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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로 지방 한 번 살려볼까

2018년 01월 18일(목) 제539호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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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농부·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 협력 사업을 벌인다. 작은 사회적 경제 조직이 모여 지역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두는 시장경제와 달리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확충 등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라고 하면 사회적 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협동조합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고용을 늘리는 등 경제의 주요한 축을 담당한다. 정부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지방 재생이 화두로 떠오른다. <시사IN>은 지방 재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소개하는 ‘지역의 사회적 경제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전주시에서 30여㎞ 떨어진 임실군. 인구가 3만여 명 된다. 2008년 7월에는 3만1400여 명이었다. 다른 지역 기초단체와 마찬가지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1월3일 임실군 치즈마을길에 있는 사회적 기업 농업회사법인 임실농부㈜를 찾았다. 이 회사는 젖소 15마리를 키우는 목장형 치즈 유가공업체다. 시골 마을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관심을 모은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은 직원 여덟 명이 치즈 쿠키를 구워내느라 분주했다.

한병철 임실농부 대표(42)의 고향은 임실이다. 전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임실을 떠나 있었다. 설과 추석 빼고는 쉬어본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직장 생활은 빡빡했다. 일은 열심히 하는데 전망이 없어 보였다. 한씨는 다른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임실로 돌아왔다. “시골에는 젊은 사람이 드물다. 부모님 기반이 있으니 임실로 가면 다른 사람보다 빨리 무언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돌아왔다. 2003년이었다.”

ⓒ시사IN 이명익
한병철 임실농부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치즈 쿠키와 치즈 초코파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었다. 임실에서는 처음으로 복분자 작목반을 만들었다. 몇 년 지나서 영지버섯으로 작목을 변경했다. 지금도 2000평(약 6600㎡)가량 농지에 영지버섯을 키운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은 영지버섯 수익으로 충당한다.

영지버섯 농사와 더불어 치즈 유가공업체인 임실농부 일을 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였다. 치즈 유가공을 하는 지인이 ‘혼자 하기에 벅차다’고 해서 일을 돕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치즈에 관심을 기울였다. 임실은 1967년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가 산양유로 치즈를 처음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자가 대중화해 치즈 소비가 늘어나고 동시에 우유 소비가 줄어 잉여 원유가 늘어나면서 임실에 치즈 유가공업체가 많이 생겨났다. 치즈로 유명한 동네이지만 한계가 엿보였다. “찢어 먹는 치즈, 구워 먹는 치즈 두 종류에 생산이 집중돼 있었다.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임실 치즈를 이용한 2차 가공제품을 만들 궁리를 했고, 그때 떠오른 제품이 치즈 쿠키였다.” 한 대표는 전북대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 치즈 쿠키·치즈 초코파이를 생산했다. 사무실은 임실에, 공장은 전주에 두었다가 지난해 임실에 치즈 공장을 세우고 이전했다.

임실농부는 국내산 밀만 사용한다. 우리밀 밀가루를 만드는 공장이 임실에는 없어서 전주우리밀협동조합에서 밀가루를 가져다 쓴다. 가능하면 인근 농가의 생산물을 쓰려고 한다. 2차 치즈 가공물품을 관광지 인근 휴게소 6군데, 임실치즈테마파크, 전주한옥마을 매장에서 판매한다. 지역의 다른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과도 협력한다. “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그 매장과 유통망을 이용한다. 제품 하나라도 더 판매가 되니까.”

한병철 대표는 전북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통합 지원센터인 ㈔전북사회경제포럼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한 대표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도 지역의 일자리 문제다. “임실에는 일진제강 공장을 제외하고 규모가 큰 사업장이 없다. 특히 시골에서 경력 단절 여성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만한 곳이 없다. 많은 이윤을 남기기보다 지역 내 경력 단절 여성, 다문화 가정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임실군에서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 기업은 임실농부뿐이다. 시골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고 싶고 책임감을 느낀다.”

두 번째가 지속 가능성이다. 한 대표는 치즈를 이용한 신제품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임실 치즈를 더 알리고 소비하게 하려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해 신제품 개발 및 디자인 개발에 활용했다. 한 대표는 임실농부를 치즈를 중심으로 한 제과제빵 브랜드로 특화하려 한다. “주력 제품이 치즈 쿠키, 치즈 초코파이, 치즈 케이크 등 수제 치즈 가공품이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 수밖에 없다.”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까

지역에서 협동조합·사회적 기업·마을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이 자리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담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도 그런 성장통을 겪었다. 이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2014년 9월.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서 술 관련 제조·유통을 하는 이들이 한옥마을 관광 상품으로 모주를 만들어 유통하기 위해 모였다. 모주는 술지게미에 생강·계피·감초 등 한약재를 넣어 끓인 술. 알코올 도수가 1%가 조금 넘는 전주의 대표 주종이다. 모주 생산과 유통을 키우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는데 판매가 여의치 않았다. 기대보다 수익 창출이 더디자 내부 갈등이 생겼고 조합 구성원도 바뀌었다. 이창우 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 총괄이사(45)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자원을 갖고 사업을 하기에 협동조합은 괜찮은 틀이다. 하지만 사업이 쉽지만은 않다. 조합원 의견이 달라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모주 사업이 기대만 못해 탈퇴하는 조합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의 임실 치즈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모주협동조합이 구상한 탈출구는 ‘협력’이다. 개인 조합원 9명, 법인 조합원 2곳(임실농부, 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이 새 사업을 시작했다. 임실농부가 반제품 치즈를 납품하고, 이를 활용한 체험시설을 마련했다. 정규직 5명, 비정규직 5명이 일한다. 전주 시내에 마련한 체험장 2·3층에서 아이들이 치즈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창우 이사는 “모주만으로는 여러 연령대에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 치즈 체험장을 마련하고 나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2017년 11월에는 체험객이 1000명을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새 사업을 하면서 임실농부 처지에선 치즈 반제품 소비를 늘릴 수 있고, 모주협동조합은 치즈 체험료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윈윈 모델’이다.

ⓒ시사IN 이명익
이창우 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 총괄이사.
치즈 체험장 1층에는 한식 뷔페 식당을 마련했다. 협동조합 조합원에게 운영권을 주었다. 전북에 있는 마을기업에서 식자재를 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섬진강 인근의 마을기업 다슬기마을에서 다슬기를 받는 식이다. 모주를 만들 때도 가능하면 전주 쌀, 전주 누룩, 완주 생강 등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다. 이창우 이사는 “마을기업의 생산물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농산물이다. 마을기업 구성원들 중에는 고연령대가 많고 때로 의사 결정이 더뎌 초기에는 협력에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마을기업의 생산물을 쓴다고 하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모주 생산뿐 아니라 치즈 체험으로 사업 다변화를 하면서 모주협동조합은 1월에 전주농부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변경할 계획이다. 치즈 체험을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끊을 때 ‘모주’라는 술 이름이 들어가니 교육기관에서 난색을 표하는 일이 생겨서다. 이창우 이사는 “이 일을 하면서 협동조합을 알게 되었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사업 컨설팅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협동조합으로 사업을 하면서 관련 기관에서 교육과 컨설팅을 받으며 점차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사업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협동조합·마을기업 관련 교육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실농부·전주한옥마을모주협동조합·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은 서로 연계해 사업을 벌인다. 조합원으로 참여해 혜택을 공유한다. ㈔전북사회경제포럼의 정유진 협동조합팀장은 “세 사회적 경제 조직이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사업을 벌이고 동시에 자립을 위해 스스로 협력하는 모델을 보여주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7개 원칙에 ‘협동조합 간의 협력’이 들어가 있다. 협동조합끼리 서로 협력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봉사하고 협동조합 운동의 힘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조직 사이에 협력하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중요하다.

작은 사회적 경제 조직이 모이면 힘이 된다

ⓒ시사IN 이명익
오춘자 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사회적 경제 조직 사이에서 ‘코디네이터’ 구실을 한다.
오춘자 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 상임이사(58)는 사회적 경제 조직 사이에 ‘코디네이터’ 구실을 하는 지역의 너른발이다. 그는 군산 지역에서 탁아운동을 시작했고, 30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암 투병 등 건강상 이유로 2010년 초반에 전주한옥마을에 ‘쉬러’ 들어왔다가 지역 활동을 하게 되었다. “병문안을 하러 지인들이 많이 와 재워주고 아침 밥상을 차려주었다. 건강이 많이 좋아져 내처 전통문화 체험 사업을 시작했다.”

오춘자 상임이사는 전통문화 교육·체험을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다.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협동조합 운동과 역사를 알게 되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고 나서 2013년 6월에 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일반 조합원·사업자 조합원 36명이 모였다. 일반 조합원은 숙박·체험 등 사업자 조합원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10% 할인을 받는다. 사업자 조합원들은 숙박·체험을 각자 사업과 연계한다. 가령 이 협동조합을 통해 단체가 전통문화 체험을 하고 숙박을 할 경우에 숙박업소로부터 15%를 받는 식이다.

전주한옥마을협동조합은 의식주와 관련한 전통문화 교육 사업을 주로 한다. 생태 걷기 대회, 남원에 있는 유기농 농장 체험 프로그램, 11월11일 ‘가래떡 데이’ 체험 행사, 지끈 공예 체험, 한옥마을 숙박 체험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어린이집·학교 등 각 교육기관에도 ‘학교 밖 수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근에 있는 생태박물관, 향교문화관, 청연루각에서 지역 문화를 알린다.

오춘자 상임이사는 “학습이 없이는 사회적 경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사회적 경제를 촛불에 비유한다면, 학습은 그 심지 구실을 한다. 오 상임이사도 협동조합을 만든 뒤 전북도에서 진행한 협동조합 6개월 과정을 다녔다. 조합원 자체 교육도 3개월 동안 실시했다.

여럿이 모이면 힘이 된다는 생각에 전주의 5개 마을기업과 함께 먹을거리 한마당 행사도 기획했다. 틈만 나면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공동으로 할 사업을 궁리한다. 오춘자 상임이사는 “일본의 한 농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산속의 작은 농업 협동조합인데, 버섯·솔방울을 판매하고 있었다. 소박한 사업장인데 마을을 살리는 역할을 하더라. 감명을 받았다. 지역의 작은 사회적 경제 조직도 사회적 사업가 정신을 갖고 그런 구실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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