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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전도사’ 김부겸 장관의 고민

2018년 01월 18일(목) 제539호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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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 간 연대의 정신을 헌법에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불균형이 고착되지 않고 지방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전도사다. 안정적인 수도권 지역구(경기도 군포시)를 내던지고 2012년 총선에서 ‘험지’ 대구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김 장관은 꾸준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화두로 던져왔다. 2018년은 개헌 논의가 예정되어 있고, 개헌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 골격을 설계할 주무부처를 맡은 김 장관은 이제 자신의 정치 슬로건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들 권한과 책임을 맡았다. 2017년 12월27일 서울 행정안전부 장관실에서 1시간 동안 만났다.

ⓒ시사IN 조남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 소멸 우려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지방을 되살리려면 뭐가 필요한가?

향후 30년 이내에 읍·면·동 40% 가까이가 없어져버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잖나. 그래서 필요한 게 하나는 제도 설계다. 또 하나는 뻔한 얘기 같지만 우리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모든 지역의 수준을 균일하게 맞춰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어디 살든 간에 이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갖춰주는 데는 합의하자, 그러려면 우리 공동체가 가진 자원과 기회를 어느 정도는 나눠 쓰자는 합의를 하자는 거다. 그 합의의 최고 형태가 개헌에 반영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 균형발전 전략의 공과는?

박정희 정부가 문제의식이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안보 위협 요인으로 봤다. 북한과 가까운 수도권에 너무 몰려 사니까. 박정희 정부에서 그린벨트를 도입했다. 물론 재산권을 제약당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눈물에 국가가 제대로 답을 못한 과는 있지만, 당시 수준에서 대단한 국가 전략이었다. 당시는 수도권을 틀어막으면 인구나 일자리가 밖으로 저절로 흘러넘칠 거라 생각했던 시대다. 결국 그건 잘 안 됐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을 억제해 지방에 혜택을 주자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서, 지역의 경쟁력을 살리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 상징이 혁신도시다. 장관이 되고 다녀보니까 실감하는 게 나주 혁신도시 같은 데는 완전히 달라졌다. 거기를 거점으로 해서 광주·전남 지역에서 일자리와 문화적인 기회가 확 달라졌다. 물론 더 나아가야 한다. 지역에 있는 분들은 지역 대학과 기업 등을 엮어서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럴수록 기회가 지역에 많이 생긴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을 억제한 정부로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는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 그 이미지는 종부세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대한민국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불균형, 자산의 불균형이다. 수도권 아파트 값이 평당 5000만원씩 하는 과정에서 그 아파트 가진 분들이 무슨 땀을 흘렸나? 이 사회에 기여한 게 있어서 받은 건가? 어느 날 그 지역이 갖는 지리적 이점이 그 사람한테 집중된 거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렌트(지대)다. 부동산이 단적인 예지만, 너무 많은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거기서 렌트가 생긴다. 수도권을 억누르자는 게 아니라, 이런 렌트는 어떻게든 돌려주자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보수 언론은 규제를 풀어서 효율적인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으로 지방에 나눠주자고 한다. 이 방식은 안 되나?

그 말대로 될 거면 지금까지 왜 한 번도 제대로 나눈 적이 없나. 도시 간 경쟁 시대라고들 말한다. 좋다. 그 도시들이 최적의 경쟁력을 가지려면 혐오시설을 멀리 떨어뜨려주고, 사람이든 기회든 최선의 자원을 몰아준다. 그 자체로 누군가의 희생을 기초로 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논쟁을 할 때 지역에서 나온 말 중 가장 아팠던 말이 “그렇게 안전하면 당신 집 옆에 지어서 쓰세요” 이거였다. 그 먼 동해안 근처에 지어서 그 비싼 고압송전선 깔고 지나가는 곳마다 주민들을 고통받게 했다. 그게 지금까지 우리 방식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감사를 표하고 되돌려준 예가 지금껏 있나?

불균등 발전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그나마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똘똘한 큰형에게 온 집안 돈을 쏟아부어서 공부시키고 집안을 일으킨 셈이다. 그 비용을 형제들이 참아왔지. 이제 큰형이 내놓고 같이 쓰자고, 다른 형제들도 같이 크자고 해야 할 때다.

지방 경쟁력 강화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나?


단적인 예를 들자. 그 철학에 기초해서 지방에 내려간 공공기관이 많다. 당신들이 내려간 이유가 그것이니, 채용할 때 지역 인재에게 프리미엄을 줘서 양질의 일자리를 그 지역에 만들어달라는 뜻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걸 안 한다. 점수 1~2점 높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지역균형이 대한민국에 더 귀한 가치라는 인식이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점수대로 뽑지 않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겁을 먹는다. 그래서 이번 개헌에서 이런 가치를 헌법적 합의로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은 인재를 찾아, 사람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온다. 이걸 정부가 강제로 지방에 보낼 방법은 없다. 활력을 잃은 지방에 정부가 어떻게 기회를 만드나?


그게 제일 고민이다. 그 대목에서도 지방분권이 중요하다. 개별 지역의 경쟁력과 차별성은 중앙정부보다 그 지역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보르도는 강과 늪지대 지역이지만 보르도 와인은 1초마다 23병이 팔려 나간다. 전북 임실군은 치즈 산업을 특화해서 지역 관광과도 연결시켰다. 이런 걸 중앙정부가 일일이 지정해줄 수는 없다. 지역이 자기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분권은 지역 배려 정책을 넘어 국가 성장 전략이다.

ⓒ연합뉴스
2017년 4월27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평화분권국가’라 쓰인 액자를 건네받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 중앙정부가 할 일은?

우선은 지방정부가 더 잘할 수 있는데도 국가가 쥐고 있는 업무를 지방 사무로 넘겨야 한다. 그러면 그 일을 할 인력도 넘어가고, 마지막으로 예산도 넘어가야 한다. 업무·인력·예산이 넘어간다는 것은, 지금처럼 일단 중앙정부가 세금 대부분을 걷어서 다시 나눠주는 시스템에도 변화가 와야 한다는 의미다. 조세권도 어디까지 지방정부로 넘겨야 하는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 간에도 재정 능력은 격차가 크다. 지방분권이 되면 부자 지자체만 득을 볼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바로 그게 문제가 된다. 재정 분권을 하면 재정 관련 재량권을 지방에 넘기는 만큼 중앙정부가 재정 조정권을 그만큼 잃을 거 아니냐. 그러면 지금 중앙정부의 재정 조정에 기대어 사는 어려운 지역은 어떡하나. 지방분권 과정에서 이 대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역 간 연대의 정신을 헌법에 못 박아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 걷은 세금은 우리만 쓰겠다? 그게 바로 렌트시킹(지대 추구)이라고 보는 거다. 서울시가 10여 년 전에 재산세를 서울시 공동세로 바꿨다. 강남·서초 같은 부자 동네가 다른 동네보다 세수가 10배 이상 많으니까. 그래서 공동세로 바꿔 일부는 자기 구에서 쓰고 일부는 서울 전체가 나눠 쓴다. 그 개념과 철학을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같이 가야 한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분명 우리는 이기적 인간이 모여서 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집단 이기주의로 갈 수도 있고 집단 간 연대로 갈 수도 있다. 후자로 가도록 힘쓰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 본분이다. 지금 상황에서 분권만 말하면, 현재 뛰어볼 엄두도 못 내는 지자체는 죽으라는 거다. 그렇다면 분권을 했을 때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쪽에서, 자기들도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하자는 거다. 그렇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합의하자는 거다.

그렇게 병행론을 펴면서,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원망도 나왔다.

지방분권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분권이 급한데 균형발전까지 얹으면 논의가 복잡해지면서 결국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실 수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방분권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지금 구도에서 분권만 하면 전 지역이 각자 알아서 잘 발전할 것이다? 그건 아니다. 까딱 잘못하면 지금 불균형이 고착된다. 그래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같이 해야 한다.

헌법 조항에 포함하는 게 필요한가?


연대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헌법 수준으로 합의하면 선동정치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자 동네가 우리 세금은 우리 동네에 쓰겠다고 나오면, 가난한 동네는 송전선 끊겠다, 쓰레기 처리장 너네 동네로 가져가라 그럴 거 아니냐. 이 길로 가면 결국 나라가 작동을 안 한다. 지역구 선거를 해야 하는 선출직 정치인들은 선동정치 유혹이 클 수밖에 없어서 이분들한테 자제하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헌법에서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합의를 보자는 거다.

지방정부의 능력과 규율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지방에 돈 주고 권한 줬다가 흥청망청하고 부패하면 어떡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왜 그런 우려를 모르겠는가. 그런 파행이 있을 가능성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중앙이 이렇게 움켜쥐고 있을 건가?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는 일단 줘봐야 하는 것 아닌가? 지방분권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현재 수준의 지방자치만 봐도 그렇다. 도입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라. 상당히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기회를 주고 성장하도록 해야지 지금 수준에서만 된다 안 된다 따져서는 곤란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의회를 어느 한 정당이 독점하기 쉬운 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내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서도 정당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지방의원이, 많이도 아니고 몇 명 들어갔더니 대번에 공무원들 업무방식이 달라지더라. 지방의회에서 경쟁만 생겨도 상당히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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