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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선수 힘 합치면 파란 일으킬 것”

2018년 02월 08일(목) 제543호
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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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400여 회의 공연을 준비했다. ‘평창 포럼’을 창설해 평화·여성·환경 등에 대한 국제회의도 열 계획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9일 앞두고 찾은 평창은 조용한 듯 들떠 있었다. 박근혜 탄핵, 최순실 국정 농단, 북핵 갈등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한동안 ‘실종’ 위기에 몰리고, 북한 참가가 결정된 후에는 난데없이 ‘평양올림픽’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강원 도민들은 차근차근 전 세계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온 터였다. 그 선봉에 서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나 개막식에 이르기까지 막전막후 비사를 물었다.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은 역사의 선물”이라며 “지금부터 올림픽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1월31일 평창 알펜시아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진행했다.


ⓒ시사IN 이명익
최문순 강원도지사(위)는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듀엣 공연을 장이머우 감독에게 제안했다.
이틀 전(1월29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준비는 다 끝났다”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얼 알고 봐야 하나?

평창이 소치나 밴쿠버와 다른 건 무엇보다 문화 올림픽이라는 점이다. 문화예술 공연을 횟수로는 400회, 종류로는 200개가량 준비했다. 다른 나라도 문화 올림픽을 표방하곤 했지만 이번처럼 하계올림픽에 버금가도록 대규모로 준비한 건 처음이다. 우리나라 국공립 예술단이 총출동하고 전북의 날, 제주의 날처럼 각 시·도의 날, 또 강원도 18개 시·군의 날이 정해져 있어서 이날에는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단, 응원단이 평창을 달구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는 또 눈이 안 오는 나라, 그래서 동계올림픽에서는 소외되다시피 했던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란 등에서도 문화예술단을 꾸려 참여한다.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후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선수들을 하나둘 발굴해 동계올림픽 꿈나무로 키워왔다.

‘드림 프로그램’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출전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나?

그렇게 새로 출전하는 나라가 5~6개국이다. 공연단을 보내는 나라는 9개국 정도이고. 그래서 참가국 수나 참가 선수단 규모가 역대 최대다. 무엇보다 큰 관심사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활약이다. 우리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나는 시너지가 나서 ‘1+1=3’이 되리라 믿는다. (이낙연) 총리께서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이 안 된다고 했다가 혼쭐이 났는데(웃음), 남북한의 우수 선수가 힘을 합하면 훨씬 전력이 강해지고 1차전부터 파란을 일으킬 거다.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오기까지 최 지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측 문웅 4·25체육단장을 만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촉구했고, 열흘 후 김정은 위원장이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오래전부터 교감이 있었나?

당시 북한과의 공식·비공식 끈이 다 끊어진 상태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던 채널이 유소년 축구라 언론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해주는 것 같다. 유소년 축구학교는 내가 MBC 사장을 하던 때인 2007년에 만들었다. MBC 축구학교를 운영하면서 남북 학생들이 같이 훈련하고 국제 대회에도 나가는 시스템을 구상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사장들이 다 없애버렸다. 축구학교는 없어졌지만 남북 청소년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경기를 하자고 해서 유소년 축구대회를 창설했다. 첫 번째 대회는 경기도 연천, 두 번째 대회는 평양, 그리고 지난해 중국 쿤밍에서 세 번째 대회를 열었다. 그동안 꽤 신뢰를 쌓아왔고 특히 북측 파트너인 4·25체육단이 우리로 치면 국군체육부대(상무) 격이라 상당히 ‘파워’가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지막 성화 주자는 개막식까지 비밀이다.
10년 공들인 채널이 빛을 발한 셈이다.

남북 단일팀 만들자, 응원단 보내달라 등 당시 한 제안들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주 화끈하게 받아줬다(웃음). 하나 불발된 게 크루즈를 보내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데려오는 거였는데, 이건 유엔 제재에 명백히 걸리는 거라 불가능했다. 이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다 들어 있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원도에 왔을 때 제안해 반영된 건데, 그때는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여론이 이렇게 돌아갈 줄 몰랐다. 오랫동안 남북 사이가 단절되어 있다 보니 국민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정부는 마음이 급해서 빨리 가려다 차질이 생긴 듯하다. 국민은 물론이고 야당과 언론에도 좀 더 충실히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또 남북 간 대화 파트너가 다 바뀌고 신뢰가 없다 보니 조금만 이견이 생겨도 위기가 고조되곤 한다.

금강산에서 하기로 한 남북 문화 공연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유를 알고 있나?

이쪽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소리가 자꾸 나오는 게 주요 원인인 듯하다. 오랜만에 협상을 하다 보니 우리 쪽도 손발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특히 북쪽의 의사 결정 구조나 행동방식을 정확히 알지 못해 낭패 보는 경우가 많다.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하나씩 매듭짓고 가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단 평창올림픽을 마무리하고, 그다음 인도적 지원을 논의하고, 이렇게 갔어야 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보따리를 좌르르 풀었다가 거절당한 거다.

유소년 축구 말고 북한과 협상해본 사례가 더 있나?

많이 해봤다(웃음). 제일 컸던 게 2008년 2월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평양에 간 것이다. MBC 사장을 마치기 직전에 가까스로 성사되었는데,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평양에서 다시 한번 추진해보려 한다.

북한이 참가하게 된 것에 대한 강원도민 여론은 어떤가?

내 느낌에는 대환영이다. 강원도는 북한에 대한 감수성이 이중적이다. ‘분단도’에다 전쟁 피해를 본 도민들이 많아서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하지만 평화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면 군인들이 휴가를 못 나오고, 가족들이 면회도 못 오면서 곧바로 지역 경제가 얼어붙는다. 그래서인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왔을 때도 환영 열기가 뜨거웠고,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이 벌어졌을 때도 도민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열심히 응원했다.

흥행 여부가 중요할 텐데, 티켓 판매율이나 숙박 예약률이 아직 저조하다.

기관마다 성공한 올림픽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다. 체육회는 메달 성적, 조직위원회는 흑자 여부, 강원도는 흥행이다. 우리 도민 주머니에 돈이 좀 들어왔느냐가 최대 관심사다(웃음). 호텔 예약률은 70%가 넘었으나 민박 예약률은 30%를 갓 넘겼을 뿐이라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임박해야 예약을 하는 특징이 있어 열심히 홍보하면서 평창을 찾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있다.

IT 기술 발전으로 안방에서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으면 오히려 현장에 안 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도 있긴 하다(웃음). 여기 와서 보면 휙 하고 지나가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그것도 선수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실시간 영상을 볼 수 있으니까. 말 나온 김에 좀 더 자랑하면,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가 턴하는 장면을 찍는 카메라가 두 대였다면 이번에는 100대가 설치되어 그야말로 물 샐 틈 없이 찍게 된다. 그렇게 수집한 영상을 4배 선명한 UHD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송출하니 그 화면이 얼마나 실감나겠나. 하지만 아무리 영상이 좋아도 현장에서 울고 웃고 함께 응원하며 느끼는 감동은 다르다.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할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열리는데 그 귀한 기회를 놓치면 되겠나.

아베 일본 총리 외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올 가능성은 없나?

시진핑 주석의 경우 중국이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라 올 가능성도 있어서 계속 요청을 하고 있는데 자기네 큰 정치 일정이랑 겹치는 모양이다. 현재까지는 총리급이 온다고 들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개막식에 올 것이다. 숙소 등 예약을 다 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로 누가 오느냐도 관심인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폐막식 때 차기 개최국을 소개하는 공연을 하게 될 장이머우 중국 영화감독이 2022명을 데리고 와 8분짜리 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맞나?

맞다. 그쪽에 깜짝 공연을 요청했는데 아직은 됐다는 소식이 없다.

깜짝 공연이 뭔가?


(시진핑 주석 부인이자 가수 출신인) 펑리위안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 부인이자 성악과 출신인) 김정숙 여사가 같이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는 얘기를 장이머우 감독에게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중국이 단체 관광객도 안 풀고 뒤끝이 좀 있다(웃음).

마지막 성화 주자도 베일에 싸여 있고, 한동안 뉴스거리가 많을 듯하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에 긴장 상태가 팽팽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무드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한 미국이 이듬해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하자 4년 뒤 소련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빠지면서 두 번 연속 반쪽 올림픽이 되었다. 그런데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동서 양 진영이 다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평화 올림픽을 치렀다. 이번에도 북한의 참가 결정으로 남북이 함께하는 최대 규모의 올림픽으로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문제는 평창 이후다.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고 북측이 또다시 도발하면 평창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평창 이후를 대비한 다른 대화 통로를 정부가 열어야 할 텐데 잘 진행되는지는 의문이다. 그와 별개로 강원도는 이왕 지어진 시설들을 활용하기 위해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군인 올림픽 등을 꾸준히 유치하려고 한다. 또 ‘다보스 포럼’에 맞먹는 ‘평창 포럼’을 창설해 평화·여성·환경 등에 대한 국제회의를 열고 계속해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갈 생각이다.

‘평창 포럼’은 누가 주도하게 되나?


이상묵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를 위원장으로 하는 조직위원회가 꾸려졌고, 2월7일부터 사흘간 ‘평창 포럼’ 첫 회의가 열린다. 이렇게 평창올림픽을 위해 만든 시설들을 잘 활용하려면 연간 34억원가량의 유지비가 필요한데, 기획재정부가 안 주겠다고 해서 협상 중이다. 강원도가 다 부담하라고 하면 도민들이 뭐라 하지 않겠나(웃음).

올림픽이 끝나면 최 지사의 3선 도전도 화두가 될 것 같다.

웬만하면… 나는 이제 나이도 들었고(웃음).

당내 다른 후보군이 있나?


그게 문제다.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야권의 조직세가 압도적이다. 우리 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은 나하고 원주시장뿐이고 국회의원도 원주에 지역구를 둔 의원 한 명에, 이 지역 출신 비례대표 한 명 정도다. 운동장이 워낙 기울어져 있어서 6월 지방선거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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