년 폐쇄되기 전까지 등대가 필요 없었다. 밤에도 대낮같았다. 일본 근대화에 동력을 제공한 이곳 하시마 해저 탄광에 강제징집된 조선인 광부는 1944년 800명이 넘었다. 확인된 사망자만 122명이다. 사고가 났다 하면 막장에서 일하던 조선인이 먼저 죽었다. 낯이 아무리 두꺼워도 문화유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차라리 범행 증거에 가깝지.

 

ⓒ이재갑1916년 군함도에는 일본 최초로 콘크리트로 지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는 강제징집된 조선인 광부들이 살았다. 일본인이 거주한 65동 아파트.

 

 

 

기자명 사진 이재갑·글 문정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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