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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8년 01월 10일(수) 제538호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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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직 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PD가 지난 12월8일 MBC 사장에 취임했다. 거침없는 개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는 통렬한 반성을 통한 신뢰의 회복이 MBC 재건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복직이 극적이었다. PD로 해직된 지 1997일 만에 사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월8일 취임한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PD수첩>이 낳은 간판 스타였다. 최승호 PD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과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을 제작했다. 그는 2012년 해직된 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에서 탐사보도를 이어갔다. 영화 <자백>(2016)과 <공범자들>(2017)을 만들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반성’과 ‘신뢰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는 한편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임원들과 함께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과거 MBC 보도에 대해 사죄했다. 최승호 체제가 들어선 지 20일이 지난 12월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4층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처음부터 사장 출마를 고려했나?

MBC를 오랫동안 다녔지만 내가 사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 <PD수첩> 부장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에서 책임 PD를 거쳤는데 그때 보직자는 불편한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느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로서 충실하기보다 일종의 비본질적인 일에 에너지를 많이 써야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만 전념하는 게 내가 갈 길이라 생각했다.

ⓒ시사IN 윤무영
최승호 MBC 사장은 취임 후 김재철·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갑자기 사장에 도전한 계기는?


이번에 MBC를 정상화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좋은 사장 후보가 있었다면 내가 앞장서서 모셔오는 데 전력을 다했을 거다.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워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MBC 정상화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숙명이라면 회피하지 말고 그 역할을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취임 한 달을 자평한다면?


일단 산산조각 난 조직을 다시 모아 묶어서 이렇게 서 있게 세우는 정도를 했다고 할까. 전임 김재철·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국을 찢어놓았다. 그것부터 손을 대 다시 조직을 복원하고 조직의 수장들을 바꿨다. 12월26일부터 박성호·손정은 앵커 체제의 <뉴스데스크>가 전파를 탔다. 시작은 했지만 아직 제한적인 역량만 발휘된 상태다. 제대로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드라마 같은 경우 시스템이 많이 무너져 있다. 시스템 복원부터 해야 한다. 이렇게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1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 그 뒤 우리가 새로운 역량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복직된 해고자들이 중용되었다.

일각에서 논공행상 시각으로 보면서 비판하는 분도 있다. 논공행상은 아니다. 해고자들이야말로 과거 신뢰받던 MBC 시절에 동료들의 신망은 물론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들이다. MBC가 정권에 장악되기 전에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었다. 김재철씨가 들어온 뒤 그런 이들을 모두 비제작 부서로 보내면서 MBC가 망가졌다. 당연히 유능한 사람들 그리고 동료·선후배로부터 신뢰받는 사람들을 제작 부서로 복귀시키는 게 맞다. MBC 기강을 확실히 세우고, 정의를 바로세우고, 업무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중용하는 게 정상화의 길이다.

ⓒMBC 홍보실 제공
2017년 12월13일 최승호 MBC 사장과 경영진이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에게 그동안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자유한국당은 최승호 체제의 MBC가 문재인 정권에 장악됐다고 공격하는데?


이번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청와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전부 취재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 일부는 오히려 내가 사장이 되면 정부의 잘못을 찾아 지나치게 비판할까 봐 우려하고 경계하는 분도 많았다고 하더라. 그런 분들이 저를 불편해해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인터넷 댓글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청와대는 내가 사장이 되는 데 전혀 개입한 바가 없다.

향후 권력과의 관계 설정은?

내 소신은 공영방송은 독립적이어야 하고, 언론은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여야를 50대50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기계론적 균형을 말하는 건 아니다. 정치권력은 대한민국 미래와 국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MBC는 그 점에서 정도를 걸을 것이다.

보수 세력은 최 사장이 노조위원장 출신이어서 MBC를 ‘노영방송’이라고 비판한다.

<조선일보>에서 노영방송이라고 하던데, 언론 비평지 <미디어오늘>에 재미난 게 났더라. <조선일보> 홍준호 발행인과 양상훈 주필이 모두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그러면 <조선일보>도 노영신문이라 해야 하나. 그걸 보고 실소했다. 노조위원장은 사원들한테 나름 신망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아무나 시키는 거 아니지 않나.

ⓒMBC 화면 갈무리
MBC 파업의 상징이었던 박성호 기자(왼쪽)와 손정은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 앵커로 기용되었다.
앞으로 경영 과정에서 노조와의 관계 설정은?


경영 측면에서 노조가 대단한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 노조는 여론을 수렴하는 하나의 창구다. MBC 내 2000명 이상 사원의 의견을 하나로 단일화해 집약시켜낼 수 있는 곳이 노조이다. 경영하는 처지에서는 노조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게 당연하고 중요하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충돌 없이 관계를 설정하고 화합하는 게 정도(正道) 경영 아닐까. 그걸 노조가 경영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건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독일은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근로자대표위원회)가 보장되어 있다. 그럼 독일 방송들이 다 노영방송인가?

MBC가 그동안 신입 기자를 뽑지 않았다.

전임 김재철·김장겸 체제에서 일부러 신입 공채를 안 했다. 공채로 한꺼번에 많은 이들이 들어오면 노조에 가입해버리니까 그러지 못하게 하려고 경력직만 뽑았다. 경력직 면접할 때 일일이 ‘고과가 나쁘면 연봉을 10% 깎을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원천적으로 노조 가입을 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면접 과정에서 지역이나 정치 성향을 묻고 심사하기도 했다. 그런 잘못을 바로잡아 정상화하려고 한다. 2018년 신입 사원 공채를 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대외 행보로 세월호 분향소를 찾은 이유는?


사장에 출마할 때부터 ‘가장 먼저 MBC가 해야 할 일은 반성’이라고 말했다. 임원들 인사를 낸 뒤 처음 간 곳이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였다. 그동안 MBC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폄훼하고 상처 입히는 악의적 보도를 해온 데 대해 무릎 꿇고 참회했다. 자기반성 차원에서 <PD수첩>이나 <MBC 스페셜>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직도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임 사장 체제의 주요 보직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물을 계획인가?

그들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데, 그리고 공영방송 MBC를 망치는 데 앞장섰다. 공정방송을 하려는 동료와 선후배한테 불이익을 주고, 자기는 보직자로서 특혜를 누렸다. 그런 사람들을 보직에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 혜택을 줄이고 원상 복귀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MBC 안의 구체적인 적폐 청산 계획은?

김재철·김장겸 체제 때 잘못을 저지른 주요 보직자들을 인사 조치하는 것으로 청산의 첫발은 내디딘 상태다. 다만 징계나 법적 책임을 묻는 부분이 남아 있는데 관련 조사를 면밀하게 하려고 한다. 내부적으로 그동안 잘못됐던 일을 조사하고 청산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가칭 ‘MBC 재건 및 정상화위원회’를 만들었다. 노사 공동으로 공정방송 관련된 사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그런 다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부패 사건에 대해 감사국에서 아주 면밀히 감사할 계획이다. MBC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끝까지 묻고 대외적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씻어내는 내부적 노력을 계속하려고 한다.

노조는 대전MBC 이진숙 사장 등 지역사와 자회사 경영진도 적폐 세력이라고 꼽는데?

그 부분도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다 해결될 거다. 지난 12월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방 MBC 5개사 사장 등을 해임했고, 앞으로 나머지 사장들도 책임을 물게 될 것이다. 다만 서울 본사가 100% 주식을 갖고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지역사도 있어서 소액주주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고 덜 걸릴 뿐이다. 대전MBC의 경우 주주들하고 접촉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조만간 정리될 거다.

무너진 MBC의 신뢰 회복 기준을 무엇으로 보는가?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MBC의 위기는 비즈니스 위기가 아니다. 신뢰의 몰락이 부른 위기다. 재미있는 드라마와 예능을 못 만들어서 이 상황이 온 게 아니고,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 신뢰를 잃어서 이렇게 된 거다. 그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신뢰 회복 방안은?

진실 추구가 먼저고, 그다음에 공정보도를 할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도 상당히 경쟁력이 있지만 드라마 쪽은 상당히 어렵다. 많은 드라마 PD들이 회사를 떠났다. 드라마 PD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공영방송의 드라마로서 부끄럽지 않게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새해에는 MBC <뉴스데스크>가 JTBC <뉴스룸>보다 더 신뢰받을 수 있을까?

9년 전만 해도 MBC <뉴스데스크>가 시청자들로부터 최고 신뢰를 받았다. MBC가 망가지면서 JTBC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우리가 다시 회복하겠다는 것은 만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면서 시청자 신뢰를 얻다 보면 가능하리라 본다. 나는 MBC 기자들의 능력을 믿는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면 국민 신뢰를 빨리 되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승호 체제 이후 지난 12월11일 MBC가 ‘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MB 비리 관련?’이라는 단독 보도를 했다. 청와대가 정정 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는데?

사장으로서 구체적 보도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 만약 우리 보도가 오보였다면 언제든 오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후속 보도를 해야 한다고 내부에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오보라고 인정하는 후속 보도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최 사장이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보도에 개입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억측이다. 내가 그동안 탐사보도를 할 때 경영진이 개입하는 걸 제일 싫어했던 사람이다. PD 시절에도 일절 경영진 간섭을 용납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재철 사장이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방송하기 전에 보자고 해서 내가 안 된다고 거절했다. 노동조합과 빨리 단체협약을 체결해서 보도 자율성 등에 대해 규범을 확립하려고 노력 중이다.

드라마 부흥과 관련해 PD들이 MBC를 떠난 이유가 뭐라고 보나?

공신력을 잃은 MBC를 부끄러워하는 측면이 있었다. 채널 이미지가 급전직하로 떨어져서 MBC 다닌다는 걸 숨기고 싶어 했다. 업무차량 주차할 때 스티커 달고 차단기 앞에서 전자식으로 통과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하더라. MBC 로고가 붙어 있는 것을 시민들이 싫어해서 차량에 붙은 로고를 뗐다고 하더라. 이렇다 보니 PD들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사라졌고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MBC 채널로 방송되면 신뢰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PD들이 떠났다. 이제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PD들의 자존감도 올라가고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방안은?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무한도전>이 핵심인데 그 외에 <나 혼자 산다> <라디오 스타> 같은 프로그램도 꽤 사랑을 받는다. <무한도전>은 당연히 대표 프로그램이니까 더 좋은 제작을 하도록 많이 지원해서 지금까지의 한계를 뛰어넘게 할 생각이다.

보도나 저널리즘 측면 이외에 MBC 경영의 숙제는?

경영은 사실 힘들다. 모바일 등 디지털 방송 확대로 공중파 방송 광고도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 중국에 콘텐츠를 팔아 상당히 많은 수익을 냈는데 사드 배치 역풍에다 중국 자체 콘텐츠 보호 차원의 견제까지 겹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재철 체제 이후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안 하고 현상 유지만 하려고 해서 콘텐츠 경쟁력도 떨어졌다. MBC가 경영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모험적인 투자와 시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MBC 사장으로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영방송이 망가지면서 국민 여러분께 돌아간 피해는 말도 못할 정도로 컸다. 공영방송이 제구실을 했다면 세월호 참사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시스템 점검을 통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다. 또 공영방송이 제대로 소임을 했다면, 박근혜·최순실이 그렇게 무모하게 국정 농단을 했을까.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덜 부패했을 것이고,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자유로웠을 것이다. MBC는 앞으로 복원될 거다. 본격적인 복원 과정에 들어섰고 MBC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방송을 할 거다. KBS도 지금까지보다 훨씬 나은 모습으로 똑바로 설 거라 기대한다. 그렇게 하면 SBS도 더 좋아질 것이다. 이렇게 공중파 방송사들이 과거와 완전히 다른 내용의 방송을 한다면 우리 사회도 상당히 좋은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런 노력들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잘못하는 건 질책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너무 이른 질문인데 사장 임기를 마친 뒤 계획은?

MBC 정상화 복원 소임이 끝나면 다시 저널리스트로 돌아갈 생각이다. 주변에도 약속했다. 돌아가서 또 독립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크겠지(웃음). 더 좋은 영화 만들어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영화를 만들 때가 가장 재밌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장은 어딘지 불편한 탈을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 면에서 저널리스트로서 후배랑 같이 취재 다니고 밤새 편집하는 게 내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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