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션아파트’라니, 생각해보면 이상한 조합이다. 저택을 말하는 맨션이 집합 주거인 아파트의 수식어라니, 맨션은 어떻게 아파트의 이름이 되었을까. 1978년 프랑스 대사관이 나서서 프랑스 주택과 다르다고 해명해야 했던 ‘불란서식 2층 주택’의 표현은 어디서 시작된 말일까.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는 사물과 현상을 관찰해 기록하는 ‘박물지’라는 표현대로, 집의 호칭에서 출발해 주거와 관련된 사소한 것들의 존재 이유와 내력을 추적하고, 이면에 담긴 한국의 주거 문화와 사회적 의미를 읽어낸다. 기억 속에 남아 있거나 흔적으로 남은 대상들로 우리의 ‘생활 세계’를 재구성하고자 한 저자는 건축학과 주거학의 언저리에 놓인, 주로 제도와 법령으로 만들어지고 시장의 전략에 의해 교묘하게 이어진 집과 도시의 흔적 및 기록을 추적해간다.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되는 기록을 탐색하기도 한다. 아파트 복도에 마련된 장독대의 흔적과 다용도실, 0.6평 식모방, 더스트 슈트와 곤돌라 등 삶의 변화를 반영하며 등장했다 사라지는 일상의 사물들을 유적처럼 발굴해 그 배경을 밝힌다. 구하기 힘든 도면과 광고 사진, 그리고 김현과 박완서 소설의 인용은 이를 풍부하게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서양식 문화생활을 표방해 설치했던 선룸과 테라스가 법 개정을 통해 확장형 발코니로 변질되는 과정을 적으며, 필자는 주택 선택의 우선 고려 사항이 오로지 ‘사적인 전용 공간의 확장’으로 귀결하는 중요한 변화를 지적한다. 도시를 단지 중심으로 개발하고 주거는 상품으로 전락해 오로지 내 집의 공간만 확장하면 되는 ‘공간적 절연’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
박철수 지음집 펴냄
우리를 둘러싼 이 배타적인 공간 환경은 공적인 영역에 무심한 ‘사회적 절연’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에 모델하우스가 어떻게 우리를 내적 공간에만 적응시켜왔는가에 대해 읽다 보면, 삶에 대한 고려보다 상품 가치가 우선이 되어온 우리 주거 문화의 실체를 마주한다. 집에 대한 취향과 기호가 과연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라고 묻는 필자는 씁쓸하지만 시장이 우리의 운명을 만들고 법령과 제도가 개인을 규정하고 말았다고 결론 내린다.

불란서식 주택의 기원을 추적해가다 보면 양옥에 대한 판타지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듯, 지금 삶의 풍경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근원과 기원을 살피다’ 보면 우리의 감춰진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집은, 우리의 도시는 무엇으로 작동되고 어떤 욕망을 드러내고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의 실체와 도시의 풍경이 만들어진 계기와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떠올릴 수 있을까.

기자명 임진영 (건축 전문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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