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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확실한 전쟁 반대 의지가 전쟁을 예방”

2018년 01월 23일(화) 제540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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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한 전쟁 반대 의지가 존재한다면 전쟁은 예방할 수 있다. 반대로 전쟁 담론이 일상화되면 말이 씨가 되어 전쟁 행위가 손쉬워진다.

지난해 12월11일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핵무기 없는 한반도’라는 주제의 국제회의에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케빈 러드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그리고 토머스 피커링 전 미국 국무차관이 참석했다. 회의의 기조연설에서 러드 전 총리가 폭탄 발언을 했다. “한반도 상황이 위태롭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5%에서 25%로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50%로 보는 미국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이 제시한 수치보다는 낮지만 충격적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의 견해는 달랐다. 미국 합참의장으로 1차 걸프전쟁(1990~1991년)을 성공으로 이끈 파월 장관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동맹이 반대하는 전쟁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왜 이렇게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예측 수치가 각기 다른 것일까? 사실 이들 모두 객관적·과학적 토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표적 행동양태 몇 가지를 보고 주관적·직관적 예측을 하는 데서 야기된 문제다.

미국 정보 당국은 어떠한가.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한 계량 분석과 예측은 해왔지만 한반도 전쟁 개연성 그 자체에 대한 체계적 예측을 내놓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만약 미국 정보 당국이 마음먹고 전쟁 가능성에 대한 예측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를 것이다.

첫 단계에서는, 미국의 개별 정보기관들이 각각 전쟁 가능성을 분석한다. 지금까지 거론되어온 전쟁 시나리오의 유형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미국의 공세적 힘 과시에 대한 북한의 도발적 대응과 이에 따른 확전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의 부분 또는 전면 선제타격과 북한의 보복 반격 △남북한 간 우발적 군사 충돌 시 미국의 개입과 확전 △미국과 북한 간의 사이버 공격과 해킹에 의해 촉발되는 오인에 따른 전면전 등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북한 지도자 사이의 설전이 군사 마찰로 비화되는 시나리오도 고려되고 있다. 개별 정보기관은 이처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북한·미국·한국 등이 유사시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추정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각 정보기관이 나름의 시나리오와 자체 수집 정보에 기초해 작성한 ‘전쟁 가능성 예측 판단 보고서’들이 ‘정보 공동체(미국의 16개 정보기관으로 구성)’에서 검토·대조된다. 참가자의 93% 이상이 동의하면 ‘전쟁이 거의 확실(almost certain)’, 75% 수준이면 ‘전쟁이 대체로 가능(probable),’ 50%면 ‘반반의 가능성(chance almost even)’ 따위로 종합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30% 이하면 ‘대체로 가능하지 않음(not probable)’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보면 전쟁 가능성에 대한 각종 평가는 객관적 진실이라기보다는 다수의 관련 정보기관들이 합의한 ‘개연적 추정’에 불과한 셈이다.

시민사회의 강고한 의지 있어야 전쟁 막을 수 있어

즉, 한반도 전쟁에 대한 이런저런 가설과 추정들에는 확실한 경험적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한반도 전쟁론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확산되어온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특히 전쟁은 계획적이든 우발적이든,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확실한 전쟁 반대 의지가 있다면 전쟁은 예방될 수 있다. 반대로 전쟁 담론이 일상화되면 ‘말이 씨가 된다’고 전쟁 행위 역시 손쉬워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그런 위태로운 과정을 겪었다.

다행히 새해 벽두 김정은 신년사 이후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쟁 반대와 평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전쟁의 공포를 잠재워주는 호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지도자의 의지 하나만으로 전쟁이 예방되고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민사회 모두가 비핵·반전·평화의 의지를 강고히 다져나가야 한다. 작가 한강이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설파했듯이 “우리에게 전쟁은 몸서리쳐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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