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간만 한 달, 14주 연속보도, 유흥업소 잠입 취재. ‘2017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끈질김’이었다. 출품작 190여 개 가운데 최종적으로 선정된 4개 부문 수상작은 대개 단발성 보도가 아니라 한 달 이상 발품을 판 탐사보도의 결실이다. 주거 문제, 재단 비리, 지역 환경 등 주제 자체는 익숙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접근 방식의 다양화를 꾀한 것도 특징이었다.


대상은 데이터 저널리즘이 돋보였던 경희대 학보사 〈대학주보〉가 차지했다. 지난해 뉴커런츠상을 받은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부 중 하나인 〈세종알리〉가 이번에는 취재부문 상을 수상했다.

지난 1월15일 진행한 최종 심사에는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류지열 한국PD연합회 회장,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기성 언론과 다른, 대학언론만이 가진 차별성에 주목했다. 소재의 새로움보다는 독자인 대학생 일반의 관심사를 다루되, 접근법이 참신한 작품이 비중 있게 논의되었다. 5개 부문(대상, 취재보도, 사진·그래픽, 방송·영상, 특별상) 수상자들의 뒷이야기를 비롯해 심사위원들의 부문별 심사평을 함께 싣는다. 오는 3월19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열리는 제2회 〈시사IN〉  대학언론인 포럼에서 수상작에 대한 당사자들의 발표를 만나볼 수 있다.

 

대상 〈대학주보〉 박지영·장유미

‘회기동 위반 건축물 2년 사이 14.5% 증가’

ⓒ시사IN 신선영〈대학주보〉 박지영(위)·장유미 기자는 학교 주변의 불법 건축물 실태를 고발했다.

‘왜 이렇게 한 층에 많은 가구가 사는 걸까?’ 학교 앞 원룸에 사는 박지영 〈대학주보〉 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는 어느 날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같은 층에만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었다. 방은 고시원보다 조금 더 넓은 크기였다. 주변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학보사의 다른 기자를 보니 입주한 다음에야 사는 곳이 위반 건축물(건축 기준법 등에 위반하는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건축물 대장에는 한 가구가 사는 걸로 나와 있지만 집주인이 여러 개의 원룸으로 ‘방 쪼개기’를 한 곳도 있었다. 무단으로 증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건물에 대학생들이 살고 있었다.

주거 문제를 다루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데이터 다루는 일을 하는 학보사 출신 선배의 도움으로 학교 주변인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등의 위반 건축물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박지영 기자와 장유미 기자(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3학년)의 ‘회기동 위반 건축물 2년 사이 14.5% 증가’ 기사는 그렇게 나왔다. 정문 1㎞ 내 주택 중 위반 건축물의 건축물대장을 일일이 떼어보았다. 위반한 일자, 위반 사유, 시정 여부 등이 나와 있었다. 사흘 밤낮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서울캠퍼스의 경우 인근 주택의 20.5%가 위반 건축물로 드러났다.

실제 현장이 어떤지도 살폈다. 서류상에는 식당이나 고시원 같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나와 있는데 가보니 원룸이었다. 그것도 여덟 개로 쪼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무 좁은 곳에 여덟 가구나 살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세입자 대부분이 그런 줄 모르고 살고 있었다.” 적발 내용 중에는 무단 증축이 가장 많았다. 옥탑방이 대표적이다. 이런 곳은 지진이나 화재 같은 재난에 특히 취약하다. 집주인 처지에선 과태료를 내더라도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이득이니 바뀔 리 없었다. 결국 비용의 문제다. 보금자리의 안락함과 안전성을 담보한 대가였다.

두 사람은 일주일 내내 지도 하나만 들고 위반 건축물 앞에 서서 사람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다. 11월 바람이 매서웠다. 건물에서 사람이 나오면 여기에 사는 사람이 맞는지, 위반 건축물인 사실을 아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각각 스무 곳씩 총 40군데를 돌았다. 접촉에 성공한 건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모두 자신의 주거지가 위반 건축물이라는 점을 몰랐다.

박지영 기자는 기사를 쓴 뒤로 친구들이 집을 구한다고 할 때마다 “불법 아니야?”라고 말한다. 건축물대장을 떼어보고 서류상 소유자가 실제 집주인이랑 일치하는지 알아보라는 조언도 해준다.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수년간 이어져온 이슈다. 기사를 쓰며 비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는지 궁리했다. 주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중심으로 후속 보도를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학보사 생활의 전환점이 된 기사였다. “우리 기사를 보고 많은 학보사가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다양하게 얘기하면 바뀔 수 있다.” 힘들지만 중독성이 있다는 박 기자의 학보사 생활은 올해도 계속된다.

 

 

 

발품 팔아 고발한 대학가 불법 건축물

대상 부문 심사평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시사IN 조남진

심사위원들이 대상으로 선정한 〈대학주보〉 박지영·장유미 기자의 ‘회기동 위반 건축물 2년 사이 14.5% 증가’ 기사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정문에서 반경 1㎞ 내 건축물 562채를 전수조사해 불법 건축물 실태를 고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조사 대상의 20.5%인 115채가 법규 위반 건축물이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인근 건물의 경우에는 684채 중 3.1%인 21채가 법규를 위반했다. 위반 유형은 무단 증축, 방 쪼개기, 무단 용도변경 등으로 다양했다. 기사는, 위반 적발로 내는 벌금보다 월세 수익이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한다. 

대학생다운 참신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자취방의 실제 면적은 20㎡(약 6평)에 불과한데 건축물대장에 119㎡(약 36평)로 올라와 있다면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두 기자는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취재에 나섰다. 취재 과정 역시 매우 꼼꼼했다. 해당 건물에 사는 사람 2~3명을 인터뷰해서 전달하는 손쉬운 취재 방식이 아니라, 국가공간정보포털의 GIS건물통합정보를 토대로 건물 1312채를 전수조사해 실태를 고발했다. 전달 방식에도 정성이 담겼다. 사진을 찍어서 실태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해당 건물의 위치를 꼼꼼히 지도에 그려넣어 문제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대학언론 기자들은 바쁘다. 수업과 과제 속에서 대학 내 교육 행정, 사건, 사고, 변화, 여론의 트렌드를 잡아서 보도해야 한다. 한 주 혹은 두 주 간격으로 신문이 발행되다 보니 깊이 있는 취재가 이뤄지기 어렵다. 의례적인 현상 보도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대학언론은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학기에 한두 건이라도 의미 있는 기사를 발굴해 깊이 있게 취재하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대상작 기사는 대학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취재보도 부문 〈세종알리〉 김하늘·배소현·최경식

‘주간 주명건-궁금한 이야기 J’

 

ⓒ시사IN 신선영최경식·배소현·김하늘 기자(왼쪽부터)는 사학 비리에 연루된 전 이사장의 스캔들을 14주에 걸쳐 연재했다.

지난해 가을학기 수강 신청을 위해 들여다본 수업계획서가 의문의 시작이었다. ‘주명건’이라는 이름이 강사 명단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김하늘 〈세종알리〉 편집장(세종대 일어일문학과 3학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세종대를 사학 비리의 대명사로 만들었던 전직 재단 이사장이 박근혜 정부 때 이사로 컴백했다더니, 급기야 강의까지 하려나 보구나.’

흥미가 동했지만 당장 기사를 쓰자니 막막했다. 선배들이 비리 재단과 싸우던 2004~2005년 무렵 김 편집장을 비롯한 기자 대부분은 유치원생이었다. 주명건 전 이사장이 연루됐다는 사학 비리 전모를 파악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주간 주명건’ 형식이었다. 일주일 단위로 연재를 하면 취재 부담도 덜고 기사 완성도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14주. 〈세종알리〉는 한 주도 빠짐없이 ‘주간 주명건’을 온라인판에 올렸다. 13년 전 비리 스캔들이 어떻게 불거졌는지, 그 뒤 전 이사장을 비롯해 교육부 환수 조치를 이행하지 못해 재단에서 쫓겨났던 자들이 어떻게 학교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지 추적한 연재 기사였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학생들은 높은 조회수로 화답했다. 학교 측은 회유가 통하지 않자, 개별 기자들의 담당교수를 통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학교처럼 주간교수를 통해 학생들의 기사를 뺀다거나 이미 발행된 매체를 강제 회수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세종알리〉가 독립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세종알리〉는 대학언론협동조합에 속한 4개 대학지부 중 하나다. 조합원들이 낸 돈으로 매체를 발행하고 기자 교육을 진행한다. 본래 학보사 기자였던 최경식 기자(정보통신학과 4학년)는 “재단이 무소불위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는 학내 매체가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2016년 그를 비롯한 세종대생들이  〈세종알리〉를 창간한 배경이다.

공부하랴, 알바하랴 바쁜 학생들이 기자 생활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학보사 기자가 되면 장학금도 받는다는데, 그걸 포기하는 게 가장 아까웠다”라고 지난해 〈세종알리〉에 합류한 배소현 기자(일어일문학과 2학년)는 말했다. 오프라인 잡지를 낼 때마다 80만원 남짓한 발행비를 마련하느라 허덕대고, 교문 앞에 서서 그 잡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느라 동동대는 일도 고역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말한다. “학생들은 자부심을 갖고 세종대에 들어왔다. 우리가 전한 진실을 학생들이 알게 될 때 그 자부심도 지켜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 본질 드러낸 사립대학의 현실 공생으로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사IN 조남진

대학언론은 대학 그리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대학인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이다. 대학언론의 취재보도는 먼저 수용자인 대학인의 관심에 부응해야 한다. 그 소재를 대학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 현실을 다루더라도 대학 구성원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기사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취재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 기본 요소를 성실하게 충족시켰다. 

특히 이번에 대상을 받은 박지영·장유미 〈대학주보〉 기자의 ‘회기동 위반 건축물’ 기사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대학 주변 시설의 건축 관련법 위반 실태, 위반을 조장하는 제도의 문제, 그리고 위반 건축물을 이용하는 대학인의 불안한 현실을 종합적으로 잘 다루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참사가 발생하고 있지만 막상 우리는 사고 가능성에 둔감하다. 안전 대신 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대학인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위험을 전달함으로써 안전 사회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수작이었다. 

취재보도 부문상을 받은 김하늘·배소현·최경식 〈세종알리〉 기자의 ‘주간 주명건’ 기사 역시 대학 구성원들의 삶에 매우 긴밀한 관련성이 있는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사립대학의 현실은 대학 재단의 성격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대학이 재단의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세종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재단 비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사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돌아왔다. 주명건 전 이사장 시절 세종대학의 현실부터 주명건 이사장 퇴출, 복귀, 재장악의 과정, 그리고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잘 드러낸 기사다.

 

 


사진·그래픽 부문 〈대학신문〉 강승우

‘153일간의 점거, 그 끝’

ⓒ시사IN 윤무영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를 점거한 현장을 담은 강승우 사진기자.

“다양한 구도에서 최대한 많이 찍어라.” 〈대학신문〉에서 사진 교육을 받을 때 들은 말이다. 여러 구도에서 최대한 많이 찍어가야 쓸 사진을 고르기 편하다고 배웠다. 2017년 3월11일, 이날도 강승우 기자(서울대 통계학과 3학년)는 다양한 앵글을 잡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갔다. 서울대 본부를 점거했다가 강제 퇴거당한 학생들이 재진입을 시도했고 그걸 막으려는 교직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 극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냈다.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를 점거한 지 153일째 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학교 측은 사다리차를 동원해 학생들을 끌어냈다. 다시 진입하려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막았다. 학생들은 소화기를 분사했고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향해 소화전으로 물을 뿌렸다. 바닥이 물로 흥건해졌다.

그 상황에서 강 기자가 제일 먼저 느낀 건 무서움이었다. 전기 코드도 보이고 감전 위험이 높아 보였다. 그 역시 신발과 양말이 젖었다. 이날 결국 학생들은 본부 재진입에 실패했다. 그날 찍은 사진을 〈대학신문〉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일간지와 방송사에서 사진을 받아 썼다. 그도 이틀 뒤 집에서 구독하는 일간지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았다. 막상 〈대학신문〉에는 실리지 못했다. 학교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호외로 1면을 백지 발행한 시기와 마침 겹쳤다.

강 기자는 중학교 때 동아리에서 교지를 만들고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계간으로 발행되는 신문을 제작했다. 그 시절의 관성 때문인지 계속하고 싶었다. 〈대학신문〉에 들어온 이래 격렬한 현장이 많았다. 학내는 시흥캠퍼스 이슈로 수천명의 학생이 운집해 시위를 했고 밖으로도 탄핵과 대선 정국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지난해 3월10일, 그는 헌법재판소 근처 안국역에도 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에도 국회에 들어가 개표방송 현장을 목격했다. 무작정 현장을 찾았다. 험한 말이 오가기도 하는 격렬한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밀던 경험은 모두 자산이 되었다.

 

 

대학언론도 허기진 언론의 자유

사진·그래픽 부문 심사평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시사IN 조남진

세속적인 생활보다는 학문에 정진한다는 의미에서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표현한다. 지성의 광장인 대학에서 학교 측과 학생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2007년 제2 캠퍼스 설립을 위한 공모를 진행해 시흥시를 선정한 서울대학교는 시흥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16년 8월 실시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그해 10월10일 시흥캠퍼스 찬반 투표를 시행해 74.9%의 득표율로 시흥캠퍼스 계획을 철회할 것에 찬성하고, 곧바로 학생 400여 명이 대학 본부를 점거하기에 이른다. 학생들의 점거는 이날부터 해를 넘긴 2017년 3월11일까지 총 153일간 계속되었다. 

수상작은 본부 점거농성 마지막 날인 3월11일 청원경찰과 교수, 직원 200여 명이 사다리차와 그라인더를 동원해 학생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소화기를 분사하는 학생들에게 소화전으로 물을 뿌려대는 긴박한 순간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일간지에도 보도된 본 수상작은 아쉽게도 자체 지면인 〈대학신문〉에는 게재되지 못했다. 학교 당국이 편집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는 대학언론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이 상이 대학 내 언론 자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품 기사들 모두 좋은 내용이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함께 말씀드린다.

 

 

 


방송·영상 부문 북악방송국 박종훈·서다예·황나라

‘길음 그 어두운 이면’

ⓒ시사IN 신선영국민대 북악방송국의 서다예·황나라·박종훈 기자(왼쪽부터)는 대학가 유흥업소에 잠입 취재했다.

국민대학교 북악방송국(BBS)의 박종훈(경영정보학과), 서다예(사회학과), 황나라(사회학과) 기자는 올해 나란히 2학년이 되는 방송국의 막내다. 학내 방송제를 위해 제작한 보도 프로그램 ‘길음 그 어두운 이면’으로 제9회 대학기자상 방송·영상 부문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방송국에 들어와 처음 만든 작품이다.

국민대생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시작이었다. 국민대와 가까운 지하철역 중 하나인 길음역 일대 유흥업소와 사창가의 호객행위 때문에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한다는 것이었다. 다소 자극적이고 취재하기에 위험할 수 있는 주제라 망설였지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제보를 보며 결심을 굳혔다.

취재를 시작하고 보니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길음역 8번 출구 일대에 일명 ‘찻집’이라고 불리는 유흥업소가 포진해 있었다. 간판에 일반음식점이라고 쓰여 있지만, 낮에는 문을 굳게 닫았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영업을 시작하는 성매매 업소다. 심지어 길 건너편은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던 사창가였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호객행위를 당했다. 심지어 유흥업소 거리 바로 앞에 국민대 기숙사가 있다.

가장 힘든 것은 유흥업소 잠입 취재였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몰래 촬영하며 손님인 척하자 순식간에 포주(성매매 알선업자)들이 에워쌌다. “너희 같은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온다” “그냥 서비스 받으러 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따위 말을 들으니 심장이 마구 뛰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날 밤에 악몽을 꾸었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막할 때마다 주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성북구청 공무원, 지인의 소개로 어렵사리 만났던 형사정책연구원 소속 범죄정책 연구원, 모두가 거절한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준 사회학과 교수 등 모두가 고마운 취재원이다. 배윤조·권민지(촬영 및 편집), 정다운·오권진·안소현(아나운서부), 박찬유(제작부) 학생을 비롯한 방송국 동기들도 뒤에서 함께 고생했다.

수상 소감을 묻자 이들은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밀어붙이는 배짱을 높이 사 상을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방송국에 막 들어와 아는 것 하나 없이 시작한 취재라 중간에 길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덕분에 크게 성장했기에 이 작품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들은 ‘더 센 기획’으로 학교를 흔들어놓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정곡 찌르는 시사 다큐

방송·영상 부문 심사평

류지열 (한국PD연합회 회장)

 

ⓒ시사IN 조남진

방송·영상 부문 응모작은 18편으로 전통 매체인 신문에 비해 다소 적었다. 아무래도 영상 제작의 역사가 짧고 제작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식이 뚜렷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았다. 

그중 서울대 영상 제작 동아리 이미지밴드의 ‘장막 속의 등록금’(연출 정수민)은 성적순으로 장학금을 주면 아르바이트에 쫓기는 가난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모순을 강조하고 성적 장학금보다는 가정 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억지스럽거나 견강부회의 오류가 더러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사례와 다른 대학교를 취재 비교하는 등 뛰어난 구성이었음에도 내용 전달에 세심한 주의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경희대 대학의소리 방송국 VOS ‘선정토크’(연출 김예건)는 코믹 터치의 스튜디오 토크쇼 형식을 취해 신선했다. 짧은 뉴스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집중 설명할 수 있는 형식이라 의미가 있었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잘 정리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딱딱한 사안을 흥미 있게 풀어 학내의 구조적인 문제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맛이 좋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 오히려 진행이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국민대 ‘길음 그 어두운 이면’(연출 황나라)은 서울 성북구 길음역 근처의 성매매 업소들이 학교 기숙사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을 고발했다. 성매매 업자들과의 생생한 인터뷰 등 취재원들을 밀착 취재하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진 것은 생활밀착형 시사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었다. 성매매라는 불법성과 이에 관대한 사회 인습 사이의 괴리 속에 방치된 길음역 성매매 업소 풍경을 아마추어답지 않게 잘 포착했다. 화면 구성이 인터뷰와 건물 외경 샷의 반복으로 답답한 느낌을 준 건 아쉬웠지만 학생들이 성매매 환경에 얼마나 손쉽게 노출되는지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세 작품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국민대 편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구체적인 취재와 대안 모색을 높이 평가했다.

 

 

기자명 〈시사IN〉 대학기자상 팀(김은남·임지영 기자, 윤원선)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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