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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에서 비영리로 가자 더 건강해졌다

2018년 02월 01일(목) 제541호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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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앗이마을’은 지역의 농산물이 지역에서 순환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경영도 궤도에 올랐다. 공생의 지역 살림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주식회사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시사IN 신선영
대전 유성구 지족동 품앗이마을 본점 매장에서는 대체로 충청권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판매된다.
대전시 유성구에 로컬 푸드 직매장 네 군데를 두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은 독특하다. 매일 유성구와 인근 논산·공주·금산 등의 농민들이 농산물을 지족동 본점으로 싣고 온다. 지역 매장으로는 품앗이마을에서 배송한다. 거래하는 300여 농가와 물품 가격을 협의한다. 매장 판매가의 25%가량을 마진으로 남길 테니 납품가를 정하라고 한다. 농민들은 기존 시장가격을 참고해 가격을 매긴다. 농민이 시장가격보다 너무 낮게 ‘덤핑 가격’을 부르면 품앗이마을 측에서 ‘가격을 더 올리라’고 말한다. 한 농민이 너무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그 품목에서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앗이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품앗이생협)은 조직·홍보·교육을 담당하고, 품앗이마을은 물류·배송 등 물류 비즈니스를 맡는다. 2012년 5월에 창립한 품앗이생협은 조합원이 1만2000명(세대 단위)까지 늘었다. 유성구 인구가 35만명선이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직원이 54명. 지난해 품앗이마을의 매출액은 대략 60억원. 수익이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2015년에 품앗이마을은 영리법인(주식회사)에서 비영리법인(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돈만 따지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왜 그랬을까.

처음 태동기에는 대전의 시민단체·노동조합 등 활동가들이 모였다. 지역에 새로운 사회적 경제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청년운동을 했던 탁현배씨(44·현재 품앗이마을 상임이사)도 2012년 그 ‘조직 설계’ 작업에 함께했다. “기존의 운동이 문제 제기는 했어도 대안운동 역할을 못한다고 느꼈다. 사회적 경제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싶었다.” 탁씨는 정책위원으로 합류했다가 2014년 여름부터 품앗이생협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이들의 목적은 ‘순환과 공생의 지역 살림’이었다. 로컬 푸드를 주축으로 삼고 지역의 사회적 경제 물품을 함께 유통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로컬 푸드를 주력으로 잡은 것은 지역 특색을 감안했다. 신도시 지역인 유성구는 도농 복합지역이기도 하다. 도시치고는 농사를 짓는 이가 많다. 논산·공주·금산도 그리 멀지 않다. ‘지역의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로컬 푸드를 유통시키면 괜찮은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처음 구상이었다. 그리고 2012년 5월, 품앗이생협을 창립했다.

탁현배 상임이사에 따르면, 초창기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지역 시민단체, 마을 도서관이 판매 거점 기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마을 공동체로 물품을 배달하고 소비자가 와서 나누는 ‘거점 배송’ 방식을 시도했는데 쉽지 않았다. 공동체 안 유대가 강화되기보다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시범 매장을 대전 탄방동에 냈는데, 정말로 ‘시범’에 그쳤다. 적자로 폐점했다.

식품회사 대표 경력이 있는 이원호 품앗이마을 이사장(51)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원호씨는 “적자는 쌓여가고 이 상태로 가면 망한다. 매장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라고 제안했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품앗이마을 본점을 개장했다. 인근 아파트에 연구단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생협에 대한 주민 이해도가 높았다. 그는 “무조건 주차장 있는 곳을 찾았다. 매장 뒤편 주차장이 널찍했다. 우리가 입주할 때만 해도 주변이 죽은 상권이었는데, 품앗이마을 매장이 주변 상권을 살렸다”라고 말했다. 본점은 개장하고 금세 흑자로 전환했다.

ⓒ시사IN 신선영
품앗이마을 탁현배 상임이사와 이원호 이사장(왼쪽부터)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330㎡(100평)가량인 품앗이마을 본점 매장에는 ‘가까우면 더 신선하고 더 건강합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대체로 충청권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판매된다. 50~ 60%는 유성구 안에서 자란 농산물이다. 나머지는 논산·공주·금산 등 인접 시군에서 건너온다. 귤처럼 지역에서 안 나는 농산물은 5~10%가량이다. 진열대에는 생산지와 생산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매장 중앙에는 품앗이마을과 거래하는 농민의 사진과 설명 자료가 붙어 있다. 취재를 위해 찾은 1월17일 오후 3시, 매장을 찾는 조합원들의 발길이 꾸준했다.

탁현배 상임이사는 품앗이마을의 로컬 푸드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첫 번째는 신선함이다. “수도권 중심의 중앙 물류 시스템에서는 그날 수확한 농산물을 그날 먹을 수 없다. 물류 시스템을 지역화하면 그게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확 줄일 수 있었다. 농민들에게 적정가를 지불하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성이다. 유성구청의 도움이 컸다. 유성구는 인근 농가에는 안정적 판로를, 구민들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로컬 푸드 인증제’를 도입했다. ‘바른 유성찬’은 유성구가 인증한 친환경 로컬 푸드 농산물에 붙이는 브랜드다. 탁현배 상임이사는 “농가가 신청하면 구청 공무원이 방문해 토질·농산물 시료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인증하기 때문에 농가의 호응이 좋았다. 구청에서 보증한다고 하니 소비자들의 신뢰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는 품앗이마을이 유성구 관내 유치원·어린이집에 로컬 푸드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매장 판매량도 늘고, 급식 납품을 하면서 거래 농가에 안정적 소득을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경영도 점차 궤도에 올라섰다.

매장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인 2015년 5월에 품앗이마을은 주식회사에서 사회적 협동조합(비영리법인)으로 전환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관계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공익사업 비중이 전체 사업의 4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조합원 배당도 금지된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이는 이원호 이사장이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서 속으로 ‘미쳤다’고 생각했다(탁현배 상임이사).” 제안 이유는 이렇다. “왜 품앗이마을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자 했다. 유통 사업은 규모가 커지면 권력화하고 ‘갑질’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생산자·소비자·직원·시민단체 등 다중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이원호 이사장).”

이를 두고 논쟁이 치열했다. 당시에는 본점만 운영할 때였다. 직원이 20명 안팎이었는데 많은 직원이 반대했다. ‘이제 사업이 자리 잡고, 회사가 커지면 월급도 올라가는데 왜 전환하느냐’ ‘사공이 많아지는데 사업이 되겠느냐’ 등등. 충분히 나올 만한 이야기였다. 몇 개월 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결론은 ‘전환’이었다. ‘순환과 공생의 지역 살림’이라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기에 사회적 협동조합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렇게 결정하게 된 데는 이원호 이사장의 이력과 그에 대한 신뢰가 영향을 미쳤다. 이원호 이사장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대전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경제적 문제로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식품 사업을 시작했다. 냉동식품 식자재 분야에서는 ‘대전 1위’라는 말도 들었다. 식품 사업을 하던 그가 송인창씨 등과 함께 만든 업체가 ‘국수나무’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해피브릿지다. 해피브릿지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기업’을 지향했다. 이익이 남으면 사회운동 단체에 기부했고, 최고 연봉과 최저 연봉의 차이도 3배를 넘지 않았다. 2012년 매출이 300억원 안팎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중소기업이었다. 2013년 2월, 이원호 이사장을 비롯한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지분을 포기하고, 회사를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전환시켰다. 주식회사가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드문 사례였다.

충분한 토론 끝에 모색한 답은 협동조합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두 번의 결정. 이유를 묻자 이원호 이사장은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피브릿지 때도 우리가 왜 회사를 차렸나, 창업자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업을 하면서 여행 한번 다녀본 적이 없다. 당시 대표에서 물러나 15년 만에 처음으로 여행을 가보았는데, ‘내가 세상을 몰랐구나. 이제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싶었다. 회사 지분은 중요하지 않더라. 내 삶이 100이면 ‘이타적 삶 55, 이기적 삶 45’일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웃음).”

다시 품앗이마을로 오자. 지족동·관평동·원신흥동·노은동에 있는 매장이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나자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잊을 만하면 찾아왔다. 대략 30명. 모두 거절했다. 설립 취지와 맞지 않아서다. 대신 제휴 매장을 한 곳 냈다. 마을 주민이 실질적으로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이고, 판매장이 마을 커뮤니티 구실을 할 수 있는 곳 등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제휴 매장은 ‘품앗이마을’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고 물류는 품앗이마을에서 담당한다. 가맹비 같은 건 없다.

탁현배 상임이사는 “품앗이마을은 지역의 사회적 경제와 지역민이 만나는 연결자(플랫폼)다.” 청년과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해서 창업지원 사업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품앗이마을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많아져야 하니까.” 품앗이마을 본점 매장의 한쪽에서는 커피와 빵을 판다. 카페·제빵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지역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입점했다. 임대료는 30만원. 디자인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지역 청년들에게는 품앗이마을 관련 디자인을 맡겼다. 충남 서산 청년들이 ‘수산물 사업을 하고 싶다’고 찾아와 매장 앞에서 정기적으로 수산물 장터를 열도록 했다. 또 유성구의 경력 단절 여성들이 반찬·도시락 사업을 하는 ‘열린부뚜막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도움을 요청하기에 품앗이마을 직원들의 점심을 대라고 했다. 일종의 판로 지원이다. 세차 사업을 하는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은 정기적으로 품앗이마을 본점의 주차장을 세차장으로 활용한다. 품앗이생협이 조합원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해준다. 이원호 이사장은 “품앗이생협·품앗이마을은 마을 자치, 사회적 경제를 조직화하는 역할을 한다. 매장은 그 수단이다. 취지가 맞으면 회의를 거쳐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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