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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갇힌 셀프고용 노동자

2018년 02월 02일(금) 제541호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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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 김도균 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창업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나라가 있다. 자영업자가 넘쳐나서 문제라고 고민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은 이걸 둘 다 한다. 헷갈렸다. 창업은 좋은 건데 자영업은 나쁜 거야?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한국의 자영업자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형식은 5명이 공저한 따분한 논문집에 가깝다. 그런데도 페이지가 멈추지 않고 넘어간다. 늦은 퇴근길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님은 이 시간까지 장사를 하고도 몸이 남아나는지, 임금노동자의 눈에는 그저 기묘해만 보이던 이웃 자영업자들의 삶이 조금씩 납득되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특히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한국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사장님’도 ‘기업가’도 아니다. ‘셀프고용 노동자’다. 노동시장은 우리가 만족할 만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튕겨난 사람들은 자영업으로 흘러들어 간다.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도 숙련도 갖추지 못한 신규 창업자들은 진입장벽 낮은 영세 자영업이나 프랜차이즈에 기댄다. 프랜차이즈는 기업가의 숙련과 아이템 선정을 대리해주는 대가로 가맹점주들을 장시간 노동과 저소득의 덫으로 밀어넣는다. 이쯤 되면 한국의 자영업 중 상당수는 ‘고용주 없는 고용’으로 봐야 할지 모른다. 이게 고용이라면 아주 질 나쁜 고용이다.

한국 사회의 모순이 겹치고 겹쳐 터져 나오는 가장 약한 고리가 자영업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약한 고리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이 가장 약한 고리에서, 자영업자와 취약 노동자의 갈등이라는 ‘을과 병의 싸움’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둘 중 누가 양보하라는 단순한 결론으로는 겉핥기 처방에 그칠 것이다. 당장 갈등이 삐져나온 약한 고리 뒤에, 얼마나 방대하고 얽히고설킨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지, 이 책은 아찔할 만큼 냉정하게 짚어준다. 시의적절한 책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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