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정 러시아 말기에서부터 소비에트 연방 몰락까지 100년의 지평으로 조망한 러시아 혁명사”라고 소개되었다. 책은 주로 1905년 ‘피의 일요일(차르의 군대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위대를 학살한 사건)’부터 1953년 ‘스탈린의 죽음’까지 48년 동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닌이 ‘부르주아 혁명 이후에야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이 가능하다’는 마르크스주의의 교의까지 살짝 왜곡하며 1917년 2월 혁명으로 성립된 임시정부를 무너뜨리는 복잡한 과정을 간략하지만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레닌 사후 권력을 장악한 스탈린은 농민 등 프티부르주아 계급을 희생시켜 공업을 육성하는데, 이 발전 전략이 부하린, 카메네프, 지노비예프 등 동지들의 대규모 숙청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도 읽을 수 있다. 스탈린이 피비린내 나는 통치를 통해 소련 사회주의를 어느 정도 완성한 것은 1950년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혁명은 사실상 끝났다. 책은 그 이후의 역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는다. 흐루쇼프와 고르바초프라는 개혁가들이 레닌주의의 이상을 되살려 ‘인간적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헛된 수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레닌의 배반자가 아니라 계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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