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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가 여는 더 나은 삶

2018년 02월 08일(목) 제543호
정철수 (이매진 대표)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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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고위 간부의 여성 검사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뉴스를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면서도 자기가 당한 범죄 앞에서 오랫동안 번민했다는 역설 때문이었다. 한편 이 고백이 ‘미투(나 역시)’ 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면서, 어쩌면 직장 내 성추행이나 2차 피해 문제 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희망도 생겼다.

<나쁜 여자 전성시대> 앨리스 에콜스 지음, 유강은 옮김, 이매진 펴냄

<나쁜 여자 전성시대>는 이매진이 꾸준히 펴내려는 페미니즘 관련 책들 사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단순한 이론서에 그치지 않고 ‘페미니즘 운동’의 관점에서 문제를 새로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에서는 이론의 쳇바퀴에 갇히지 않고 현실로 뛰어든 용감한 여성들이 ‘나쁜 여자’가 돼 목소리를 내던 참이었다. 미국에서 급진 페미니즘의 교과서처럼 읽히는 이 책은 한 사회의 문화와 정치의 풍경이 바뀌는 변화의 시작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제목이 문제일까? 표지가 안 좋았나? 너무 늦었나? 아니 빨랐나?

아직 답은 못 찾았지만, <나쁜 여자 전성시대>에 새겨진 미국 급진 페미니스트 역사의 뿌리는 지금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꾸려가는 삶으로 이어진다. 어떤 장면들은 한국의 페미니즘‘들’과 완전히 포개지지 않지만, 날 선 구호와 이론 뒤에 가려진 지혜를 길어 올려 성찰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페미니즘의 오류와 실패만 유난히 과장해서 편협하다고 공격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세기 미국 급진 페미니즘의 주역들이 껴안은 성찰은 지금 여기에서 또 다른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를 열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건네준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계보’가 필요하며, 페미니즘은 ‘더 편협한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약속해야 한다는 교훈 말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우리, ‘나쁜 여자’들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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