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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2018년 첫 영화가 [원더]였으면 좋겠다

2018년 01월 08일(월) 제539호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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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사려고 줄 선 세 살배기 아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를 뒤늦게 알아챘다. 우는 아들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 그 아이 생김새가 좀 남달랐던 것이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Treacher Collins Syndrome). 정확한 용어를 알게 된 것도 나중 일이다.

엄마는 미안했다. 희귀한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난 남의 아이에게 내 아이가 대놓고 상처를 주다니. 일단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지만 결과적으론 그게 더 미안한 일이었다. 얼굴이 징그럽게 생겼다고 울면서 도망친 꼴밖에 안 되는 것이다.

엄마는 생각했다.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거지? 엄마가 어떻게 해야, 장애를 가진 친구 앞에서 아이가 무례한 울음을 터뜨리지 않지? 내 자식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어른이,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장애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함께 웃으며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줄을 설 수 있지?

책을 쓰기로 했다. 좋아하는 가수 내털리 머천트가 어릴 적 함께 어울린 장애인 친구들을 생각하며 쓰고 부른 노래 ‘원더(Wonder)’를 듣고 또 들으며 이야기를 지어냈다. “나는 기적들 가운데 하나가 틀림없다고/ 그들이 지닌 지식으로는/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고.” 머릿속을 맴도는 가사가 한 사내아이의 형상으로 빚어져 ‘어기’라는 아이가 되었다. 2012년 책 <아름다운 아이>(R. J. 팔라시오 지음, 책과콩나무 펴냄)의 주인공이 된 그가 5년 뒤 영화 <원더>의 주인공으로 나타났다.

아홉 살 인생을 집에서만 보낸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열 살 되던 해. 엄마(줄리아 로버츠)랑 아빠(오웬 윌슨)가 큰 결심을 한다. 홈스쿨링을 중단하고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얼굴 기형을 갖고 태어나 성형수술만 스물일곱 번 한 아이다. 그래도 여전히 생김새가 남과 달라서 또래들에게 놀림받고 괴롭힘을 당할 게 뻔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집안에서 숨어 살 순 없다. 가기 싫다는 아이 등을 억지로 떠밀어 학교에 보내놓고 엄마와 아빠는 걱정이 태산이다.

“외모는 바뀌지 않아요, 시선을 바꿔야죠”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기를 낯설어한다. 그래도 그 낯선 상대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아이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다행히 있다. 그 친구들이 있어서 헬멧을 벗을 용기를 낸다. 많진 않지만 다행히 내미는 손이 있어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선다. 많진 않지만 다행히 사려 깊은 어른들도 있어서, 장애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함께 웃으며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줄을 서는 날이 가까워 보인다.

“옳음과 친절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한 문장이 머릿속에 플래카드로 내걸린다. “외모는 바뀌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대사 하나가 마음속에 문신으로 새겨진다. 고리타분하게 옳은 소리만 늘어놓지 않는 영화라서 더 귀담아듣게 된다. 억지스럽게 눈물을 쥐어짜는 영화가 아니라서 더 많이 울게 된다.

2017년 마지막 달 마지막 주에 영화 <원더>가 개봉했다. 마음 같아선 2018년 마지막 달 마지막 주까지 1년 내내 상영했으면 좋겠다. <원더>는 그럴 만한 이유가 차고 넘치는 영화다. 바라건대, 당신의 2018년 첫 영화가 꼭 <원더>였으면 좋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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