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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내세웠지만, 실효성 없는 미세먼지 대책”

2018년 01월 29일(월) 제541호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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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였던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운행 성적표가 좋지 않다. 무료 운행으로 도로교통량이 얼마나 주는지에 대한 근거 없이 도입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도입한 대중교통 무료 운행 정책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 시행 첫날인 1월15일 시내 도로교통량은 전주 대비 1.8% 줄었다. 1월17일과 18일 도로교통 감소량도 1.7%, 2.36%에 그쳤다. 효과는 미미한 반면 사흘 만에 예산 150억원이 소요됐다. 환경부는 당일 오후 4시까지 초미세먼지(PM 2.5) 평균 농도가 ‘나쁨(50㎍/㎥ 초과)’이고 다음 날 예보까지 ‘나쁨’일 때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 서울시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1년에 비상저감조치가 7회 정도 발효될 것을 예상해 대중교통 무료 운행 예산으로 300억원을 책정했다.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3~4월이 되기도 전에 1월 셋째 주에만 벌써 세 차례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났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탁상공론” “미봉책” 등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도민의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부터 박영선·우상호·민병두·전현희 의원 등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들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박 시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옹호했다. 박 시장은 “비용이냐 시민의 생명이냐,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무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공적 자원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기 힘들다. 그러나 ‘왜 그 정책인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 박원순표 정책이 아니라 시민이 만든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5월2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원탁토론회에서 채택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시민 3000명이 참여한 이 토론회에서는 ‘미세먼지 고농도 발령 시 차량 2부제 실시’에 대한 찬반 투표가 이루어졌고 80%가 찬성했다. 이날 박 시장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5대 실천 약속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었다(<시사IN> 제508호 ‘미세먼지에 대해 세세하게 논의하다’ 기사 참조). 토론회 직후인 6월1일 서울시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미세먼지 10대 대책’을 발표하고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정책으로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시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한다.

서울시가 그 과정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대중교통 무료 운행으로 예상되는 도로교통량 감소 효과와 미세먼지 저감치에 대해 질문하자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희가 희망한 게 도로교통량 10% 감축이었다. 그 정도면 (미세먼지 감축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인천시와 경기도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서울만 혼자 돈 쓰는 꼴이 돼버렸다.” 도로교통량 10% 감축을 희망한 근거를 묻자, “그런 식으로 하면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못한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27일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 현장.
채찍은 없고 당근만 가져온 정책


서울시와 대중교통 무료 운행 추진 논의를 담당한 경기도 버스정책과 주무관은 협의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근거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와 공식적으로 7회 만났다.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제안하려면 효과성 검증이나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 큰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이어서 관련 연구자료 등을 계속 요구했는데 전혀 받지 못했다.”

제도 설계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앞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한 프랑스 파리를 벤치마킹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환경정책을 담당하던 최준영 전 조사관은 우리나라에 파리 모델을 처음 소개했다. 최 전 조사관은 “파리 시가 추진했던 미세먼지 정책은 채찍이 먼저고 당근이 따라오는 조합인데 서울시는 당근만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파리는 미세먼지 경보가 뜨면 강력하게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 주요 도로는 진입을 막고 주행속도도 제한한다. 최대한 자동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도록 압박한 뒤 대신 대중교통이 무료이니 협조 좀 해달라는 식으로 가는 거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판이하다. 우리는 원인도 정확히 모를뿐더러 그때그때 주요 원인이 바뀌기도 한다. 최 전 조사관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해서 차량 운행을 줄이겠다는 처방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됐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처방만 내려서는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시행된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 운행.
종합해보면 시민 원탁토론회에서 제시된 아이디어가 타당성 검증이나 정교한 제도 설계를 거치지 않고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서울시는 어째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본으로 거쳐야 하는 검토 단계를 소홀히 한 것일까. 민주당 소속 한 서울시의원의 말을 참고해볼 만하다. 이 시의원은 “정책 입안 초기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와 기후환경본부 등 주무 부서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예산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라고 말했다. 실무 부서의 난색에도 정책이 계속 추진된 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때 “시민이 뽑아준 정책”이라는 주장이 강력한 근거로 작용했다고 한다.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시민개방형 행정’은 박원순 시장의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열렸던 미세먼지 원탁토론에도 ‘참여·숙의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라는 설명이 붙는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이 갖는 약점을 드러낸다. 시민 참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책을 내놓을 때 서울시가 수행해야 할 기본 임무까지 지워버린 셈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서울시는 이번 정책 생산 과정을 흔히 참여 민주주의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여론 동원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3000명이 서울시민을 대표한다고 볼 근거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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