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최저임금 올랐는데 월급은 왜 그대로지?

2018년 01월 15일(월) 제539호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공유하기

구글+구글+ 카카오톡카카오톡 카스카스 라인라인 밴드밴드 네이버블로그블로그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일부 고용주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꼼수’를 부린다. 식대·정기상여금 등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관한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무료 노동 상담을 진행하는 ‘직장갑질 119’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gabjil119.com)에는 이런 질문들이 부쩍 자주 올라온다. “새로운 근로계약서에 기존 지급하던 식대를 제외하고 서명을 하라고 하는데요.” “생산직 공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구책이라며 상여금이 200%에서 절반인 100%로(추석 50%, 설 50%) 축소된다는데 이와 관련하여 문의드립니다.” ‘직장갑질 119’ 상담원으로 활동하는 김요한 노무사는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회사가 상여금이나 복리후생 성격의 임금(이하 복리후생비)을 기본급에 녹이려 하는데,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한 문의가 많다”라고 말했다.

새해 첫 월급날을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저임금 셈법 다툼이 한창이다. 현행 최저임금은 ‘한 달 월급÷노동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계산 때 포함되는 대표적인 항목은 매월 정기적으로 받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정도다. 식대·교통비·가족수당 같은 복리후생비나 분기별·반기별·연 단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연장·휴일노동 수당 등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제외된다.

무료 노동 상담을 진행하는 ‘직장갑질 119’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라온 질문 글.
이런 계산법 아래에서 올해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올랐다. 전년 대비 16.4%, 1060원 오른 금액이다. 만약 한 노동자가 주 40시간을 유급으로 일한다면 올해부터 주휴수당 포함 매달 최저 157만3770원(7530원×월 209시간) 이상을 받아야 불법이 아니다. 만약 월 기본급 150만원에 식대 10만원을 받는다면 (임금 총액은 최저임금을 넘어도) 최저임금 위반이다. 만약 한 노동자가 월 기본급 150만원에 1년에 네 번 150만원씩 상여금을 받아도 고용주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거꾸로 지난해까지 월 기본급 150만원에 식대 10만원을 받던 주 40시간 노동자를 가정해보자. 그의 임금체계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올해 그의 고용주는 최저임금법에 걸린다. 그런데 고용주가 올해 식대 항목을 없애고 그 10만원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이 160만원이므로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비슷하게 상여금을 없애거나 축소해도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넘긴다면 역시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고용주로서는 같은 돈을 주고도 임금 구성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을 피할 수 있다.

고용주 처지에서는 분자(기본급)를 늘리는 대신 분모(노동시간)를 줄여 절댓값을 높이는 방법도 택할 수 있다. 최근 여러 사업장에서 유급 노동시간을 줄이고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는 조치가 잦아진 것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줄여보려는 셈법이다.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만큼 월급봉투도 더 두둑해질 거라 기대했는데, 사장님의 ‘꼼수’로 임금이 오르기는커녕 제자리걸음하거나 후퇴한다는 노동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꼼수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어떤 ‘꼼수’는 불법이다.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나 정기상여금을 폐지 또는 축소해 임금 총액이 줄었다면 근로조건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불이익 변경)하는 것에 해당되는데, 만약 취업규칙에 이것이 규정돼 있고 이를 바꾸려 한다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동의가 필요하다.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노동조합이 없다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변경할 수 있다. 만약 임금 결정이 노동계약(연봉계약)으로 이뤄질 경우에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동계약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임금을 깎아 지급하면 임금체불로 진정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위반 신고센터 설치’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저임금 산정 시 임금 범위는 어디까지?

임금 총액을 유지하면서 구성을 바꾸는 경우는 어떨까. 정기상여금을 매달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경우 총임금 하락이 없을 때에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으로 볼 것인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노동계는 만약 회사가 임금 구성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렸을 텐데 회사가 이를 회피하려 했을 뿐이므로 ‘불리한 변경’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셈법은 이렇게 최저임금 적용 ‘범위’에 달려 있다. 식대·정기상여금 등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넣는 임금의 범위가 어디까지냐가 노동자와 고용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범위’가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2018년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한 2017년 7월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자는 노사의 요구를 하반기에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범한 전문가 태스크포스팀(TF) 18명은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최저임금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지난 12월2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했다. 바로 이 전문가 TF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넣는(산입) 임금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전문가 TF는 적어도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임금 총액을 유지하면서 상여금을 매월 나눠 주도록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법에 못 박자고도 했다. 앞서 언급한 법적 다툼의 소지를 아예 없애려는 것이다. 식대 등의 복리후생적 임금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말지, 포함한다면 현금성만 포함할지 현물까지 포함할지에 대해서 의견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 TF팀의 논의에 대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을 갈망하는 430만 저임금 노동자의 희망을 짓밟는 개악 권고안”이라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한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전문가 TF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나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 대부분은 산입 범위 조정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 향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해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확대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한 뒤 자축하고 있다.
TF 논의 과정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힐 때 소득분위별·노동형태별 영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고 대기업·정규직에 대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대기업일수록, 정규직일수록,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 수당의 비중이 높은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보다는 훨씬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도 기본급이 오르고 상여금 등이 덩달아 올라 임금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 노동자도 정기상여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또 노조가 없고 비정규직일수록 회사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변경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비판도 나온다.

최저임금 논쟁은 ‘통상임금’ 다툼과 밀접

최저임금 논쟁은 ‘통상임금’ 다툼과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 TF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히자는 권고안에서 “우리 임금체계는 선진국에 비해 기본급 비중이 낮고 상여금 등의 비중이 높으며, 호봉급이 지배적인 구조인데,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우리 임금체계의 특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기본급 비중이 낮은 대신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 수당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장시간 노동과 관련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연장·야간·휴일노동을 시키려면 통상임금의 1.5배 이상을 노동자에게 줘야 한다. 이 법정수당은 ‘통상임금’이라는 임금 개념의 1.5배로 계산한다. 통상임금이 1만원이면 1만5000원을 줘야 한다. 이때 기업들은 정기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 수당을 빼고 이 통상임금을 계산해 법정수당을 주었다. 연장·야간·휴일노동 수당 등을 적게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노동계의 소송으로 2013년 대법원 판례가 정립된 이후 종전과 달리 정기상여금 등이 일정 조건을 갖추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었다.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기업들은 부당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최대한 기본급 비중을 줄여 통상임금을 낮춰보려고 했던 기업들의 노력은 큰 통상임금 부담으로 돌아온 반면,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대로 기본급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 가결 직후부터 경영계가 전면적인 여론전을 펼친 이유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최저임금 문제가 이렇게 커지게 된 건 어찌 보면 통상임금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은 기본급 가지고 판단하겠다는 거고, 통상임금은 기본급 외에도 고정성 있는 걸 포함하겠다는 거다.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걸 줄이려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만들다 보니, 장시간 노동을 생각하면 통상임금에서는 상여금과 수당을 빼고 싶고, 최저임금을 생각하면 넣고 싶고.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거다”라고 말했다.

물론 초과노동 등의 보상 기준인 통상임금과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은 헌법적 기초와 법적 성질이 다르다. 애초에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임금 결정에 직접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인데,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들까지 최저임금 인상 영향권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기형적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은 기본급 비중을 높여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면서 통상임금이 문제시되는 상황인 장시간 노동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향후 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전문가 TF 안과 노사 견해를 토대로 논의를 거쳐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가 종결되면 결과를 정부로 이송할 예정이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