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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일깨운 성매매 시장의 현실

2018년 02월 02일(금) 제541호
환타 (여행작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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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안전하기를 바라. 지금도 많은 소녀들이 납치당하고 있어. 왜, 어떻게 그녀가 실종되었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니?’

게임의 서문은 무겁고 어두웠다. 게임 이름은 <미싱(Missing)>. 인도에서 만들어진 스마트폰 게임이다. <미싱>은 리나 케즈리왈이라는 인도 사진작가가 추진하는 킥스타터(창작물을 대상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게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인도 성매매 산업의 구조를 폭로하기 위해 게임을 만들었다. 르포 기사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게임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알린다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2015년 한 해에만 인도에서 여성 약 13만5356명이 실종됐다. 더욱이 현실은 통계치 이상이다. 인도 인권 관련 단체는 실종자를 매년 300만명까지로 본다. 어린이 실종의 경우도 상황이 좋지 않다. 추적 불가능한 실종이 2015년 한 해에 6만1444건이었다.

ⓒGoogle 갈무리
게임 <미싱>은 인신매매 피해 여성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때 한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되었듯 실종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납치당한 사람, 즉 인신매매 피해자이다. 인도 국가 범죄기록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녀 인신매매는 지난 10년간 14배나 증가했다. 2014년에는 2013년 대비 무려 65%나 늘었다. 물론 실종자 모두를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구출된 여성을 통해 인신매매라고 밝혀진 사례가 2014년 기준 8099명에 달한다. 인신매매 여성이 필요한 곳은 성매매 업소다.

게임은 약물 때문에 기억을 잃고 인신매매를 당한 주인공 루비가 성매매 업소에 팔려오면서 시작된다. 게임의 시나리오와 배경은 실제 인신매매를 당했다가 탈출한 여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플레이어는 실제로 거리에 나가 남성을 유혹해 돈을 벌어야 한다. 도망가다 잡히면 끌려와서 폭행을 당한다. 게임 속 포주는 하루 할당량을 제시하고 이 금액은 매일 오른다.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또 끌려와 폭행을 당한다. 화면이 암전되고 얻어맞는 소리만 들릴 뿐이지만, 신경은 예민해진다. 사실에 기반한 게임을 하다 보면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감정이 점점 증폭된다.

<미싱>을 접한 뒤 이런 의문도 들었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개발자인 케즈리왈이 의도한 대로 인도 성매매 산업의 부조리를 실감할까? 현실을 회피하거나 낄낄거리며 게임으로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나도 고등학교 3학년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컴퓨터 언어인 C언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를 폐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는커녕 그저 <둠(Doom)> 같은 FPS(1인칭 슈팅) 게임으로 소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게임 접한 남성들 ‘성매매하지 않겠다’ 선언

염려와 달리 <미싱>은 게임을 만든 원래 목적을 이뤘다. 2017년 인도 앱스토어 게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리뷰 수천 개가 달렸는데, 게임을 한 남성들이 남긴 몇몇 후기가 인상적이다. 한국 앱스토어의 추천 리뷰에도 이런 글이 보인다. ‘내가 남자인데도 여자 입장이 되어보니 매우 불쾌하더군요. 게임이 조금이나마 성매매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게임을 접한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거나 인신매매와 성매매 업소 이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지역별 모임도 만들어졌다. 게임 하나가 강고했던 부조리의 벽에 작은 균열을 낸 셈이다. 인도에서 온 이 특별한 게임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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