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도 페미니즘의 물결은 이어졌다. 〈시사IN〉 설문에 응답한 출판·편집자들은 송인서적 부도 사태에 이어 페미니즘 관련 책이 큰 사랑을 받은 것을 올해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서울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혐오가 공고화하는 한편으로, 2017년의 여성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또한 연대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는 없다〉 〈그럼에도 페미니즘〉 〈페미니즘 리부트〉 등 여러 저자가 참여해 펴낸 공저가 많았다.

김민섭 사회문화 평론가가 〈기획회의〉에서 지적했듯 어느 한 운동가가 지침을 내리고 현상을 규정하기보다 여러 여성이 각각의 언어로 글을 묶어냈다. 남성 저자가 쓴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남 오빠에게〉처럼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 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페미니즘 책 인기는 20~30대 여성이 출판 시장의 ‘헤비 리더’(heavy Reader)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각종 출판 통계에서 이 나이대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책을 많이 구매한다는 점은 이제 상식이다.

작고 예쁜 문고판 서적과 표지를 새롭게 바꾼 ‘리커버’ 서적이 인기를 끈 것도 올해 중요한 출판계 흐름이었다. ‘쏜살문고’(민음사), ‘마음산문고’(마음산책), ‘땅콩문고’(유유), ‘소설의 첫 만남’(창비) 등 이름도 다양한 문고판 서적이 독자들에게 찾아갔다. 책이 팬시 상품화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지만, 작은 책은 다품종 소량생산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이 밖에도 출판·편집자들은 ‘도서정가제’ ‘도서구입비 연말정산 제외’ ‘김영사 대표 구속’ ‘SNS 저자로 지나친 쏠림’ ‘자연과학 도서의 약진’ 등을 올해 주요한 이슈로 꼽았다.

ⓒ시사IN 신선영페미니즘의 기세는 2017년에도 이어졌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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