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이승혁 옮김, 서해문집 펴냄

“혹시 나도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그러한 설득 논리에 넘어갔을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전쟁은 없다. 당대의 사고방식, 사회구조, 물리적 기반, 그리고 세계사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전쟁이라는 끔찍한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역사학자인 가토 요코 도쿄대 교수는 근대 일본이 왜 전쟁에 몰두했는지 설명하는 연속 특강을 기획했다. 설정한 청중은 10대 학생들이었다. 저자는 당대의 국제관계와 일본 내의 사정을 넘나들면서도, 사건을 그저 시간에 따라 훑지 않고 치열하게 질문을 던져가며 역사의 숲을 헤쳐 나간다. 학생들과의 대화도 강의를 끌고 가는 동력이다. 이 연속 특강을 강의 말투와 현장감을 그대로 살려 책으로 묶었다. 대중 강의의 친절함, 연구자의 지적 성실함,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훌륭한 비율로 배합됐다.


세대 게임
전상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세대 프레임은 ‘싸가지’ 없는 신세대 또는 ‘꼰대’ 구세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새로운 갈등 전선을 낳았다. 세대 갈등이다. 이제 지역 갈등이나 계급 대립보다 세대 갈등이 더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사회학자인 저자는 고개를 젓는다. 책 제목에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세대 갈등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게임에 능했다. 그는 2015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가 민주노총 앞에서 “형님들! 삼촌들! 노동 개혁에 동참해 청년 일자리 많이 만들어주세요”라며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다. 저자는 세대를 활용해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의 준동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일보다 노는 걸 더 열심히 한다? 앞으로는 이것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김민식 MBC PD는 SF 마니아 겸 번역자다. 시트콤 팬 겸 드라마 애호가이고, 독서광 겸 작가다. 매년 초 책을 한 권씩 내는 게 목표라는 그의 2018년 새 책은 누구에게나 숨어 있는 ‘쓰기 본능’을 일깨운다.
문과를 나오면 밥벌이가 힘들다는 압박에 공대생이 된 그는 틈만 나면 글을 썼다. 글쓰기를 즐긴 덕분에 무난히 PD 시험에 합격했고 블로그에 빠져들었다. 역시 ‘쓰기’였다.
블로그를 통해 하루하루 스스로의 삶을 응원하고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던 어느 날 편성국 주조정실로 발령이 났다. 다시는 드라마 제작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좌절 속에서도 그는 육아와 산행 등 일상의 기록을 놀이 삼아 해낸다. 그것도 매일매일. 그 결과 그에게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히브리 민중사
문익환 지음, 정한책방 펴냄

“난 발바닥 자국만으로 남아 길가의 풀포기들하고나 사랑을 속삭일 겁니다.”

영화 〈1987〉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이한열 열사여”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그 사람, 고 문익환 목사가 구약성서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풀어쓴 책이다. 이집트에서 고통받다가 가나안으로 탈주하는 히브리 민중,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 왕국에서 시대의 불의에 치열하게 저항하던 예언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문익환 목사는 당대의 대표 성서학자이기도 했다. 구약성서에 관한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를 천의무봉으로 활용하며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입말로 풀어준다. 1980년대의 시대정신을 이해하려면, 마르크스나 레닌의 저서보다 〈히브리 민중사〉를 읽으시라 권하고 싶다. 문익환 목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28년 만에 복간되었다.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위근우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내가 공들여 만든 게 인기가 있어야지 내가 인기 있는 게 무슨 의미겠어요.”

만화가 가운데에는 까다로운 인터뷰이가 많다. 대개는 인터뷰 자리에 나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편이다. 자리에 나오더라도 낯을 가리는 경우가 흔하다. 예술 계통 중에서도 만화가 특히 그렇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어느 쪽의 공인지는 모르지만 이 책 속 인터뷰는 매우 자연스럽게 읽힌다. 과거 네이버캐스트에서 웹툰 작가들을 꾸준히 인터뷰한 위근우씨의 경험 덕일 수도 있다. 난다, 이종범, 한지원, 김정연, 이동건 다섯 작가는 편한 태도로 자신과 만화 그리고 사회를 이야기한다. 진부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인데도 작가들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 만화가라는 직업은 어떻게 얻는지,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무엇을 구상하는지, 독자를 어떻게 사로잡을지 등을 눌러 담았다.


反중국 역사
양하이잉 지음, 우상규 옮김, 살림 펴냄

“‘오랑캐’의 눈으로 봐야 진짜 중국을 만날 수 있다. 중화사상은 중국의 ‘족쇄’다.”

중국은 한족의 나라일까? 저자는 한족이 중국을 지배한 시기는 한나라 405년, 명나라 276년, 총 681년뿐이라고 단언한다. 원나라와 청나라뿐만 아니라 수나라와 당나라도 선비계 왕조여서 한족 왕조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화사상을 패자의 콤플렉스, 일종의 ‘정신 승리’로 해석한다. 끝없이 이민족에게 침입당하면서 ‘우리는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자기 세뇌를 했다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동화를 강요하는 이 중화사상이 현대 중국의 족쇄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몽골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저자는 한족의 내몽골 제노사이드 (인종·이념 등의 차이를 이유로 특정 집단을 박해하고 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를 고발해 각종 상을 받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