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 특별상 〈대학신문〉

대학언론 위기에도 편집권은 빛난다

 

〈대학신문〉(서울대)은 지난해 3월13일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전 주간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한 결과였다. 1952년 창간한 이래 1면을 오롯이 비운 채 발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현직 기자를 비롯해 퇴임한 기자들의 사비를 모아 발행한 호외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16면을 모두 흑백으로 제작했다. 편집권을 둘러싼 갈등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1월 기자들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반올림’에 대한 기사를 썼다. 기자단에 따르면 당시 주간교수는 기사가 노동자 시각에서만 작성됐다며 게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기자단은 기업의 시각을 추가하고 기사를 수정하겠다고 다시 제안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주간교수가 기자들 동의 없이 개교 70주년 관련 기사 작성을 조건으로 본부에서 지원금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시사IN 신선영서울대 〈대학신문〉 오세훈·조수지·이승엽 기자(왼쪽부터)는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편집권 침해와 관련해 가장 첨예한 사건은 2016년 10월 개교 70주년 기념호를 만들 때 발생했다. 당시 시흥캠퍼스 설립 문제로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 중이었다. 기자단은 이를 중요한 이슈로 판단해 비중 있게 다루려고 했다. 주간교수는 개교 70주년 관련 기사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대학신문〉 기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간교수는 사진을 비롯해 제목을 다는 영역에까지 깊이 관여했다. 기자들은 이에 항의해 2016년 10월20일 주간교수의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사칙 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를 보냈다. 4개월 동안 학교 측으로부터 별다른 해명이 없었고 그사이 주간교수는 광고 대행사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예산 확보에 지장을 주거나, 간사의 재임용을 거부하는 등 사실상 학보사를 방임했다. 그 결과 상황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백지 발행을 앞두고 기자단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학교 당국과 싸워야 한다는 의견과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이승엽 전 편집장(경영학과 4학년)은 “30명 넘는 기자들이 3주간 밤샘 회의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 충분히 논의한 끝에 결정한 사안이었다”라고 말했다. 내부의 문제점이 비로소 밖에 드러났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신설해 카드뉴스를 올리자 학생들의 지지가 쏟아졌다.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주간교수 임명제도 자체와 사칙상 편집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이 문제였다. 오세훈 전 부편집장(자유전공학부 4학년)은 “앞으로 언론인의 길을 걸을 텐데 이때의 경험이 자산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수지 편집장(응용생물화학부 4학년)은 수상 소식을 접하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기자로서 열심히 취재해 얻은 결실이라기보다 신문을 내고 싶어서, 최소한의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일을 하다 보니 상까지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편집권이 무엇이고 기자들의 책임과 권리가 무엇인지 논의하게 되었다.” 백지 발행 이후 새로운 주간교수가 오고 편집국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편집권 정립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기자명 〈시사IN〉 대학기자상 팀(김은남·임지영 기자, 윤원선)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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