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하는 가상 비서:인공지능(AI)
스마트폰에 설치된 ‘가상 비서(digital assistant)’는 이미 당신의 하루 일정을 꿰뚫고 때에 맞춰 통보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주변의 ‘맛집’이나 최신 인기 영화를 물어봐도 된다. 그런데 가상 비서가 어느 날부터 당신에게 농담을 걸어온다면 어떨까? ‘그(그녀)’가 상세히 알려줬는데도 길을 잘못 든 당신에게, 최신 유행어인 “스튜핏”을 외친다. 제대로 찾아가면 “그뤠잇”이라고 칭찬해준다. 당신이 식상해하면, 그 유행어를 다시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가상 비서는 똑똑해질 수 있다. IT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조만간 농담까지 구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근 IT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계의 소통능력이 조만간 특이점에 도달하리라 본다. 인공지능 부문에서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학습 능력을 부여한 신기술(딥러닝) 덕분이다.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장착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학습 자료로 인공지능을 훈련시킨다. 예를 들면 고양이와 개의 이미지 자료를 제시하고 개를 골라내게 한다. 컴퓨터는 맞히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겠지만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점점 더 개를 잘 골라내게 된다. 컴퓨터는 외부로부터의 입력이 아니라 자체 학습으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만약 컴퓨터가 배우는 능력을 갖췄어도 학습 자료가 모자란다면 명석해지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수십억 인구가 인터넷 검색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끊임없이 제공해준다. 이른바 ‘빅데이터’다. 지구 차원에서는 매초 45만여 명이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90만여 명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류가 인터넷에 남긴 ‘언어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일상적 언어 습관까지 정복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자연어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확률(오차율)이 5.9%인데, 인공지능도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가트너는 인공지능의 ‘보는 능력’ 역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른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인간은 눈앞에 펼쳐진 전체 광경은 물론 그 속의 개별 사물까지 낱낱이 본다. 개별 사물을 조합해서 전체 광경의 인상을 형성할 수도 있다. 인간에게 쉬운 ‘보는 능력’이 기계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컴퓨터의 ‘보는 능력’은 자율주행 자동차 등 최근 주목되고 있는 혁신에 매우 중요하다. 인간 운전자는 전방의 다른 차와 사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정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위험성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IT 전문가들은 ‘컴퓨터 비전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가 조만간 시각 능력에서도 인간을 따라잡으리라 본다.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목소리 플랫폼
가트너 등은 2018년에 자연어로 디지털 기기와 소통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이 기계와 함께 일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가장 간단한 기계는, 지렛대로 인간의 육체적 힘을 증폭시키는 장치다. 이후에는 밸브나 버튼으로 지시했다. 컴퓨터가 도입된 뒤 키보드로 기계에 명령하다가 최근에는 터치스크린을 사용한다. 이런 방식들의 공통점은, 인간이 ‘기계와 일하는 방법’을 애써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눈과 손을 사용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자연어로 능숙하게 듣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다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사용하는 일상 언어로 기계에게 명령할 수 있다. 기계와 일하는 방법을 미리 배울 필요도 없다. 목소리는 인간의 가장 직관적인 소통 매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2020년까지 온라인 검색 가운데 절반가량이 목소리만으로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중 30%는 스크린도 필요 없다. 문자 그대로 ‘목소리 플랫폼(voice controlled digital platforms)’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물을 가상으로 구현:디지털 쌍둥이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를 컴퓨터에 디지털로 모사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라고 부른다.
기업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면, 일단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해보고, 다시 뜯어 문제점을 해결한 뒤 조립해서 다시 시험하는 지루한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그러나 실물과 동일한 속성의 디지털 쌍둥이를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든지 뜯고 조립하며 개발 비용과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개발뿐 아니라 제조 공정과 이후의 고객 서비스 부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쌍둥이를 활용한 개선 작업이 가능해졌다.
디지털 쌍둥이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인 것은 아니다. 이미 컴퓨터 지원 설계(CAD: Computer Aided Design) 등에서 활용되어왔다. IT 전문가가 디지털 쌍둥이를 다시 주목하는 것은 당초의 아이디어(실재하는 물체를 디지털로 모사해 조작)에 사물 인터넷과 클라우드(대량의 데이터 저장 및 처리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잠재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엔진처럼 열과 공기의 미묘한 역학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 제품의 경우, 해당 부분의 상태를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로 디지털 쌍둥이에 전송하면서 설계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의 등장 덕분에 ‘디자인 피드백(설계의 결과를 반영해 다음 제품 설계를 개선해나가는 작업)’의 모든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면서 경영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알아서 일하는 사물:사물 인터넷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인공지능을 장착하면서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각각 인터넷에 접속해 서로 소통한다. 예전에는 컴퓨터만이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지적 능력을 가진 시계와 달력, 냉장고, 자동차, 샤워기, 로봇 청소기 등 ‘사물(things)’이 인터넷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컴퓨터의 인터넷’이 아니라 ‘사물의 인터넷’이다.
당신의 자명종 시계는 평소보다 이른 아침 6시에 당신을 깨운다. 달력과 인터넷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결과, 당신이 오전 9시까지 서울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스마트한 시계는 현관문과도 친하다. 그래서 당신이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 때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더욱이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서울역까지 좀 더 긴 주행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 사정을 감안해서 자명종을 울렸다. 당신이 씻는 동안 샤워기는 자동차에게 ‘창문에 쌓인 눈을 녹이고 히터를 작동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당신이 집을 나서면 현관문이 로봇 청소기에게 청소를 시작하라고 통보한다. 첨단 ‘컴퓨터 비전’ 기술로 무장한 로봇 청소기는 집 안을 샅샅이 관찰하고 누비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지적인 기계들이 인터넷으로 소통하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 협력한다.
올해 출시될 사물 인터넷 관련 소비재 가운데 벌써 주목받는 제품은 미국 기업 1-Ring 사의 ‘Moon’이다. Moon은 달을 연상케 하는 구(球)형의 감시 카메라로 공중에 뜬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각종 사물들(에어컨·텔레비전·음향기기 등)과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스마트홈(사물 인터넷 시스템이 갖춰진 주택)의 컨트롤 허브 구실을 맡도록 설계되었다. 사용자는 외부에서 Moon을 통해 주택 내부를 살피거나 다른 가전 기기들을 조작할 수 있다.
■분산화된 전송 시스템:에지 컴퓨팅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은 인터넷상의 데이터 규모가 앞으로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나온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해결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의 대중화로 증가한 데이터를 원거리에 위치한 ‘데이터 센터(클라우드)’로 보내 저장·처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사물 인터넷이 발전하면 수많은 사물들마저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그 데이터 중 일부는 대단히 큰 용량을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원거리에 위치한, 몇 안 되는 클라우드들에게 데이터를 집중시키면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를 기대할 수 없다.
에지 컴퓨팅은 멀리 떨어져 있던 저장·처리 기능을 사용자 및 기기의 ‘에지(edge:가장자리 혹은 주변)’로 가져온다는 의미다. 기기 사용자들이 생활하는 지역 곳곳에 작은 데이터 센터를 설치한다고 보면 된다. 정보통신 기기에서 생성되는 대부분의 데이터가 에지 컴퓨팅으로 실시간 처리되고, 나머지 고차원적 작업이 기존 클라우드에게 맡겨진다. 중앙과 가장자리의 크고 작은 데이터 센터가 데이터 처리·저장 기능을 분담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 매체인 〈네트워크 월드〉의 편집자 브랜던 버틀러는 다음 같은 사례로 에지 컴퓨팅을 설명한다(2017년 9월21일).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 석유 채굴 시설에는 센서 수천 대가 달려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시설의 정상 작동만 확인하면 되는 기업 처지에서는, 채굴 기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센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에지 컴퓨팅으로 실시간 처리해 정리한 다음 하루 단위로 중앙 데이터 센터(클라우드)에 전송하는 대안을 구상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만 골라 클라우드로 보내는 것만으로 에지 컴퓨팅 시스템은 해당 정보 네트워크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3차원 이미지가 눈앞에:증강현실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은 사용자를 디지털 가상세계 내부로 던져넣는 기술이다. 이와 반대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은 3차원 디지털 물체를 현실 공간으로 끄집어내 보여준다. 2016년 출시되어 세계적 화제로 떠오른 ‘포켓몬 고’가 AR의 대표적 사례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벽을 허물어 사용자가 새롭고 재미있는 현실 감각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사용자 대부분이 지금은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즐기는 증강현실(‘포켓몬 고’)이 바깥 세계로 튀어나올 것이다. 해외여행에서 증강현실 헤드셋을 끼고 다니면 가게의 간판들이 한글로 번역되어 관련 정보와 함께 눈앞에 표시된다.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장치를 HUD(Heads Up Displays:고개를 들고 관련 정보를 본다는 의미)라고 부른다. 증강현실 장치가 설치된 의류점에 가면, 여러 종류의 옷을 끌고 피팅룸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선반의 옷 앞에 서면, 고객이 그 의류를 입고 있는 모습이 고화질의 이미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증강현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스마트폰 안의 가상 비서를 홀로그램 형태로 불러낼 수도 있다고 한다.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복싱 경기를 상당한 크기의 3차원 디지털 이미지로 거실에서 보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 부문에서 2018년에 혁신적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로는 매직리프가 꼽힌다. 디지털 영상을 사용자의 눈동자에 투사하는 방법으로 현실 세계에 3차원 디지털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데 그 현실감이 대단하다고 한다. 정보통신기술 매체 〈기즈모도〉의 기사(2017년 12월28일)에 따르면, 매직리프가 올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출시할 증강현실용 헤드셋의 성능은 다음과 같다. “가상 이미지들이 아직 경험되지 않은 수준의 내구성과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 총으로 벽에 구멍을 내고, 커피 테이블에 가상의 조각 작품을 전시해놓을 수 있다. 사용자를 여러 종류의 모니터(집 안의 온도나 습도 같은)로 둘러쌀 수도 있다. 친구의 아바타를 거리로 불러내 이야기를 나누며 활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매직리프는 자사의 기술을 증강현실이 아니라 ‘혼합현실(MR:mixed reality)’이라고 부른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어놓았다는 의미다. 다만 매직리프가 허위 과장 공시를 일삼는 겉만 번지르르한 업체라는 평판도 있기 때문에 일단 신제품 출시와 그에 대한 평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실시간 ‘거래의 총합’:블록체인
IT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2018년의 전략 기술로 주목한다. 가상통화 때문만은 아니다.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뿐 아니라 인간 삶은 교류의 연속이다. 교류 중 하나가 거래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는, ‘안전한 거래를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였다. ‘내’가 제공한 가치에 대해 상대방이 폭력이나 협잡으로 합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에는 ‘권위 있는(신뢰받는) 제3자’가 거래에 개입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해 관계자들은 제3자(국가나 은행·대기업·협회 등)가 인증하는 기록(종이 서류나 디지털 증거)을 기반으로 거래하게 되었다. 제3자 중심의 ‘신뢰 시스템’이다. 다만 제3자는 중개의 대가로 적잖은 수수료를 뜯어가거나 심지어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 여러 이해 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거래에서는 관련 정보가 적시에 전달되지 않아 거래가 지체되기도 한다.
블록체인은 이런 신뢰 시스템을 전복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거래 쌍방이 제3자의 중개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와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해 관계자 모두가 거래 내역(장부)을 공유하고, 기록을 변조하거나 추가할 때는 모두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 더욱이 블록체인에는 모든 거래가 기록되기 때문에 사기나 거래 조작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거래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리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다.
가트너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정보 저장과 보안 부문에서 일대 도약을 의미한다. 블록체인에는 경제 시스템의 기본적 틀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현재의 비즈니스 문제에 응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만드는 기업은 2018년에 엄청난 수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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