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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이든 권총이든 사람 죽이긴 매한가지

2018년 02월 06일(화) 제542호
김응창 (SK텔레콤 디바이스 테크랩 매니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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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담배 회사들은 가열 담배는 연소가 일어나지 않아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담배를 찐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유해 물질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출시한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가장 ‘핫’한 전자제품 가운데 하나다. 아이코스는 ‘나는 일반담배를 끊었다(I Quit Ordinary Smoking :IQOS)’를 줄인 말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처럼 벌써 많은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에서 아이코스로 갈아탔다. 그 인기를 타고 경쟁 제품 ‘글로’가 출시됐고, 최근 KT&G도 비슷한 제품인 ‘릴’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런 담배를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부른다. 전자담배 기기와 이 기기로 피우는 궐련(마른 담뱃잎을 종이로 말아놓은 것)을 따로 판다. 전자기기와 궐련 둘 다 세금을 붙이는 정부 처지에서는 정확한 표현이다. 사용자 처지에서는 ‘가열 담배’가 좀 더 알기 쉬운 표현인 것 같다. 보통 담배보다 낮은 온도로 피우니까 ‘저온 담배’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면 연기가 없다는 뜻으로 ‘무연 담배’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런 명칭의 차이는 단순하지 않다.

일본 나고야 시는 ‘다른 사람에게 화상을 입히거나 다른 사람의 옷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중심가에서 거리 흡연을 금지한다. 일본의 한 노인 블로거가 시청에 전화를 걸어 “아이코스는 (저온 담배라) 불이 붙지 않으니 괜찮지 않으냐”고 물어봤다. 시청의 답변은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지만,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피우면 다른 사람들이 흡연 구역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코스도 흡연 구역에서 피우도록 지도한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필립모리스가 출시한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가열 담배는 불이 붙지(혹은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정의를 공부해야 한다. 연기는 ‘무엇이 타서 생긴 기체 같은 물질’이라는 뜻이다. 또 무엇이 탄다(연소한다)는 건 산소와 급격히 화합하며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연소의 3요소는 연료, 높은 열이나 불꽃, 그리고 산소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타지 않는다. 불을 끄려면 이 중 하나를 없애라고 배운다.

아이코스를 내놓은 담배회사의 논리는 “아이코스를 피울 때는 이 연소의 3요소 가운데 두 가지가 발생하지 않는다”이다. 필립모리스 연구소에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했다. 먼저 발열체에서 0.5㎜ 떨어진 담배 내부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연소에 불충분한 250℃ 정도였다(보통 담배가 탈 때는 600~800℃라고 한다). 또 산소 없이 질소만 있는 상자 안에서 가열 담배를 피웠을 때도 정확히 같은 기체(에어로졸)가 나온다는 결과를 얻었다. 발화시킬 만한 높은 열이나 불꽃이 없고, 산소와 무관한 반응이므로 연소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소가 없으니 연기는 전혀 나지 않으며, 또 재도 남지 않는다. 재는 ‘탄(연소한)’ 뒤에 남은 물질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담배회사 연구소의 자체 실험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열 담배에 대한 독립적인 연구로는 스위스 베른 대학 아우어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7월에 발표된 이 논문은 꽤 부정적이다. 제목부터 <가열 담배:다른 이름의 연기(Heat-Not-Burn Tobacco Cigarettes:Smoke by Any Other Name)>다. 아우어 박사 연구팀은 불 없이도 연기는 날 수 있다며 “아이코스는 연소하지 않기 때문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라는 담배회사의 논리를 반박한다. 보통 담배의 유해 물질도 완전연소보다는 불완전연소와 열분해에서 비롯되며, 연소의 조건이 부족하더라도 유해 물질은 나온다는 것이다.

ⓒ시사IN 이명익
전자담배는 비록 연소하지는 않지만 유해 물질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코스 측은 보도 자료를 내 이를 재반박했다. 일반 담배보다 적은 양이지만 어쨌든 유해 물질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이 밝힌 사실이며, 금연 구역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어쨌거나 흡연을 계속할 사람들에게 피해 저감 제품을 제공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종합해보면 담배회사가 내놓은 연구 결과는 “유해 물질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정도이다. ‘연기가 없다’는 말이 곧 ‘유해 물질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 너희는 이런 거 배우지 마라”

‘가열 담배를 피울 때 보이는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수증기’라는 말도 맞기는 하지만 깨끗한 수증기는 아니다. 가열 담배를 피울 때 입에서 내뿜는 물질은 주로 글리세린과 니코틴, 아세트알데히드 따위를 포함한 수증기다. 프랑스의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금연 운동가인 베르트랑 도첸버그 교수는 “소총과 권총의 공통점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라면서 가열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 않다고 말한다.

담배를 찐다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찐다는 것은 증기로 익힌다는 뜻이다. 가열 담배는 증기 없이 직접 가열하고 보통의 찜(100℃)보다 고열이다. 300℃ 가까운 온도로 가열하는 기기를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자적 온도 제어가 가능한 현대에나 쓸 수 있게 된 방식이다.

배터리의 과열·폭발 위험은 없을까? 위험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조심한 흔적은 있다. 한 블로거가 아이코스를 분해해보았는데 기기 내부에 조금 특별한 충전지가 들어 있었다. 보통 ‘리튬 인산철 전지’라고 부르는 리튬이온전지의 한 종류다. 대부분의 리튬이온전지에 쓰이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이 아닌 인산철 리튬이라는 물질을 양극으로 쓴다. 부피 대비 충전 용량이 적다는 심각한 약점이 있지만 대신 폭발 위험성이 비교적 낮다.

사실 흡연자에게 중요한 것은 동작 원리보다는 ‘사용 편의성’이다.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아이코스의 제품 완성도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는데 몇 달 동안 직접 써보니 불편한 점도 적지 않았다. 일단 일반 담배보다 들고 다니기에 크고 무거웠다. 피우는 과정도 번거로웠다. 휴대용 충전기를 열어서 스틱을 꺼내고 궐련을 꽂아 20초를 기다린 후 14모금 또는 6분간 피운다. 그다음에는 스틱 본체를 밀어 올려 꽁초를 꺼내서 버리고, 스틱을 휴대용 충전기에 넣고 닫아 다시 4분을 기다려야 한다. 설명서대로라면 1~2일마다 기기를 청소해야 한다.

아이코스 매장에는 제품에 대해 이렇게 안내한다. “아이코스는 지속적으로 흡연을 원하는 성인 흡연자를 위한 제품입니다. 흡연하신 적이 없거나 금연하신 분들께는 아이코스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가열 담배로 담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가열 담배는 마른 풀에 불을 붙여 냄새를 맡는다는 허세에 취해 입담배를 배웠지만 이제는 손에서 나는 담배 냄새도 싫고 남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싫어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니코틴 중독자’를 위한 제품이다. 역시 결론은 흡연자들이 하면 가장 한심해 보인다는 이 말일지 모르겠다. “그래 너희는 이런 거 배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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