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이란 현대사를 관통한다.

소녀는 죽도록 맞았고, 어떻게라도 죽고 싶어 했고, 결국 강제로 낯선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처참하게 시작한 한 소녀의 인생은 팔레비 독재정권, 호메이니 신정 정부, 그리고 이란·이라크 전쟁 등을 거치며 매번 극적인 과정을 지난다. 중요한 사실은 본인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의지, 외부적인 사건, 사회적 변화에 의해서 규정되고 또다시 규정된다는 점이다. 강제로 히잡을 벗었다 썼다 해야 하고, 시대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녀는 영웅과 배신자 사이를 오간다. 같은 사람들에 의해 숭배받고 찬양받다가 같은 사람들에 의해 버림받는다. 칭찬받을 이유가 없다고 해도 모두들 칭찬하고, 억울하다고 울부짖어도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물론 이 와중에 기회주의적인 태도들도 넘실거린다. 연애편지를 보관하고 답장을 준비했다는 이유만으로 죽도록 괴롭혔던 큰오빠는 본인의 손익에 따라 그녀를 성녀로 만들고 궁극에는 다시 그녀를 죽이려 든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슬람이라는 억압적인 종교?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도? 독재정권의 인권유린? 모든 것이 맞다. 종교는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문화는 여성의 입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가족이건 사회건 남성은 모든 면에서 문제이고, 독재정권은 독재정권의 방식으로, 이슬람 정권은 이슬람 정권의 방식으로 그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억압한다. 분류 가능하고 해석 가능한 모든 것들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만약 소설이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났다면 추천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여느 뻔한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는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이란

〈나의 몫〉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허지은 옮김
북레시피 펴냄
내에서는 수차례 출간 금지가 되기도 했던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의 몫〉은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진보적인 문제의식’ 이상의 현실을 묘사한다.

그녀는 생각보다 기회와 성공을 누리고, 이슬람 사회는 생각보다 인간적이며, 전혀 엉뚱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희망이 절망이 되고, 가장 의지하던 것들이 최종에서는 가장 고약한 모양이 되고 만다.

학문이나 이념의 잣대로 세상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수많은 것을 놓친다는 것과 동의어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문학이란 결국 모든 학문의 앞자리에서 여전히 자신을 과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이 책이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도 우리의 어리석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명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