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버니샌더스 캠프 사람들을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양측은 사회·경제 의제에서 대부분 일치했으나 딱 한 부분에서 충돌했다. 바로 북한 문제다. 샌더스의 사람들이 남북 간 대화·교류를 ‘불의한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지원’으로 마뜩잖아 하더라는 것이다. 샌더스 캠프까지 이렇다 면, 미국 전반의 시각은 보나마나다.
한국 정부는, 남북 대화 및 평화 정착이 남측 시장경제와 북측 사회주의(로 불리는) 제도를 배합하거나 한반도를 중국 영향권에 진입시키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사회에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나 중국의 ‘이른바 사회주의’가 ‘(가난해도) 인민들이 오순 도순 나누며 정겹게 사는’ 체제라면, 그 제도의 일부를 벤치마킹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 사회주의들이 경제적 번영과 개인의 자유는 고사하고 평등을 실현한 체제도 전혀 아니란 점이다. 더욱이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사회변혁, 북한의 자생적 시장경제 발전 등을 감안하면 ‘이른바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나아 갈 미래가 아니라 낡은 과거일 뿐이다. 그나마 시장경제만큼 개인의 자유, 인권, 나아가 사회적 번영의 증대에 (적어도 사회발전의 어느 단계까지) 순기능적인 제도는 인류사에 없었던 것 같다.
대화·교류 정책의 미래는 남북의 제도가 서로 수렴하는 꼴일 수 없다. 북측의 빈곤과 민족주의 독재, 법치와 기본권 부재로부 터 한국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오히려 대화·교류는 북한의 제도 를 한국의 그것으로 견인하기 위한 노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민주 정부들의 대화·교류 정책이야말로 진정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남북 교류는 이른바 ‘386 세 대’의 민족주의적 갈망을 해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일본을 유럽과 잇는 새로운 자본투자와 물류의 교량으로 아시아 대륙을 재구조화하는 일이다. 남한이라는 ‘사실상의 섬’에 갇혀 살아온 모든 세대의 한국인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화·교류 정책을 냉소하기보다 환영하고 지원하는 쪽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남북 화해와 평화 정착은 ‘미국으로부터의 이탈’이기는커녕 자유와 민주주의를 한반도 남단의 위쪽으로 멀리 확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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