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아동 방임이나 학대는 고질적인 문제다. 공식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꼽아도 매년 수십명에 이르는 아이가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로 사망한다. 2017년 1~2월에만 9명이 이 같은 피해를 당했는데 그중 21개월 된 켄조는 학대로, 다섯 살배기 야니스는 이불에 오줌을 눴다는 이유로 가혹한 체벌을 받아 숨졌다. 지난 1월12일 프랑스 아동보호관찰기구(ONPE)는 2016년 말까지 보호 대상에 속하는 아동이 약 30만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보다 1.4% 오른 수치다. 아동보호 단체 앙팡 블뢰(Enfant Bleu)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인 73%가 아동 학대를 ‘빈번한 일’이라 여기고 그중 22%가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 아동보호 시스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이뤄진다. 2004년에 설립한 국가기관 위험아동관찰기구(ONED)는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위험 상황을 분석하며 아동 기구를 지원하는 일 등을 맡는다. 또 다른 국가기관으로 1989년 공식 번호로 인정받은 119(SNATED)가 있다. 알로 앙팡스(Allô Enfance)라 불리는 119는 학대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아이 혹은 그 지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담이나 보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Allô Enfance 갈무리프랑스의 ‘알로 앙팡스’는 학대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아이 혹은 그 지인이 전화를 걸어
상담이나 보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역기관 중 지역 의회에 속하는 아동사회지원기구(ASE)는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의 정보를 수집해 평가하고 입법을 지원하는 구실을 한다. 아동학대 예방과 부모를 잃은 아이의 입양 문제도 처리한다. ASE에 속한 긴급정보수집기구(CRIP)는 지원 여부를 결정할 정보를 수집하고, 지역아동보호관찰기구(ODPE)는 국가기구인 ONED처럼 지역 내에서 총괄 업무를 맡는다. 또 다른 기구인 모자보건센터(PMI)는 6세 미만 아이들의 위생과 심리 상태를 점검한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정부는 강화된 아동보호 정책을 내놓았다. 가족부는 학대 의혹을 받은 아이들의 신체기록서를 작성하는데, 2020년까지 그 대상을 5만명으로 늘리고, 각 병원에 담당 의사를 배치하며 학교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설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가족 내 신뢰를 깰까 두려워 신체기록서 작성을 피해왔던 의사들에게 의무를 지워 아이들의 상태를 더 상세히 관찰하게 하고, 보호기관이 방문해도 아이만 집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로랑스 로시뇰 가족부 장관은 “많은 사람들이 아동 학대로 의심하면서도 착각일까 두려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사회에는 부모가 훈육을 위해 자녀를 체벌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행위 등은 전면 금지되어 있지만 부모가 아이 뺨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정도의 체벌은 용인되어 왔다. 아동보호단체연합 마르탱 브루스 대표는 “우리는 올바른 제도나 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지원이 따라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동 학대의 근본 원인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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