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찍어 SNS에 올리면 2000만원을 받는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Influ-encer:많은 팔로어를 가진 영향력자) 후다 카탄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1월 현재 2392만명이 팔로잉하는 그녀는 기업으로부터 협찬받은 상품을 게시할 때마다 약 1만8000달러(약 2000만원)를 받는다.

기업은 왜 그녀에게 2000만원이나 주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달라고 할까? 효과 때문이다. 이라크계 미국인인 카탄은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뷰티 블로거다. 독특하고 특색 있는 그녀의 메이크업 기법과 패션에 열광하는 전 세계 팬들이 그녀가 올린 게시물을 따라 제품을 구매하고, 다시 인증샷을 남긴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장에서 입증됐다. 중국 시사 부문의 왕훙(인플루언서) 뤄지쓰웨이가 춘절에 팔아치운 월병의 양이 중국 스타벅스 전체 매장에서 판매한 양보다 많았던 것이 벌써 2014년의 일이다. 지방시 같은 명품 브랜드가 1992년생 미스터 백(包先生, 중국의 핸드백 전문 왕훙)과 콜라보해 스페셜 명품 백을 만드는 일도 이제 익숙한 프로모션이다.

ⓒ후다 카탄 인스타그램 갈무리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뷰티 블로거인 후다 카탄(위)은 자신의 인스타 계정에 사진 한 장을 올려주고 2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지난해 미국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1인에게 1달러를 투자했을 때 수익이 평균적 6.5달러, 6.5배의 투자 대비 수익(ROI)을 거두었다고 한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광고 지출 이상의 매출 상승효과를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마케팅 환경을 감안하면 이는 단비와 같은 결과다.

이런 효과 때문일까. 인플루언서 마케팅 혹은 브랜디드 콘텐츠 마케팅이라 불리는 이 분야는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약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로 추산되며, 2020년에는 약 10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예상된다. 실리콘밸리에서만 관련 스타트업 300여 개가 등장했고, 이 가운데 100여 개가 총 10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유치해 성업 중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가운데 특히 인스타그램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미국 내 유튜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같은 시기 인스타그램 시장도 이와 비슷한 약 1조원 규모로 비등비등하다. 유튜브 중심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시장에 쏠렸던 엄청난 관심에 비하면 매우 의외의 결과다. 미국 인플루언서의 87.1%가 가장 선호하는 매체로 인스타그램을 꼽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투입하는 노력 대비 산출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메이크업이나 의상, 세트 준비, 영상 제작, 편집 같은 과정 없이도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필터를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지 몇 장이나 짧은 동영상으로 자신의 매력과 취향을 어필하고 해시태그 등을 활용해 팬들과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시사IN 윤무영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계정에 협찬받은 상품 사진을 올리고 돈을 받는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광고 티가 나는 포스팅에 반감을 보이던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저들과 다르다. 오히려 인플루언서들이 선택하고 홍보하는 제품을 추종하면서 그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모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어떤 브랜드에 협찬을 받아낼 수 있는지가 해당 인플루언서의 위상을 증명하기까지 한다. “이 정도의 수준 높은 브랜드가 내게 협찬한다”라는 게 오히려 팔로어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인플루언서들이 상업 활동에 거리낌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심리적 요소다.

팔로어 수천만명을 거느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기 시작한 미국, 왕훙 없는 마케팅 홍보를 생각하기 어려워진 중국, 전체 마케팅 예산의 20% 이상을 KOL(Key Opinion Leader)라 불리는 인플루언서에게 집행하고 있는 베트남 및 동남아 상황을 보면 자연스럽게 국내 상황도 궁금해진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업체가 시장에 진입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 종합 및 디지털 대행사들이 몇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 혹은 이들보다 적은 몇천명 수준의 팔로어를 가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을 접촉해 인증샷을 의뢰하고 광고비를 지출한다. 주로 패션이나 뷰티, 식음료 관련 광고주들이 적극적이다. 1인당 과금표와 보상 금액, 지급 경품의 시세도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다. 이들의 인증샷을 더 쉽게 연결해주는 ‘미디언스’ ‘애드픽’ ‘쉐어팝’ ‘해시업’, 물건 판매를 더 쉽게 해주는 ‘브랜디’ ‘마켓잇’ ‘0.8L’ 같은 서비스가 등장했다. 오프라인 행사에서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띄워주는 ‘어트랙트’ 같은 서비스도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연결 서비스 다양

블로그와 연계된 인스타그램 커머스는 이미 10대 사이에서 유행이다. 팔로어 수만명을 가진 10대 청소년 인플루언서 중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벼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활용한 개인 ‘벼룩시장’을 운영 중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해당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블로그마켓 링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링크해 제품을 직접 판매한다. 그중에는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올려두어 제품 구매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취향을 동경하며 팔로잉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10대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이 커지면서 한 인플루언서가 여러 제품을 광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경쟁 제품을 번갈아가며 인증샷을 올리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발 빠른 광고주들은 인플루언서와의 전속 혹은 정기 계약을 통해 꾸준히 브랜드에 대해 언급하고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예인에게나 적용되던 전속 계약이 인플루언서로, 더 나아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영미권 인스타그램을 보면 단순히 제품을 셀카와 함께 홍보하는 단조로운 인증샷 대신,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체형,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기발하고 아름답고 주목도 높은 인증샷을 유도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 팔로어들이 브랜드 및 제품에 더 큰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천편일률적인 인증샷을 더욱 다변화·차별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에 따르면, 팔로어가 1000명 미만인 경우에는 팔로어 중 포스팅에 반응하는 비율이 약 15.1%인 데 비해, 1000명에서 1만명 사이는 7.4%, 1만명에서 10만명 사이는 3.3%, 10만명 이상은 2.4%로 점차 감소한다고 한다. 팔로어가 많다고 반드시 더 많은 반응을 이끄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팔로어가 많으면 후광효과는 커지지만 팔로어들을 살뜰히 챙기기 어려워진다. 팔로어가 많다고 무작정 비용을 많이 집행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인증샷 캠페인 목적에 따른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여러 인증샷 캠페인을 진행하며 누적된 데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해보면, 브랜드나 제품에 좀 더 잘 맞는 인플루언서를 선별해낼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나 제품별 분류에 따른 인스타그램 팔로어 반응량, 태그 등을 심층 분석해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고 제안하는 새로운 분석 서비스가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기자명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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